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소금이 짠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그 짠 맛을 되찾게 하겠느냐?”(마태복음 5장 13절)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제61회 총회와 에큐메니칼 선교대회를 위해 기도해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신 한국교회 지도자들과 기자 여러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제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제61회기 회장으로서 책임을 다해 일하는 동안 위해서 함께 기도해주시고, 격려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1년 동안 저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으로서 본회가 지향하고 있는 선교 목표와 사업들이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기도하며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특히 본회는 제61회 총회에서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라는 주제와 ‘한국교회 공공성 회복을 위하여’라는 부제를 택하였습니다. 이 주제는 내년도 10월에 부산에서 개최되는 WCC 제10차 총회의 주제이기도 합니다. 전 지구적 생명 위기의 상황 앞에 성서적 가치인 정의와 평화가 이 땅에 만연해짐으로 생명위기를 극복하고 우리 후손들에게 건강한 지구를 물려주고자 하는 우리들의 간절함을 담은 주제입니다. 이러한 주제와 씨름하며 한국교회가 달라지고 한반도가 변화하는 새로운 역사를 일구는데 온 정성을 쏟고자 합니다. 사분오열해 있는 한국교회가 먼저 하나 되는 노력을 통해 분단과 반목의 아픔을 이겨내는 희망이 되고 한국교회의 공공성을 되살려 한국사회의 공공성을 회복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현재 한국사회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권력을 가진 이들은 그 권력이 공(公)으로부터 왔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권력을 공(公)을 위하여 사용해야 한다고도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저 그것을 사유화하여 개인의 것으로 일부 사적 집단의 것으로 만들기에 급급합니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자본주의의 병폐인 사회적, 경제적 양극화에 시달리고 있으며, 그로 인해 양산된 경제적 약자들은 화려한 말만이 무성한 무력한 복지정책 앞에서 좌절을 더하여 가고 있습니다. 또한 이념의 늪에 깊이 빠져 상식을 구별하지 못하고 좌우로 분열된 채 분단의 아픔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 땅의 국민들은 좌절과 절망 속에서도, 불의한 권력을 해체하고 상호 존중하며 지극히 작은 자의 존엄성이 존중받는 새로운 방식의 삶의 질서를 갈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 대사회적으로 비춰지고 있는 우리 한국교회의 모습은 매우 초라할 뿐입니다. 대다수 국민들의 열망인 새로운 삶의 질서를 향한 희망과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회들의 분열과 상호불신, 교회와 권력의 유착관계, 한국교회의 종교/사회/문화적 배타성, 교회세습, 교회재정의 불투명성 등의 문제 앞에서 자유롭지 못한 오늘의 한국교회는 세상과 사회를 향하여 새로운 삶의 비전을 제시할 내적 열정과 외적 신뢰를 상실하고 말았습니다.
이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만물이 그분 안에서 창조되었고 그 분을 위하여 창조되었다”(골 1:16)는 말씀 앞에서 다시 한 번 자신을 돌아보고자 합니다. 자기반성과 결단을 통하여, 하나님 나라의 비전을 가지고 다양함에 돋보이는 하나됨과 공공적 공간의 확대를 갈망하는 공동체로서 다시 서고자 합니다.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는 하나님의 도구가 되고자 합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교회가 서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됨을 고백하고 분열의 역사를 회개하며 일치의 상징들을 만들어 가는 일부터 시작할 것입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그 자체가 일치의 상징입니다. 내년 10월 WCC 부산총회는 세계교회가 어떻게 일치를 향해 함께 항해하고 있는지를 보여줄 것입니다. 하나된다는 것은 서로에 대한 두터운 믿음과 자기 겸손에서 비롯됩니다. 강자의 힘의 방식이 아닌 약자에 대한 배려의 마음이 있을 때 하나되는 역사가 이루어집니다. 한국사회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우리 한국교회가 일치함으로 한국사회의 어둠을 밝히는 등불이 되었음을 잊지 말아야할 것입니다. 일치의 도구로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바로 설 수 있도록 기도할 것입니다. 더디 가더라도 하나되는 과정을 존중하며 일치의 기쁨을 배우는 시간이 되도록 안내하며 함께 노력할 것입니다.
둘째, 교회가 공공성을 상실한 점을 깊이 회개하고 2013년이 교회의 공공성을 회복하는 원년이 되도록 기도하겠습니다.
우선 우리는 하나님의 뜻과 비전 안에서 사랑의 수고와 헌신을 아끼지 않았던 믿음의 선배들이 쌓아왔던 공공적 신뢰를 상실하고, 자신 만을 위한 성(城)을 쌓기에 급급했던 그간의 한국교회의 모습을 회개하고 반성합니다. 교회를 사유화하여 세습하고, 선거에 금권을 동원하는 등 사회의 어두움을 그대로 답습했던 부끄러운 모습이 오늘의 대사회적 신뢰상실이라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이제 한국기독교회협의회는 세상의 질서에 잡히지 않으며 관행과 권력과 우상에 편승하지 않고 오직 하나님의 공과 의를 실현해 가기 위한 하나님의 도구로 서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셋째, 구체적인 실천과제로서 성직자 소득납세와 교회 재정 투명성 확보를 교회 공공성 회복의 첫걸음으로 삼을 것입니다.
오늘날 한국사회에는 정치민주화에 이어 경제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타오르고 있습니다. 한국교회의 현장이야말로 그 열망이 구체적으로 타올라야할 삶의 자리라 믿습니다. 한국기독교회협의회는 지난 제60회기 2차 실행위원회에서 성직자의 소득에 대한 납세를 공론화하며 교회 공공성 회복의 화두를 한국교회와 사회에 제시하였습니다. 이제 61회기에는 목회자 소득에 대한 납세는 물론 교회의 재정 투명성 확보를 통하여 사회적 공공성의 열망에 부합하며 한국사회와 교회에 새로운 질서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신뢰를 회복하는 발걸음을 시작할 것입니다.
넷째, 더불어 살아가는 공공적 삶의 구현에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세상은 하나님의 것이라는 고백이 교회의 믿음입니다. 초대교회는 그 믿음에 터하여 자신의 것을 나누고 사랑의 수고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130여 년 전의 한국교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회와 국가가 감당하지 못하는 공적인 필요를 교회가 채워 줄 수 있었습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한국교회가 사회적 책임과 참여, 정의·평화·창조 질서의 보전 등을 위하여 최선을 다해오던 소중한 유산들을 발굴하고 가다듬어 한국사회가 하나님이 약속하신 공공적 삶의 터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다섯째, 이 땅의 교회와 민족에게 시대의 희망으로 다시 서고자 합니다.
다가오는 2013년은 교회 내외적으로 큰 도전이 주어지는 해입니다. 사회적으로는 한국사회의 정치적, 사회적 변화가 예견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정치 지도자와 함께 분단의 역사를 극복하고 새로운 통일 조국의 청사진을 그려야 합니다. 교회 내적으로는 WCC 제10차 총회가 부산에서 개최됩니다. 한국교회가 세계교회 앞에 검증을 받고 질적으로 성숙해 질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이러한 막중한 시기에 주님께서 이 땅에 허락하신 축복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며 한국교회의 소명을 재확인해 봅니다. 한국교회의 창조적이고 역동적인 변화의 모습들이 세계교회와 한국사회를 감동케 하고 그 힘으로 한국교회와 한국 사회의 변화에 추동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난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에큐메니칼 행동의 날’을 통하여 정부 예산 분석을 기초로 정책을 제안한 바가 있습니다. 올해에도 이일은 계속적으로 수행 할 것입니다. 화려한 수사만 무성한 정책이 아니라, 정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정부 정책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일들을 꾸준히 행해 나갈 것입니다. 또한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집단에게 미래는 없다는 인식 아래에 ‘기독교역사문화관’ 건립을 위하여 한국교회의 총역량을 모으고자 합니다.
저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회장으로서 이 거룩한 사명을 감당하기 위하여 하나님의 말씀 앞에 설 것입니다. 기도와 대화와 소통 앞에 설 것입니다. 겸손하게 교회와 사회를 섬기는 제사장으로서의 일과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는 예언자로서의 일에 게으르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2012년 11월 20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 장 김 근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