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현 연세대 교수 ⓒ베리타스 DB |
손 교수는 이날 채플에서 하나님을 신앙한다고 하지만, ‘종교’라는 이름을 앞세워 자기의 형이상학적 욕망을 채우기 위해 하나님을 소환하는 일을 벌이고 있는 종교인들과 무신론자들 사이에는 "이질감이 없어 보인다"고 고발했다.
손 교수는 특히 본회퍼의 ‘작업가설로서의 하나님’을 인용, 자기의 공허한 형이상학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동원되는 그런 작업가설로서의 하나님은 "없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종교라는 이름으로 폭력까지도 정당화되는 종교 일반 실태에 대해 그는 "처음부터 우리는 하나님에게 관심이 없었을지 모른다"며 "중요한 것은 자신이 혹은 자신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폭력적 자유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하나님은 없다. 우리의 욕망을 정당화하는 그런 폭력의 하나님은 없다"고 주장했다.
손 교수는 이어 "하나님은 자신의 존재와 이름을 지켜주기 위해 종교적 폭력까지 자행하는 테러리스트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했으며, 또 "하나님 자신의 부재와 무신론을 이용해 인간의 폭력적 욕망을 향유하는 회의론자들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하나님은 자신의 존재와 부재를 선전하는 것에 도무지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나님의 거룩한 분노도 분명 존재한다"고 말하며 "자신을 버리는 자들에 대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이름으로 다른 이들을 버리는 자들에 대해서 하나님은 분노하신다"고 말했다. 아울러 "(하나님)자신의 이름을 신성모독으로부터 지켜주어야 할 만큼 하나님이 연약하신 분도 속 좁은 분도 아니다"라며 "우리가 우리 자신의 폭력으로부터 지켜야 할 존재는 다름 아닌 동료 인간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 교수는 무엇보다 종교인들이 우리의 이웃을 보살피는 연민을 잊고 사는 것을 크게 우려했다. 그는 "진정한 하나님은 바로 연민의 하나님"이라며 "하나님의 연민은 바로 (종교인들의 잘못된)욕망을 녹이는, 뼈아프게 고통스러운 사랑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요즘 신앙인들의 십자가에 연민이 자취를 감춘 점도 지적했다. 그는 "요즘 우리들의 십자가에는 연민이 없다"면서 "도덕적 명령으로 딱딱하게 굳어진 십자가는 정의의 칼날로 우리의 위선을 찢지만 연민이 없는 십자가는 우리를 황량한 폐허에 남겨둔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이어 "이미 십자가는 사유화 되어서 남을 위해서 우리는 울 수 있는 능력을 상실했다"며 "그것이 우리의 병든 상식이고, 울음을 잃어 버린 시대를 방증한다. 우리는 울 수 없어 딱딱하게 굳어져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신앙해야 할 하나님의 연민의 결정판이 성육신과 십자가에서 계시되고 있음을 알렸다. 그는 "하나님의 끝없는 연민은 마침내 역사 한 복판에서 성육신과 십자가란 똥짐을 짊어지시는 하나님으로 계시된 것"이라고 말하며, 루터가 말했듯 우리 인간이 ‘하나님의 똥’으로서 자각을 하여 하찮은 것들에 대한 뜨거운 연민을 가져야 한다고 전했다.
끝으로 손 교수는 "이런 연민으로 성육하신 예수가 있었기에 또 그런 죽음과 같은 똥에서 생명을 부활시킨 그리스도가 있었기에 우리도 살아가며 생명을 싹 틔울 수 있는 것"이라며 "우리도 이런 농부 예수처럼 아픔과 썩어짐과 낮아짐으로 연민의 마음을 품고 생명을 일꾸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