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3시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관상적 영성운동과 한국교회’란 주제로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날 심포지엄은 한국샬렘영성훈련원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문화영성위원회가 공동주최했다. ⓒ베리타스 |
3일 한국샬렘영성훈련원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문화영성위원회가 공동주최하는 제1회 문화영성 심포지엄 ‘관상적 영성운동과 한국교회’가 열렸다. 이날 심포지엄은 ‘관상’의 어원을 추적해 그 역사를 살피는 한편, ‘관상적 영성’(혹은 ‘관상 기도’)이 오늘날 신앙인들에 갖는 함의 등을 밝히는 데 초점을 맞췄다.
먼저 고계영 바오로 신부(작은형제회 ‘프란치스코회’)는 ‘크리스천 보편 성소인 관상’을 주제로 한 발제에서 "관상은 하나님의 신비를 영적인 감각으로 바라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 신부는 "사람들이 온몸과 전존재로 영적인 세계를 바라보듯이 그리스도교 관상이란 육체적 감각과 영적인 감각을 통해 온몸과 전존재로 숨겨져 있는 하나님의 신비를 바라보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관상이 비단 시각적 감각만 뜻하는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관상에서의 영적 시각은 신학적 제유로, 영적 오감을 통해 보고, 듣고, 느끼면서 알아듣고 깨닫는 것, 즉 체험적으로 인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칼 라너가 인간을 ‘말씀을 듣는 자’로 규정한 것에 대해서는 "청각을 신학적 제유로 사용하는데 그가 말하는 들음은 관상의 의미와 결코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관상과 신비 개념이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확인한 고 신부는 "정의될 수 없으나 하나님의 유일한 실재인 신비는 가장 이해할 수 없으면서도 동시에 가장 명백한 실재"라며 "불가해하면서도 명백한 이 신비야말로 무한한 바다로서 유일하고 영원한 평화이며, 바로 이 안에 인간 존재의 영원한 지복이 있다. 이런 의미에서 신비는 인간 존재가 지향하는 유일하고 참된 대상이 된다"고 주장했다.
고 신부는 "관상하는 인간은 이 지상에서부터 선험적이고 존재론적으로 주어진 육체의 감각들과 영적인 감각들로 구성된 관상의 능력을 통해 하나님의 신비를 관상한다"고 했다.
이어 김홍일 신부(성공회 사제, 한국샬렘영성훈련원 운영위원장)가 ‘관상적 영성과 관상적 삶’을 주제로, 유해룡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가 ‘관상의 의미 변천과정과 통합적 의미’를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유 교수는 특히 헬라철학에 나타난 관상의 의미에서부터 출발하는 관상의 의미 변천사를 살펴 주목을 모았다. 그는 초기교부들, 베니딕도회의 전통과 활동, 헤지키아, 탁발수도회 활동, 로욜라 이냐시오 등과의 관계에서 관상의 의미가 어떤 변천 과정을 겪었는지를 추적했다.
유 교수는 "그리스도교의 영성의 역사에서 관상이라는 말이 매우 초월적이고 분리적인 의미로 사용되었던 때가 있었지만, 그리스도교 교회는 폭넓은 인간이해와 문화와 세계관의 이해의 폭을 넓혀 감으로써 관상과 활동이 전혀 다른 영역이 아님을 경험적으로 체득해 왔다"고 역설했다.
이상적인 그리스도교적 관상을 ‘활동 중의 관상’이라고 명명한 그는 "‘관상이 우선이냐 활동이 우선이냐’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활동 중의 관상’을 실현해 가는 동안 둘의 관계(활동과 관상)는 선택도, 조화도 아닌 동시성이 될 때에 비로소 영적으로 건강한 그리스도인, 건강한 그리스도교의 교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