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신대 김명용 총장 ⓒ베리타스 DB |
칼 바르트 연구자이기도 한 김 총장은 바르트가 당시 하나님 나라의 유비로 여긴 사회민주당에서의 활동에서 회의를 갖게 된 점을 들어 "(바르트가)실제로 들어가 활동을 해보니까 당 자체가 권력지향적 구조를 갖고 있었고, 때문에 권력을 얻기 위해 온갖 이상한 짓을 하는 것을 목격하게 됐다"면서 "기독교의 근본 정신인 섬김의 정신과 직권을 목적으로 하는 정당은 그 기본정신이 충돌할 개연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김 총장은 이어 기독당에 참여하는 인사들이 갖고 있는 정치적 심리를 분석하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중세 신정정치의 향수를 품고, 힘에 의한 정치를 꿈꾸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김 총장은 정치적 중립의 길을 외치는 정교 분리 이론이 셩경에 반한다는 점을 짚고 넘어갔다. 김 총장은 "구약의 율법을 보면 하나님의 뜻을 국가의 법으로 정하고자 하는 의도가 본질적으로 가미되어 있다"고 했으며, "예수님의 성전 정화 사건도 보면 성전을 중심으로 한 불의한 정치적, 종교적 권력에 대한 항거와 비판이 들어있다"고 했다. 신구약 통틀어 성경이 정치적 중립을 말하고 있지 않다는 논리였다.
김 총장은 이어 정치적 중립의 길을 포기하고, 중세 신정정치의 복원을 꿈꾸는 이들이 있는데 그들이 바로 기독당에 참여하는 이들의 면면임을 알렸다.
이에 김 총장은 신정정치의 위험성에 대해 자세히 살폈다. 김 총장은 먼저 신정정치가 "타 종교나 타 신앙을 용인하지 않기에 타 종교인을 박해한다"며 "문제는 타 종교나 타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종교나 신앙을 지키기 위해 순교를 각오하게 되는 것이고, 불가피하게 이런 순교적 저항에 부딪힌 사회는 위태롭게 되기 마련이다. 종교 전쟁의 가능성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둘째로 신정정치는 "무식이 하나님의 뜻으로 둔갑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김 총장은 "중세 암흑기가 적절한 사례"라며 "과학에 무지한 교황이 과학을 탄압했는데, 천동설이 지동설이 이기는, 그야말로 무식이 승리하는 엄청난 오판을 낼 수 있다"고 역설했다.
셋째로 신정정치가 "설득이 아닌 강요의 정치"라는 점도 짚었다. 김 총장은 "신정정치는 힘을 숭배하는 경향이 있다"며 "대통령이나 국가의 주요 요직을 기독교인들이 차지해 힘으로 기독교의 가치관을 심겠다는 것인데 이는 미국이 갖고 있는 힘으로 세계를 지배해서 미국적 가치관을 심게 해야 한다는 사고와도 통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예수님의 길인 "사랑과 섬김의 길"과 정면 배치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넷째로 신정정치는 "비판의 가능성이 차단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교회의 절대화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김 총장은 "신학적인 문제에 있어서도 절대적이지 않은데 하물며 사회, 경제, 정치, 문화적 문제에 대해 과연 절대적일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신정정치가 오늘날 시대 정신에 부합하지 않다는 점을 설명한 그는 이내 하나님 나라의 윤리 의식 확장으로 하나님 나라 정치 운동의 방향성을 새로 고쳐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교회는 세상 일에 나몰라라 할 것이 아니라 정치·사회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 나라를 세울 인재들을 양성하고, 이 인재들이 하나님 나라의 윤리를 만들고 그 윤리들을 확장시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