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김경재 목사 1998년 2월 15일 설교

경동교회 / 당시 경동교회 협동목사

새 포도주, 새 가죽부대

 

사무엘상 17장 38-40절
사울은 자기의 군장비로 다윗을 무장시켜 주었다. 머리에는 놋투구를 씌워 주고, 몸에는 갑옷을 입혀 주었다. 다윗은, 허리에 사울의 칼까지 차고, 시험삼아 몇 걸 음 걸어 본 다음에, 사울에게 "이런 무장에는 제가 익지하지 못합니다. 이렇게 무 장을 한 채로는 걸어갈 수도 없습니다." 하고는 그것을 다 벗었다. 그렇게 무장을 해 본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에, 다윗은 목동의 지팡이를 들고, 시냇가 에서 돌 다섯개를 골라서, 자기가 메고 다니던 목동의 도구인 주머니에 집어 넣은 다음, 자기가 쓰던 무릿매를 손에 들고, 그 블레셋 사람에게 가까이 나아갔다.
마가복음 2장 21-22절
생베 조각을 낡은 옷에다가 내고 깁는 사람은 없다. 그렇게 하면 새로 댄 조각이 낡은 데를 당겨서, 더욱더 심하게 찢어진다. 또 새 포도주를 낡은 가죽 부대에 담 는 사람은 없다. 그렇게 하면 포도주가 가죽 부대를 터뜨려서, 포도주도 가죽 부 대도 다 버리게 된다. 새 포도주는 새 가죽 부대에 담아야 한다.

빌립보서 4장 11-14절
내가 궁핍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어떤 처지에서도 스스로 만족 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나는 비천하게 살 줄도 알고, 풍족하게 살 줄도 압니다. 배 부르거나 굶주리거나, 풍족하거나 궁핍하거나, 그 어떤 경우에도 적응할 수 있는 비결을 배웠습니다. 나에게 능력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 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나의 고난에 함께 참여한 것은 잘한 것입니다.
 

 

"새 포도주는 새 가죽 부대에 담아야 한다" 이 유명한 말씀은 기독교인이거나 아니거나 한 번쯤 들어본 유명한 말씀입니다. 더욱이 문명의 전환기, 가치관의 전환기, 공동체 조직구조의 변혁기에서, 새 종교, 새 정치, 새 혁신을 도모하려는 시기에 그 말씀은 많은 사람들에게 걸림돌이 되기도 하고 격려의 말씀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왜 예수님께서는 "새 포도주는 새 가죽부대에 넣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가? 그 진의에 대하여 바르게 그 깊은 뜻을 이해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포도주 술맛이 변하지 않게 하려고 그런다 생각합니다. 어떤 사 람은 새 출발하는 기분으로, 새 기분 새 각오로 일 잘하기 위해서 그러는 것이라 고 생각합니다. 또 어떤 사람은 생각하기를 낡은 가죽부대는 너무 오래 써서 오 래된 옷감처럼 낡아져서 찢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 해 석이 가장 근사하지만, 정답은 아닙니다. 비유의 초점은 새로 담은 새 포도주의 발효능력의 팽창력에 있습니다. 예수님 시대에 유리병이나, 항아리나 나무통에다 가 포도주를 저장하는 기법이 발달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건조한 사막 지대를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항아리나 통나무나 유리병은 불편하기 이를 데 없 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일찍부터 양이나 짐승의 통가죽을 가지고 가죽부대자루 를 만들어 물이나 포도주를 담아가지고 여행할 때나 가정에서 유익하게 사용하 곤 했습니다. 문제는 가을에 포도추수를 하고 새 포도주가 만들어져 옮겨 담을 때 쯤이면 아직도 충분히 숙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효가 서서히 계속되면서 기 포를 만들고 가죽부대 안 공기를 팽창시킨다는 특성을 지닙니다. 다른 한편 낡은 가죽부대는 너무나 오래사용했기 때문에 이미 다 팽창해버린 가죽이 새 포도주 를 감당하지 못하고 터지고 만다는데 비유의 핵심이 있습니다. 생베조각과 낡은 옷의 보충비유를 들어서 설명하신 것만 보아도 비유의 초점은 분명해 졌습니다. 그렇다면 비유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입니까. 우리가 이 비유를 들을 때 우리의 심령의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합니까? 제 일차적 초점은 새 포도주이며, 둘째 초점 은 헌 가죽부대이며, 셋째 초점은 새 포도주는 새 가죽부대라고 하는 명언의 진 정한 의미입니다.

첫째, 이 비유의 상황적 배경은 세례 요한제자집단과 바리새파 집단들은 금 식절기가 오면 전통과 규정대로 성실히 금식기도를 하곤 하는데, 가만히 보니까 예수와 그 제자 집단은 이스라엘 공동체의 이 종교전통을 지키지 않고 먹고 마 실 뿐 아니라, 무슨 좋은 일이나 난 사람들처럼 얼굴에 생기를 띄면서 신바람이 난 듯 처신하니까 금식논쟁이 벌어진데서 연유합니다. 그래서, 서로 상이한 행태 를 보이는 두집단을 비교하면서 바라보던 중간집단 사람들이 어느날 예수께 나 와서 물어본 것입니다. 주님 대답은 금식의 중요성과 의미를 부정하시거나 비판 하시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금식할 때가 아니라는 말씀이요, 혼인잔치에 온 손 님들이 신랑과 함께 금식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고 신랑을 빼앗기는 날이 올 때 금식하는 것이라고 말하십니다. 그러므로 이 비유의 초점은 예수 그리스도의 나 타나심, 복음선포와 하나님나라 출현은 새로운 포도주라는 것, 예수의 복음을 받 아드리려는 사람은 새 가죽부대에 담아야 하는 것이요, 낡은 가죽부대에 담으려 는 사람과 집단은 새 포도주의 변화력, 팽창력에 부딪혀 찢어지고 말 것이라는 매우 혁명적인 말씀이요, 매우 의미심장한 경고의 말씀인 것입니다.

새 포도주를 담지 않으면 낡은 가죽부대는 찢어지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낡 은 가죽부대는 다루기에 손에도 익고 부드러워 유연하며 그 안에 담아 넣으면 오래된 포도주 향에 의해 술맛은 훨씬 좋은 것이니까, 사람들은 굳이 새 포도주 를 새 가죽부대에 담으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문제는 우리가 진정으로 새 포도주를 우리의 생명가죽 속에, 우리의 교회 속에, 우리의 민족 공동체 속에 담으려는 의지가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복 음의 실체 하나님나라가 새 포도주라고 했습니다. 새 포도주는 진정한 정의, 자 유, 평등, 평화, 인간화, 모든 피조물 생명들이 평강을 누리는 샬롬입니다. 새로운 정부 출범을 열흘 앞두고, 그리고 우리 민족이 당면한 IMF 시련을 극복하고 새 로운 민족적 도약을 하기 위하여 우리 사회는 새 포도주는 새 가죽부대에 담아 야 하는 절대시점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국민의 많은 기득권 층 사람들은 새 포도주가 지닌 그 가공할 만한 팽창력과 발효능력을 못 마땅해 하고, 손발에 익숙하고 입맛에 익은 값비싼 묵은 포도주만을 찾는 사람들이 있습 니다. 묵은 포도주는 고급 포도주요 값비싼 포도주요 돈많고 권력많은 귀족들이 나 즐기는 포도주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새 포도주를 함께 즐기는 농부들과 서민 들의 새 시대의 즐거움과 천국잔치의 기쁨을 영원히 모를 것입니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새 가죽부대 입니다. 새 가죽부대의 본질은 탄력 성, 단순성, 가변서, 팽창능력이라고 했습니다. 요사이 말로 하면 상황 대치 능력 이요, 상황적응 능력입니다. 역동성입니다. 창발적 사고 능력입니다. 왜 IMF 국난 을 당하게 되었습니까. 세계 금융질서와 구조가 변하고, 정보화사회가 되어 근본 변화가 오고, 정치권력의 힘, 경제 재벌의 돈의 힘, 시민사회의 주권행사의 힘, 문화 예술 종교의 보이지 않는 영성의 힘 등의 상호 역학관계가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팽창능력과 탄력성을 상실한 낡은 가죽부대모양 타성과 권위주 의와 관료주의와 겉치레만을 좋아하는 거대 물량주의 허세에 도취되어 망하게 된 것 아닙니까?

사무엘 상 17장에 나오는 것처럼 다윗 소년의 때묻지 않은 자세가 필요한 것 입니다. 번번히 패하던 이스라엘군은 다윗소년장군에게 유일한 희망을 걸게 되었 습니다. 사울왕은 감격하고 고마워서 놋투구와 갑옷과 왕의 검으로 무장시켜주었 습니다. 그러자 다윗은 "이런 무장에는 제가 익숙치 못합니다. 이렇게 무장을 한 채는 걸어 갈 수도 없습니다" 말하고서 왕의 권위와 신임의 상징인 투구, 갑옷, 검을 벗어버리고 가볍고 단순한 행장, 목동의 지팡이, 무릿매 돌주머니를 들고 앞으로 나아갔던 것입니다. 우리는 소위 구조조정을 하느라고 몸살을 앓고 있습 니다. 그 구조조정이란 다윗이 입어보았던 낡은시대의 임금의 투구, 갑옷, 검을 벗어버리는 일입니다. 새 포도주를 담을 만한 새 가죽부대를 마련해야 하고, 새 가죽 신발을 발이 좀 아프더라도 신어야 할 때입니다. 정부조직의 구조개편, 재 벌기업, 노동운동, 언론, 메스콤, 교육, 종교 분야 어디든지 이 구조조정의 시련에 직면해 있습니다. 여기에서 유혹은 옛 가죽부대를 조금 손질해서 계속 사용하고 자 하는 유혹입니다. 묵은 포도주의 향과 맛만을 계속 즐기려는 반역사적, 반민 중적, 반민족적, 반인륜적 사악한 이기심과 자기중심의 죄성이 각종 이유와 명분 을 내대면서 역사의 전진을 가로막고 더디게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시대에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그리스도인이 야 말로, 오늘 성경 주 본문 텍스트에 의하면 새 포도주 자신이어야 하고, 제일 먼저 새 가죽부대를 마련한 새 가죽부대 자신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예수를 믿는 사람들이라고 자처하면서도, 옛 세상 질서 속에서 새 포도주로서 새 가죽부대로 서 살지 못하고, 우리도 이 세상 질서에 똑같이 편승하여 묵은 포도주를 즐기며, 손에 익은 낡은 가죽부대를 움켜쥐면서 살아왔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의 비범성, 사회 속의 누룩기능과 같은 변혁성은 살아지고, 우리도 더 많이, 더 크게, 더 크 게, 더 강하게의 가치철학에 매몰되어 왔습니다.

대표적인 증거가, 오늘 빌립보서의 말씀을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불가능이란 없 고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이 모든 것을 소원대로 이뤄주신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입니다. 신앙의 그 자세가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 말씀의 진의는, 그리 스도 예수를 믿는 사람은 어떤 경우에도 적응할 수 있는 비법을 터득한 사람들 이기 때문에, 비천함이나 풍족함이나, 배부름이나 굶주림이나, 넉넉함이나 궁핍함 이나 어떤 상황에 닥치더라도 능히 탄력적으로 적응하고 창조적으로 변화시켜갈 능력을 지닌다는 의미에서, "능력주시는 자 안에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말" 인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이란 가장 새로운 가죽부대에 항상 새 포도주를 담는 슬 기를 지닌 사람들이라는 말입니다.

오늘날 2,000년 교회의 전통도 낡은 가죽부대가 되었습니다. 젊은이들은 영원 한 새 포도주이신 예수는 변함없이 사랑하고 좋아합니다. 그러나 그것을 담고 왔 던 낡은 가죽부대 교회전통이 싫은 것입니다. 베드로성당 앞 광장에 수 만 명의 젊은이들이 모여 촛불을 켜놓고 옥외에서 기타를 치면서 새 시대의 영성 시대 도래를 알리면서 주님을 사랑한다고, 찬양과 경배를 드립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 베드로 성당 안에 들어가 미사에 참석하기를 저어합니다. 그들은 새 포도주에 새 가죽부대를 애타게 찾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갈망에 응답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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