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재 이화여대 교수 ⓒ베리타스 DB |
‘그릇된 복의 신학’을 문제 삼은 그는 한 때 한국교회를 뜨겁게 달궜던 김동호 목사의 청부론에 대해서도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그는 "그동안 축재(蓄財) 과정의 도덕성에 대해 거의 침묵하던 한국교회 강단의 풍토를 고려할 때 김동호 목사의 청부론은 분명 진일보한 것"이라면서도 여전히 문제를 안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에 따르면, 김동호 목사의 청부론은 △부와 복에 대한 관점에 일관성이 없다는 점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삶에 지나치게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어서 결국 이 주장의 저변에는 ‘번영의 신학’이 깔려 있다는 점 △신의 물욕을 위해 신앙을 이용하는 경향을 가진 많은 기복주의적 교인들을 오도할 위험이 크다는 점 △감각적 즐거움에 대해 지나치게 긍정한다는 점 등의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릇된 복의 신학’, 즉 ‘번영 신학’에 장 교수는 "가장 근본적인 오류는 조엘 오스틴이 말하는 적극적인 사고 방식 류의, 철저히 현세적이고 세속적인 비성경적 축복관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대안적 소비의 삶을 위해 ▲절제와 검소함의 삶을 살아야 하며 ▲다양한 영역에서 정의로운 소비운동을 전개해야 하고, ▲대안화폐 운동을 전개해야 하며 ▲기독교 사회 책임투자 운동도 모색하고 실천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특히 ‘기독교 사회책임 투자 운동’과 관련해 “우리는 기독교인의 예금이나 투자, 개교회나 교단 총회의 연금 등도 모두 기독교적 정신에 입각한 책임적 투자가 되는지 감시해야 한다”며 “하나님께 드린 헌금이 맘몬의 실탄이 되어 가난한 사람들과 자연의 생명을 해치는 데 사용되고 있지는 않은지, 교회의 지도자들은 파수꾼이 되어 철저하게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꿈같은 이야기”라고 전제를 깔아놓은 그는 또 ‘에큐메니칼 그라민은행’ 설립도 생각해볼 수 있는 아이디어라고 했다. 그는 “그라민은행은 찢어지게 가난한 사람들만 골라서 대출을 해주는 금융기관인데, 놀라운 것은 대출회수율은 98%에 이른다는 것”이라며 “한국교회가 이런 대안적 금융을 꿈꾸고, 제안하고, 교회가 가진 물적 자원을 통해 실현해볼 수 있을까? 한국의 개신교회가 가용한 자금이 3조이며 이는 가톨릭이나 불교에 비해 거의 10배에 이른다는 보도에 이러한 제안을 해본다”고 했다.
아울러 장 교수는 “순례자들은 처음엔 잔뜩 짐을 지고 길을 걷지만, 한 알베르게(숙소)에서 다른 알베르게까지 오직 빵 두 쪽과 물 한 모금이면 충분하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비로소 버리고 비우기 시작한다고 한다”며 “‘창조적 크리스천’이 되기 위해서는 순례길에서 습관에 대한 익숙함, 과거의 업적에 대한 도취, 획득한 소유에 대한 집착, 미래에 대한 불안을 떨쳐버려야 한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