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현장에 바친 일생…오재식 선생 팔순축하 겸 회고록 내

14일 『나에게 꽃으로 다가오는 현장』 출판기념회 열려

▲14일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는 오재식 선생·노옥신 여사 팔순축하 겸 『나에게 꽃으로 다가오는 현장』(대한기독교서회) 회고록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베리타스

현장을 벗 삼아 산 오재식 선생(남북평화재단 이사장)이 회고록을 냈다. 14일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는 오재식 선생·노옥신 여사 팔순축하 겸 『나에게 꽃으로 다가오는 현장』(대한기독교서회) 회고록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이날 출판기념회는 민주화 운동의 동지 안재웅 한국YMCA전국연맹 이사장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이정배 감신대 교수의 서평, 정지강 대한기독교서회 사장의 회고록 헌장, 오재식 선생의 감사의 말씀 그리고 박상증 전 아름다운재단 이사장의 건배 등이 있었다.

먼저 이 교수는 도시빈민 선교를 통해 현장에서 고통당하는 소외 계층의 사람들과 줄곧 어깨동무를 하며, 함께 울고 웃으며 동화되어 갔던 그의 일생을 회고하며, 에큐메니칼 운동의 후배로서 존경의 뜻을 표했다.

또 최근까지 아시아기독교연구원 원장을 지내는 등 있는 그대로의 아시아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해 온 오 선생에게 "신앙을 가진 우리 젊은이들에게 서구에 의해 발견된 아시아, 문명이 만들어온 아시아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아시를 새롭게 발견하려 하셨다"며 "서구적 한계를 훌쩍 뛰어넘고 자본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기독교를 지금도 그 연세에 기대하는 것은 영원한 청년인 오 선생의 몫이다"라고 말했다.

▲서평하는 이정배 감신대 교수. ⓒ베리타스

그러면서도 오 선생이 민족 국가주의란 틀에 갇혀 있지 않음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오 선생이)민족은 사랑했지만 지구 공간 전체를 생각하는 것을 에큐메니칼 행동의 과제로 인식했다"며 "민족의 경계를 넘어 아시아 나아가 세계를 공동체로 엮어 내는 것, 즉 모두가 공유하는 공간을 창출하는 책임을 이 땅에 사는 에큐메니칼 후배들에게 맡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반적인 힘, 일반적인 이념이 지배하는 현실, 공간을 넘어서 그것을 부수고 오 선생은 그 일을 하기 위한 사람을 키우고 조직을 만드는 일에 평생을 헌신했다"며 "오 선생은 수없는 길을 만들었고 스스로 길이 되신 분이었다. 그는 또 다른 전태일이 되었다"며 서평을 마쳤다.

이후 정지강 대한기독교서회 사장으로부터 회고록을 받아 든 오재식 선생은 부인 노옥신 여사와 함께 참석자들의 축하 인사 속에 연단에 올라 감사의 말씀을 전했다. 그는 회고록을 쓰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음을 설명하며, 무엇보다 "책을 쓰면 내가 작가가 되고, 또 그 사건들의 오우너가 되고 교만이 오지 않을까 두려웠다"고 밝혔다.

▲평생의 반려자 노옥순 여사(좌)와 함께 연단에 오른 오재식 선생(우). ⓒ베리타스

그러나 지난 3년 간 투병의 기간 동안 "공간에 대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는 오 선생은 "내 시간에 매달려서 이 공간을 완전히 내 시간에 지배하게 두고 그렇게 살아온 인생을 많이 반성했다"며 "어떻게 하면 우리가 시간과 공간을 잘 아울러서 서로 시간과 공간을 나누면서 살아갈 순 없을까 그런 생각을 해봤다"고 말하며 회고록을 쓰기로 결심을 굳힌 배경을 설명했다.

오 선생은 이어 "저로서는 내 현장에 대한 증언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증정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내가 이렇게 사는 동안에 옆에 있는 공간을 모르고 지냈소라는 반성을 불러오는 것이겠다. 이 자리가 한 개인의 회고록 출판기념회가 아니고, 한 개인이 사는 인생의 참 뼈아픈 증언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우리가 교통하는 시간이 공간으로 퍼져나가 옆에 사람들이 전부 현장으로 또 자기와 이야기 할 수 있는 상태로 변해갈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바라마지 않는다"며 응답을 마쳤다.

“부모를 잃고 슬퍼하는 그 고아를, 배고픔에 눈물 흘리는 그 아이의 이름을 내가 불러주면 그 아이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는 것이다. 관계(공간)라고 하는 것이 이름을 불러주고 악수를 하고 껴안아주고 같이 울어주고…, 이렇게 되면 그 아무것도 아닌 몸짓이 ‘꽃’이 되어 온다. 그렇게 내게 온 꽃에, 관계에 또 다시, 아니 새롭게 잡히게 되는 것이다.”(『나에게 꽃으로 다가오는 현장』, 4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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