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안 교수(서강대)가 책 『배제와 포용』을 주제로 특별 강연을 하고 있다. ⓒ베리타스 |
주체와 타자와의 관계를 묻고, 그 관계를 재설정하는 작업은 오늘날 철학 뿐 아니라 신학계에서도 주요 화두가 되고 있다. 타자에 대한 배제와 폭력을 내재한 근대 데카르트식 주체 이해에 대한 반동에 다름 아니다.
25일 오후 7시 명동 청어람에서 몰트만의 제자 미로슬라브 볼프의 저서 『배제와 포용』(역 박세혁)을 주제로 강연을 한 강영안 교수(서강대)는 볼프 역시 주체와 타자와의 관계 재설정을 신학함의 주요 주제로 다루고 있음을 확인했다.
강 교수에 따르면, 근대적 주체 이해로는 주체와 타자 간의 갈등은 끊이질 않는다. 주체가 ‘중심’의 자리에 있고, 타자는 ‘주변’의 자리에 있기에 타자는 항시 주체에 의해 규정되고, 범주화 되는 객체에 지나지 않는다. 객체화된 타자의 타자성은 손쉽게 부정되고, 배제와 폭력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강 교수는 "(볼프는)배제의 문제를 포함의 문제와 관련해 접근하고 있다"면서 "근대성의 문화, 포함의 문화라고도 하는 것은 배제되었던 것을 동일자 영역으로 포섭하고 흡수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또 "근대 역사라는 것은 서구 유럽의 팽창의 역사"라며 "팽창은 타자화했던 영역을 자기 영역으로 포함시키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지금껏 아무 상관 없던 타자들이 자기 자신에게 들어오게 되는데 문제는 그렇게 들어온 타자를 타자로서 인정하기 보다는 오히려 적대적 타자의 관계에 놓는다. 동일자의 한 부분으로 흡수한 뒤에도 여전히 타자로서 배제하는 그런 역사 과정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타자와의 관계에 있어서 볼프의 주체 이해에 대해 "(볼프는)주체와 타자와의 관계에서 타자를 별개라거나 혹은 주변으로 이해하기 보다 타자와의 관계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해 가는 과정에서의 주체를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볼프가 근대 주체가 부정한 ‘분리’와 ‘연결’을 모두를 긍정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강 교수는 "타인을 나에게 흡수하여서 분리를 철폐해 버리거나 타인을 무시하거나 포기하거나 방치해서 연결을 없애버리는 것은 곧 죄라는 것이 볼프의 관점"이라며 "나와 타인은 구별되지만 흡수·동화되거나 분리·배척되서는 안될 존재라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볼프의 참된 주체 이해에 대해 "데카르트의 주체도, 막스의 주체도 아니며 또 포스트모던적인 라깡의 깨어진 주체, 데리다의 타자의 타자 보다는 레비나스에 가까운 주체 이해를 하고 있다"면서 "그리스도를 통해서 중심에 있던 주체에서 중심에서 밀려나서 그리스도를 통해 변화된 자기 모습으로 주체를 다시 형성하는 것을 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볼프는 이를 두고 ‘중심의 재설정’이란 표현을 썼다"라며 "그 중심의 재설정을 통해서 타자를 향해 개방된 자아를, 주체를 이야기 하고 있다. 타자를, 타인을 나의 삶 속으로 받아들이는 주체를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