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추모사] NCCK 홈리스대책위원회 이석병 사무국장

‘2012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 추모제’ 종교계 대표

성경본문 (누가복음 16:19~24)

[개역개정]
19  한 부자가 있어 자색 옷과 고운 베옷을 입고 날마다 호화롭게 즐기더라
20  그런데 나사로라 이름하는 한 거지가 헌데 투성이로 그의 대문 앞에 버려진 채
21  그 부자의 상에서 떨어지는 것으로 배불리려 하매 심지어 개들이 와서 그 헌데를 핥더라
22  이에 그 거지가 죽어 천사들에게 받들려 아브라함의 품에 들어가고 부자도 죽어 장사되매
23  그가 음부에서 고통 중에 눈을 들어 멀리 아브라함과 그의 품에 있는 나사로를 보고
24  불러 이르되 아버지 아브라함이여 나를 긍휼히 여기사 나사로를 보내어 그 손가락 끝에 물을 찍어 내 혀를 서늘하게 하소서 내가 이 불꽃 가운데서 괴로워하나이다

저는 오늘 다양한 믿음을 가진 여러분들 앞에서 성경말씀을 인용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인용한 성경말씀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위선자들인 이스라엘 지배계층 앞에서 하신 비유의 말씀입니다.

당시의 부유한 지배계층이었던 바리새인과 사두개인들은 위선자들이었습니다. 율법을 철저하게 지키노라 만민들 앞에서 공인하고 다니면서도 정작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는 하나님 법의 핵심을 지키지 않는 위선자들이었습니다.

거지 나사로와 같이 헐벗고 굶주리고 병들어 갈 곳 없는 불쌍한 사람들이 대문 앞에 누워 죽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위선자들은 거들떠보지 않았습니다.자신들의 잔치에만 빠져 있었습니다. 그들만의 호화잔치를 베푸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이런 위선자들 앞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단호히 오늘 말씀을 선포하십니다. 나사로는 죽어 천국에 들어가 아브라함의 품에서 평안을 누리지만 그들만의 잔치를 베풀었던 위선자들은 지옥의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영원히 고통을 당하게 된다!

오늘의 이 말씀이 오늘 어쩌면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딱 들어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이 시대 정치인과 부유층, 각계 각층의 지도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그들만의 호화로운 잔치에 빠져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 서울역,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의 대문 앞에서 나사로와 같이 헐벗고 굶주리고 병들어 추위 속에서 고통당하고 있는 수많은 우리의 이웃, 형제들이 있건만 그들은 관심이 없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눈길 한 번 주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번에 당선된 대통령이 제일 먼저 이곳에 달려와 이 현장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물을 창조하신 조물주의 궁극적인 관심은 인간입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그냥 아무렇게나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형상과 모양대로 지음 받았기 때문입니다.

조물주의 형상을 따라 만들어진 인간 생명의 존엄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모든 종교를 초월하여 그 핵심 진리는 인간에 대한 생명의 존엄성입니다. 빈부와 귀천을 떠나 생명의 존엄성은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

예화) 2006년 9월 30일

영등포역 3층 통로에서 노숙인 두 분이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김 모 씨와 윤 모 씨였습니다. 두 분은 방화셔터가 내려오는 줄도 모르고 잠이 들어 있었습니다. 직원들은 확인도 하지 않고 500Kg이 넘는 방화셔터를 내렸습니다.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육중한 철창문에 눌려 살려달라고 소리치고 발버둥쳤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뒤늦게 발견이 되어 병원에 옮겨졌지만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먹을 것이 다 떨어져 굶어 죽은 아이를 5일 동안 데리고 있던 노숙인 아저씨. 전기세가 없어 촛불을 켜고 지내다 화재로 숨진 할머니. 1년이면 수많은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어느 골목에서 동굴같이 좁은 방에서 죽어가고 있습니다.

아무리 국민을 위해 복지를 잘한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복지의 혜택이 저 밑바닥까지 닿아야 합니다. 밑바닥에 있는 국민들이 실감이 되어야 그 정치가 잘하는 정치인 것입니다. 먹을 것, 입을 것, 거주할 곳이 없어 고통당하는 국민들이 가슴으로 느껴야 그 복지가 제대로 된 것입니다.

노숙인들은 우리 국민들 중에 가장 정점에 있는 국민입니다.정점에 있는 국민들이 복지를 체감하고 느껴져야 제대로 된 복지인 것입니다. 노숙인들을 어떻게 돌보고 있는가? 이것이 그 나라의 정치 수준, 복지 수준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가족조차도 거두어 주지 않고 이름 없이 거리에서 돌아가신 우리 가족 우리 이웃들!

그 분들의 영혼이 하나님의 따스한 품 안에서 안식하기를 빌며...내일에 대한 희망을 꿈꾸지도 못하고 살아가시는 분들에게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이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희망이 되는 그날이 속히 오기를 간절히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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