교계/교회

[매체비평] 현대판 마녀사냥에 놀아나는 언론들

‘교단 넘어 신앙 양심 입각한 보도 못해’

요즘 한국 교계가 마녀사냥으로 씨끄럽다. 역사상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타자를 분리, 배제하고는 폭력을 휘두르는데 긴요하게 쓰여온 전근대적인 마녀사냥이 21세기 오늘날 한국교회에서 버젓이 반복, 재현되고 있다.

현재 주요교단을 비롯하여 공교회 연합기구를 자처하는 교계 단체라는 곳(한국교회연합,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들은 주요교단 인사들을(길자연 목사 등) 상대로 ‘이단 의혹’ 혹은 ‘이단 옹호·이단 연루’ 등이란 꼬리표를 붙이며, 상대방에 족쇄를 채우고 있다. 중세 마녀사냥식 이단 정죄가 다분히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같이 철 지난 사고와 행태를 보이고 있는 한국교회를 비판, 계도해 내야할 상당수 기독 언론들이 그 사명을 잊은채 마녀사냥의 나팔수 노릇을 하는 데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단 정죄 문제에 관한한 이들 언론들은 교단의 눈 높이 아래에 머물며, 교단 눈치만 보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20일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열린 장재형 목사(세계복음연맹(WEA) 북미 이사)의 기자간담회 현장에 동석한 교계 원로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 원장,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초대 원장)는 이러한 기독 언론들의 행보를 의식한 듯 "여러분 기자들은 교단을 넘어서서 신앙 양심에 입각해 보도하기를 바란다"고 했고, "한국에서 이단 문제는 정치적 문제 아니냐. 자기 마음에 안 맞으면 이단이야. 이렇게 경박한 한국교회가 되어서야 되겠어요. 어떻게 세계교회를 이끌고, 아시아교회를 이끌 수 있겠어요"라고 했다. 덧붙여, "본인이 (이단이)아니다라는 것을 억지로 세워서 이단으로 만들면 됩니까"라고 했다.

이날 장재형 목사가 자신을 둘러싼 재림주 의혹에 “통일교 재림주 교리는 이단임을 천명합니다.” “본인은 재림주라고 한 적도 가르친 적도 없습니다.”는 내용의 신앙고백문을 발표하고, “이단 의혹은 명백한 날조입니다.”라는 입장을 전한 직후 신앙 양심 차원에서 내뱉은 말이었다.

장 목사의 기자간담회 자리를 마련한 김명혁 목사(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역시 신앙 양심 차원에서 "(장 목사를)두둔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과거가 어쨌든 지금이 문제다. 과거 일 들춰내는 것은 좋아요. 그런데 지금 재림주가 아니라고 하고, 뭐가 아니라고 하면 그것을 받아들여야지"라고 거들었다.

그랬더니, N신문 모 기자가 대번 김 목사를 향해 "교단 결의에 반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게 아니냐"고 다그치며 교단의 입장을 대변하기 시작했고, 또 다른 N신문 모 기자 역시 앞선 김 박사의 주장에 "자기 마음에 맞지 않으면 이단이라고 한 그 말씀 취소하라"며 소리를 높였다. 두 신문 모두 교단지 기자는 아니었으나 해당 교단에 대한 충성도는 이처럼 높았다. 교단을 넘어서달라는 당부는 애시당초 무리였다.

데스크로 돌아가 써낸 이들의 기사 면면을 분석해 보니 현대판 마녀사냥에 철저히 놀아나고 있음도 확인됐다. 특히, 보도 용어 문제와 관련해 “이단 의혹은 받았지만, 이단이라고 판단 받은 바 없는” 장재형 목사와 배석해 신앙 양심 차원의 고백을 한 이들 교계 원로들에 ‘옹호’라는 딱지를 붙이며 현대판 마녀사냥의 용어를 확대, 재생산 하는 역할을 도맡고 있었다.  냉소만 있었지 신앙 양심 같은 건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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