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한 비밀조직이 히틀러 암살을 시도했던 실화가 영화화 돼 개봉했다. 제목은 작전명 발키리.
발키리 작전은 원래 아돌프 히틀러가 자신이 죽은 경우를 대비해 세워놓은 국가비상대책인데, 반 히틀러 세력이 이를 역이용해 히틀러 암살을 시도하는 하는 것이 영화의 주 내용이다. 이 발키리 작전에는 군부 간부들과 사회 지도급 인사들이 가담했다.
영화가 개봉되면서 발키리 작전을 진두지휘 했던 폰 슈타우펜베르크 대령(탐 크루즈 분)이 주목받고 있다. 그는 프로이센 귀족출신의 장교로 촉망받는 젊은 인재였다. 당시 독일 육군은 프로이센 귀족가문이 독점해 자부심을 갖고 국가에 충성했던 집단이었으며, 동시에 히틀러가 군부를 장악함에 따라 구조적으로 히틀러의 수하였다. 슈타우펜베르크 자신도 젊은 시절 히틀러의 열렬한 추종자였다.
그랬던 그가 히틀러 암살시도의 선봉에 선 것은, 개인적 입장에서 보면 스스로의 서약을 깬 것이고 조직의 입장에서 보자면 반역자다.
히틀러는 독일 자국민들의 번영과 발전을 약속했으나 그것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반대파들과 유대인들을 가차없이 숙청했다. 독일 교회를 비롯해 로마 교황청까지 히틀러에 동조 혹은 침묵하는 상황이었지만, 결론적으로 선이 악에게 참패당하지는 않았다.
조직의 반역자 슈타우펜베르크 대령이 오늘날 독일을 비롯한 세계에 의인으로 기억되는 까닭은, 그가 추구했던 것과 오늘날 우리가 추구하는 것의 방향이 일치하기 때문일 것이다. 슈타우펜베르크 그룹은 히틀러의 평화를 깨고 스스로 분쟁자가 되었다. 더 숭고한 평화가 있음을 알았고 그것을 누군가가 가져와야 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또한 슈타우펜베르크 그룹은 히틀러 체제에서 모든 것이 보장되는 고위급 간부들이었음에도 불구, 죽음의 위험을 무릎쓰고 '반역'을 시도한다. 그들은 자신의 위치나 자신이 속한 조직을 보수(保守)하는 데에 관심이 없었다. 대신 조직의 방향이 정상궤도에서 탈선했을 때 과감히 그것을 지적했고, 자기의 입지가 허물어질 위험이 있더라도 사회와 인류에 유익을 가져오는 행동을 했다.
교회든 국회든 삶의 현장이든 가리지 않고 투쟁(?)이 보도되는 요즘 슈타우펜베르크 대령의 공분심이 아쉬워진다. 개혁을 외치든 보수를 주장하든 그것이 자신과 조직의 현상유지를 위한 행동인지, 아니면 역사의 진보를 가져오게 하는 것인지 정직하게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