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샬렘영성훈련원(이하 한국샬렘)이 개원식을 갖는다. 한국샬렘은 기도와 삶이 분리되지 않고, 교파간의 장벽을 너머 더 깊은 영성 속으로 함께 걸어가기 위한 감리교, 장로교, 침례교, 성공회, 한국디아코니아 자매회 등의 성직자, 수도자들과 평신도들로 모임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연 1회 5박 6일간의 워크샾 피정(수련회 혹은 퇴수회 retreat)과 연2회 2박 3일간의 침묵 피정과 주제 피정, 월 1회 포럼, 그룹영성지도, 주간기도모임, 관상적 목회연구모임 등 관상적 기도와 삶을 더욱 심화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그동안 자체적인 훈련을 통해 기초를 마련한 한국샬렘은 한국교회에 ‘관상적 영성과 관상적 삶’을 보다 공식적으로 전하기 위해 개원식을 갖기에 이르렀다.
한국샬렘은 오는 12월 3일 오후 2시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개원식을 갖고, 2부 프로그램으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문화영성위원회와 공동으로 ‘관상적 영성과 한국교회’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기로 했다. 아래는 한국샬렘 운영위원장 김홍일 성공회 사제가 한국샬렘의 역사를 간략하게 다룬 글이다.
한국 샬렘 영성훈련원이 걸어 온 길
지난 2008년 8월 말 성공회 서울교구, KNCC 선교훈련원, 한국디아코니아자매회가 공동으로 미국의 샬렘(Shalem Institute for Spiritual Formation)을 초청하여 '관상적 목회'를 주제로 5박 6일 에큐메니칼 영성 프로그램을 시작하였다. 하지만 당시 이 프로그램이 씨앗이 되어 한국에서 '샬렘영성훈련원'이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당시 프로그램을 인도하였던 샬렘의 설립자 틸든 에드워드와 관상적 목회 프로그램의 책임자 케롤 클루미는 프로그램을 통하여 한국 참여자들의 진지한 영적갈망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참여자들 역시 그동안 무언가를 찾다가 이제 보다 깊게 뿌리내릴 자리를 찾은 것 같은 공감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참여자들은 2008년 프로그램을 마치는 평가 자리에서 프로그램을 마친 후 지속적인 만남과 공동의 영적탐험과 추구를 계속하기 원하였고 이같은 바램은 한국 샬렘영성훈련원이 시작되는 토대가 되었다.
감리교, 장로교, 성공회, 침례교 등 교파를 초월하여 성직자 평신도들이 함께 매월 아현 감리교회에서 정기 월례모임을 갖는 것으로 모임이 시작되었다. 참여자들 대부분은 이미 개인적으로 그동안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영성훈련 프로그램 참여경험을 가지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무언가 아쉬운 허전함을 가지고 있었다. 필자에게 개인적으로 그 아쉬움의 실체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보다 에큐메니칼한 관상적 영성에 대한 갈증이었다. 어떤 교파적 담장 안에 갇힌 듯 느껴지는 부자유함과 늘 손님처럼 자리하여야 하는 영적공간을 넘어서고 싶었다. 둘째는 영성훈련이 기도수련을 넘어서 우리들이 발 딛고 살아가는 일상활동이나 사회변화와 맺고 있는 구체적인 연결지점을 찾고 싶은 갈망이었다. 필자는 샬렘의 영성프로그램을 통하여 그 가능성을 발견하였고 그 가능성을 보다 깊게 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같은 갈망은 많은 참여자들이 공감하는 갈망이기도 하였다고 생각한다.
2009년 프로그램 참여자들은 프로그램에 함께 하였던 성공회 박경조주교와 아현 감리교회조경렬목사를 공동대표로 추대하고 지속적 모임을 위한 운영위원회를 구성하여 정기적인 모임운영을 위한 틀을 구성하였다. 이후 월례모임 운영은 물론이고 매주 정기적으로 모여서 기도와 학습을 진행하는 주간모임, 매년 진행되는 두 차례의 자체 침묵피정, 그룹영성지도 워크숍 운영 등을 통하여 저변을 넓히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월례모임의 경우 처음에는 서울 아현 감리교회에서 월례모임을 진행하였지만 이후 대전과 충청권 참여자들이 중심으로 대전 월례모임을 운영하기 시작하였다.
미국 샬렘은 그 이후 한국의 지도력 육성을 위하여 2009년 미국 샬렘의 지역모임에 한국측 참여자 두 사람을 초청하기도 하였고, 미국 샬렘의 주요 프로그램을 이수를 위한 장학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한국을 지원하였다. 2010년-2011년 한국에서 세 사람의 참여자들이 미국 샬렘의 '영성지도자 과정'을 이수하였고, 그 중 한 사람은 '피정지도와 기도그룹 인도자' 과정을 함께 이수하였다.
2010년 9월 '피정인도와 기도그룹 인도자 과정'을 5박 6일 동안 한국의 지도자들이 중심이 되고 미국 샬렘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였고, 2011년에는 미국 샬렘의 프로그램 지도자 앤 딘과 마샬 클래버를 초청하여 5박 6일 동안 진행하였다.
2010년부터 그동안 형성된 한국의 리더들이 중심이 되어 보다 깊은 영적기도에 목말라하는 한국교회의 목회자들과 그리스도인들을 위한 8주 과정의 에큐메니컬 '기도학교' 운영을 시작하였고 이를 계기로 그동안 매년 진행되었던 5박 6일 과정의 샬렘 워크숍피정에 참여하지 못하였던 성직자와 신자들의 참여와 저변이 확대되는 계기가 되었다. 다른 한편 참여자들 가운데 '관상적 목회'에 관심을 갖는 성직자들을 중심으로 2012년 10월부터 관상적 영성에 기초한 목회모델을 계발하기 위한 '관상적 목회연구 모임'이 시작되어 매월 정기적인 모임을 시작하였다.
2011년 '피정지도와 기도그룹 인도자' 과정을 마친 후 프로그램 책임자 앤 딘으로부터 미국 샬렘에서 23년 동안 진행하여 온 개인영성심화 프로그램(Personal Spiritual Deepening Program)에 대한 소개를 받게 되었고, 한국 샬렘의 구성원들은 아직 관상적 영성의 기초와 저변이 약한 한국교회에 우선적으로 필요한 프로그램이라는 판단을 함께 하게 되었다. 2011년 6월 다섯 명의 한국 참여자들이 미국에서 진행되는 PSDP 지도자 양성 워크숍에 참여하였고 2012년 9월에는 한국에서 '개인영성심화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5박 6일의 워크숍 피정을 진행하였다.
2012년 11월 8개월 과정으로 성직자들을 위한 '개인영성심화 프로그램'을 시작하였고, 2013년에는 서울에서 신자들을 위한 '개인영성 심화 프로그램'을 그리고 대전과 부산을 중심으로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상에서 언급하였듯이 그동안 자체적인 훈련과 프로그램 보급을 통하여 내적인 기초를 다져오던 한국 샬렘의 구성원들은 2012년 3월 한국 샬렘을 보다 공식적인 모임으로 전환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하였다. 이를 위하여 이사회, 운영위원회, 사무국을 구성하여 개원 준비를 시작하였고 2012년 12월 3일 개원을 통하여 한국교회와 사회에 '관상적 삶과 지도력 육성' 위한 공식적 출범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의 과정을 돌이켜 보건데 2008년 처음 모임을 시작할 때 누구도 이같은 여정을 예상하거나 계획하지 않았다. 이 여정을 이끌어 온 두 축이 있다면 첫째는 성령의 인도하심이고 둘째는 함께 하였던 모든 사람들 가슴 깊이에 있는 영적갈망일 것이다. 작고 소박한 출범이지만 이후 한국 샬렘의 여정도 하나님을 향한 우리의 깊은 갈망과 성령의 인도하심이 빚어가는 하모니가 될 것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