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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순 칼럼] 대통령 선거의 반성

박재순 씨알사상연구소장 · 목사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텔레비전을 통해 개표 방송을 들으며 당혹스러웠다. 문재인 후보의 선거 유세장 열기가 뜨겁고 투표율도 높았기 때문에 문후보가 당선 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기대는 어긋나고 말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박근혜 후보가 앞서 나갔다. 선거 결과를 나타내는 상황판은 서울과 호남을 빼놓고는 박 후보의 우세를 나타내는 빨강색으로 빨갛게 물들었다. 선거는 너무 싱겁게 박 후보의 승리로 끝나고 말았다. 문 후보를 열렬히 지지했던 48% 1460만 명의 국민은 패배의 쓴 맛을 보았고 그 가운데 마음속에 깊은 상처를 받고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나도 당황스럽고 가슴이 쓰리면서 갑자기 마음속에 찬 바람이 불었다. 

텔레비전에서 내 감정 상태와 너무 다른 광경을 보며 나는 다시 한 번 놀랐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의 집 앞에 수많은 지지자들이 몰려들어 기뻐하고, 환호하며 승리의 축제를 벌이고 있었다. 새누리당 당사 앞에도 수많은 군중이 모여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었다. 텔레비전 화면에서지만 그들의 기쁨과 즐거움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저렇게 기뻐하고 좋아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 51.6% 국민의 선택과 결정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존중하지 않으면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길도 찾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을 헤아리지 못하면 국민 전체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면 앞으로의 대통령 선거에서도 이길 수 있는 길이 열리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왜 패배했나? 다수의 국민이 정권교체를 열망했는데 어째서 민주당은 두 차례나 패배했을까? 두 가지 이유가 떠오른다. 첫째 국민 전체의 마음을 읽고 국민 전체의 마음과 소통하고 공감하는데 실패했다. 국민 전체의 마음을 읽으려면 국민 전체의 자리서 국민 전체의 심정으로 생각하고 느껴야 한다. 국민 전체의 자리서 국민 전체의 심정으로 생각하고 느낀다는 것은 국민 전체를 나라의 주인과 주체로 존중하는 것이다. 국민 전체를 나라의 주인과 주체로 존중한다는 것은 국민 전체가 국가권력의 주인과 주체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그것은 아무도 어떤 집단이나 당파도 국민 전체에게 속한 국가권력을 사유하거나 독점하지 않는 것이다. 대통령 후보와 국회의원 후보를 결정하고 선택하는 과정에서 국민 전체의 마음과 생각으로 결정하고 사심과 당파심이 개입되지 않아야 한다. 개인이나 특정 집단이 권력을 독점하려고 한다는 느낌을 주었기 때문에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했던 게 아닐까.

둘째 정당의 구조와 관행이 국민과 소통하고 공감하기에는 너무 낡고 경직된 것 같다. 오늘 민주시대는 국민이 정치의 주체로서 정치에 직접 참여하고 싶어 한다. 현재의 정당구조에서는 국민이 정치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차단되거나 배제된다. 정당구조를 개혁하여 대의민주정치와 직접민주정치가 조화를 이루며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중앙집권적인 정당구조와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 생활 자치를 지향하는 가볍고 열린 정당 구조가 모색되어야 한다.

가난한 다수의 국민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다. 텔레비전의 왜곡된 이미지와 선전에 영향을 받아서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 정당인 새누리당을 선택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만 보는 것은 국민을 너무 얕잡아 보는 것이다. 가난한 국민일수록 오랜 역사의 시련 속에서 몸으로 체득한 감정과 판단이 있다. 가난한 다수의 국민은 말이나 관념보다는 실력을 존중한다. 기득권 보수세력은 돈과 기관과 제도를 현실 속에서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도덕적으로는 비난을 받더라도 현실적으로는 미더운 존재로 여겨질 수 있다. 민주와 정의를 내세우는 진보세력은 현실적으로 가진 것이 적지만 도덕적 정당성과 민주정신과 철학을 가지고 있다. 민주정신과 철학이 사무쳐서 민주정신과 철학을 삶과 행동으로 실천하지 못하면 진보세력이 국민들 사이에 설 자리는 없다. 말과 주장만으로는 국민을 움직일 수 없다. 몸과 마음, 삶과 행동에 사무친 민주정신과 철학을 갖지 않으면 진보세력은 결코 보수 세력을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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