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일을 맞아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가 16일 오후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포럼을 열었다. ⓒ베리타스 |
16일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회장 이은선 박사)가 종교개혁일을 맞아 ‘두 번째 종교개혁은 가능한가?’를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열린 이날 포럼에서 특히 한인철 교수(연세대)는 ‘루터 신학의 허점’을 지적, 이목을 끌었다. ‘종교개혁에 터한 한국 개신교 신앙양식의 허와 실’이란 제목으로 발표한 한 교수는 루터가 야고보서를 평가절하 한 데에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라는 야고보서가 지푸라기 서신이면 행함이 없는 믿음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뜻인가"라고 반문했다.
한 교수는 "바로 여기에 루터 신학의 허점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허점이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첫째는 존재와 행위를 분리시키는 것이다. 그는 "이웃에게 사랑을 베푸는 행위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아직 하나님과 하나가 되어 있지 못하면 그것은 율법신앙에 해당되고 그래서 의미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문제는 과연 존재와 행위 사이에 선후가 있는 것인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는 존재와 행위 사이에 시간적 거리를 허용한 것이었다. 그는 "선한 인간인데, 아직 선한 삶을 살고 있지 않은 인간을 과연 선한 인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존재와 행위 사이에 시간 거리를 두는 순간, 예수님처럼 사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기독교인은 그 시간적 거리를 가급적이면 넓게 벌려 놓고 그 사이에서 안도의 한숨을 쉴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루터의 공과를 살펴야 한다는 한 교수는 "루터의 종교개혁 사상의 건강한 측면은 계승하되 이것이 내포하고 있는 부정적인 측면은 극복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발표한 류장현 교수(한신대) 역시 종교개혁 정신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에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종교개혁자들의 신학 사상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주의해야 할 점은 종교개혁자들이 복음의 진수를 온전히 발견했다거나 종교개혁자들의 신학을 완전한 하나님의 진리로 이해해 그것을 교리화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류 교수는 무엇보다 종교개혁 신학에서 주요 비판의 소재가 되고 있는 ‘칭의론’에 대해 언급했다. 그에 따르면, 종교개혁의 핵심 사상인 이 ‘칭의론’은 △신앙을 지나치게 강조해 믿음과 행위를 분리시켰다는 점 △하나님의 나라의 복음을 개인의 영혼구원으로 축소시켰다는 점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만을 지나치게 강조,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 무관심했다는 점 등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종교개혁 정신을 이어가는 한국교회의 과제에 대해 류 교수는 "종교개혁자들의 신학적 주장을 교리화해 그것을 신앙의 절대규범으로 만드는 일이 아니라 종교개혁의 한계를 극복하고 종교개혁의 정신을 계승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박준철 교수(한성대)는 ‘유럽사에서 본 종교개혁의 의미와 한계’를 제목으로 발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