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NCCK, 총무 김영주 목사)가 20일 제61회 총회 선언문을 채택했다. NCCK는 선언문에서 △한국교회 공공성 회복 △교회 세습 방지 △성직자 납세와 교회의 재정 투명성 확보 △대통령 선거를 통한 바른 지도자 선출 등을 선언했다.
NCCK는 특히 교회의 시급한 과제로 공공성 회복을 강조하며, "‘공공성’을 화두로 다가오는 2013년을 한국교회가 민족과 사회와 교회의 공공성에 기여하고 희망을 줄 수 있는 공동체의 원년이 될 수 있도록 모든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또 "이를 위해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여러 부문과의 긴밀한 만남을 통하여 사회의 공공성과 교회 자체의 공공성의 회복을 위한 방안과 제도적인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아래는 총회 선언문 전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제61회 총회 선언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소금이 짠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그 짠 맛을 되찾게 하겠느냐?”
(마태복음 5장 13절)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제 61회 총회를 맞이하여 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생명의 하나님, 정의와 평화로 인도하소서 - 한국교회 공공성 회복을 위하여>란 주제로 모여, 하나님의 공의와 정의의 새 역사를 열어 가는 사명을 감당하고자 한다.
이는 오늘날 우리 사회가 국가를 비롯한 권력집단의 이기적 사사화(私事化)의 파고 앞에서 불의한 권력의 해체와 새로운 방식의 질서를 갈망하고 있으며, 자본주의의 그늘, 정치와 경제의 사적 결탁, 사회 양극화, 복지의 사각지대 등에서 국민과 믿음의 백성들이 좌절하고 절망 가운데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공(公)과 의(義)를 세우는 분이시다. 그러기에 초대 교회는 하나님의 뜻과 비전에 대한 믿음 안에서 모든 것을 공동 소유하고 사랑의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세상의 희망을 선포하는 사명을 가지고 공의의 하나님 나라를 실현하는 기독교의 역사를 열어 나갔다.
이는 초대교회뿐 아니라, 130년 전 한국 교회가 받은 복음의 씨앗이 우리 민족과 백성 그리고 민중의 토양 속에서 성장할 수 있게 한 기독교의 소중한 전통이었다. 이것은 또한 기독교가 한국 백성들이 깊이 갈망하였던 공적 제도와 구조의 비전에 큰 기여를 하여, 새로운 교육, 문화, 사회, 종교적 교감과 영적인 감동을 우리 사회에 제공하게 하였다.
실로 기독교는 "만물이 그분 안에서 창조되었고 그 분을 위하여 창조되었다"(골 1:16)는 '하나님의 공공성'의 빛에 반하여 훼손된 삶의 터전들을 회복하고, 공공성을 해치는 세력을 비판할 수 있는 근거를 가지고 있다. 또한, 교회는 하나님 나라의 비전을 가지고 공공적 공간의 확대를 갈망하는 공동체이다. 이는 사회를 향한 기독교의 '빛과 소금의 역할'(마 5:13-14)이며 교회의 '사회적 공공성'이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교회는 백성의 공공성의 열망에 부합한 초창기 기독교의 생명력을 잃어버린 채, 시민과 사회가 요구하는 공의와 공공성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교회의 현실을 향한 공공성 강조와 촉구의 현실적 기초는 다름 아닌 교회 내부의 투명성과 공신력에 있다. 교회가 또 다른 이익집단이 아니라 하나님의 공의와 정의를 지향하는 공동체이며, 그 복음을 현실 속에서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자 한다면 교회의 공적 권위는 필수조건이다.
이제 한국의 교회는 사사화(私事化)와 사적 권력의 폭력으로부터 하나님의 백성과 세상의 시민을 막아 주고, 그들에게 용기를 주고, 다른 한편으로는 하나님 나라의 통치 원리인 사랑, 정의, 평화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에 교회가 앞서 가야 할 과제가 있다. 국민과 시민사회의 교회를 향한 목소리는 교회에 대한 아픔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방향을 잃은 우리 사회가 더욱 공적 권위를 가지고 공공성의 패러다임을 향해 전진하라는 뜨거운 요청이기도 하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결의를 모아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
1. 한국교회가 공공성을 상실한 점에 대하여 깊이 회개한다.
교회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피조세계의 공공성을 세워 나아가는 장이다. 그러나 그간 교회가 피조세계의 공공적 삶과 신뢰를 온전히 이루지 못하였던 점을 반성하고, 한국교회의 공신력이 추락된 이유가 교회 자신에 있었음을 고백한다. 지금 한국교회는 하나님과 세상 앞에서 교회와 사회를 향한 새로운 해법과 희망을 제시해야 하는 과제 앞에 있다.
한국교회가 우리 안으로부터 공공성과 신뢰를 세워 나아가기 위하여 1) 교회와 국가 사이의 관계(정교분리, 기독교정당, 교회세금), 2) 한국교회의 종교,사회,문화적 배타성(교단분열, 종교근본주의), 3) 한국교회가 사회 지탄이 되는 문제 등을 과감히 극복하여, 세상의 희망이 되도록 노력한다. 교회의 내적 각성과 현실적 연대로써 교회의 양극화 극복, 교회의 공공성 회복,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위한 구체적 노력들이 이루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2. 교회의 세습이라는 일각의 부끄러운 모습을 근절한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사유화하는 교회 세습을 부끄러운 죄로 고백하며 세습의 관행과 문화를 근절시키도록 한다. 교회는 이기적인 나를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타자를 위하여 존재할 때에 진정한 교회가 된다. 교회는 세상의 질서로 잡히지 않는 새로운 사랑의 능력을 창출하는 그리스도의 몸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관행과 권력과 우상에 편승하지 않고 오직 그리스도에 대한 경외의 마음으로 병든 세습의 문화를 청산해 나가고자 한다.
3. 성직자 소득납세와 교회의 재정 투명성 확보를 공공성 회복의 첫 걸음으로 삼는다.
모든 것은 하나님의 것이며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재정 투명성 문제는 우리가 하나님의 것을 소중하게 관리하는데 미흡한 점에 대한 성찰을 불러 오고 있다. 교회가 초심으로 돌아가 먼저 우리 안의 가난한 사람을 없게 하고,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기 위한 교회의 과제를 생명을 다해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교회는 성직자 소득납세와 재정 투명성 확보를 공공성 회복의 첫걸음으로 인식하며, 이를 바탕으로 교회 공동체와 사회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고자 한다.
4. 한국교회는 더불어 살아가는 공공적 삶의 구현에 최선을 다한다.
한국교회의 사회책임, 참여, 그리고 정의,평화,창조질서의 보전(JPIC) 운동은 교회의 사회를 향한 관심과 선교적 책임 속에서 수행되었던 소중한 유산들이다. 하나님이 약속하신 공공적 삶의 구현을 위하여 피조세계를 더욱 생명의 삶으로 인도하는 과제에 앞장설 것이다. 실로 교회의 공공적 패러다임은 사유화의 유혹을 깨고 전적으로 새로운 교회적 비전 속에서 현실적 대안을 촉구하는 태도이다. 한국 교회는 세계적 지평에서 거시적 안목으로 모든 피조물의 터전인 우리의 삶과 현실을 공적으로 그려내기 위해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는 그리스도의 몸을 실현하고자 한다.
5. 한국교회는 공공성 회복을 위하여 교회와 민족에게 시대의 희망으로 다시 선다.
다가오는 한국사회와 교회의 미래는 정치 지형의 변화로 사회적 변화가 예견된다. 그리고2013년에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교회협의회(WCC) 10차 총회는 한국의 교회에게도 창조적 변화를 일으켜, 공적 갈망을 지닌 피조세계의 그리스도인과 사회의 큰 도전과 감동을 줄 수 있는 계기이다.
특히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공공성”을 화두로 다가오는 2013년을 한국교회가 민족과 사회와 교회의 공공성에 기여하고 희망을 줄 수 있는 공동체의 원년이 될 수 있도록 모든 총력을 기울이겠다. 이를 위해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여러 부문과의 긴밀한 만남을 통하여 사회의 공공성과 교회 자체의 공공성의 회복을 위한 방안과 제도적인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 시대와 오늘의 현실에서 좌절하고 절망하며 새로운 공적 세상과 구조를 갈망하고 있는 하나님의 백성과 사회구성원들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한국교회의 공공성 회복을 통하여 정의와 평화의 길로 이끄시는 생명의 하나님께 겸손히 순종함으로써 민족과 사회의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을 다짐한다.
2012년 11월 20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제 61회 총회 참석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