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한기총, 재심청원에 ‘다락방’ 류광수 목사 공개청문회

류 목사 “질문 자체 맞지 않아” 답답함 토로

▲28일 오전 11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의실에서 주요 교단으로부터 이단으로 지목된 바 있는 ‘다락방’ 류광수 목사 공개청문회가 진행되고 있다. ⓒ베리타스 

예장 전도총회 세계복음화전도협회(일명 ‘다락방’) 류광수 목사가 이단 관련 공개청문회에서 “질문 자체가 맞지 않다”는 말을 반복하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28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 대표회장 홍재철) 회의실에서는 류광수 목사 이단 관련 조사 질의 청문회가 공개적으로 진행됐다. 이날 청문회에서 류 목사는 배석한 한기총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이하 이대위, 위원장 이건호) 위원 및 전문위원들이 준비한 질문을 받고는 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

문답 과정에서 류 목사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처음 듣는 얘기” “그런 용어를 쓴 적이 없다” “더 이상 해드릴 말이 없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자 대개 2차 자료에 근거해 질의를 이어나가던 이대위원들 중 일부는 헛기침을 하기도 했다. 이들 이대위원들은 주로 최삼경 목사와 총신대 박용규 교수가 류 목사를 비판한 내용, 즉 2차 자료를 근거로 질문을 던졌다.

최 목사와 박 교수의 문제 제기로 류 목사는 20여년 전 ‘박옥수 구원파의 구원론’ ‘김기동의 귀신론’ ‘위트니스 리의 지방교회 재영접설’ 등과 유사한 신학적 입장에 서 있다는 이유로 주요 교단들로부터 이단으로 정죄된 바 있다.

이대위원들은 먼저 류 목사에게 박옥수, 김기동, 위트니스 리 등과 무슨 관계냐고 물었고, 류 목사는 "일면식도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그들로부터 (자신의 신학 사상 등이)영향을 받았느냐’고 재차 묻자 그들의 집회에 참석한 바도 없으며 "그들의 신학이 무엇인지도 잘 모른다"고 했고, 이어 다만 "전도를 하면서 구원을 강조하니 그것을 (박옥수 구원파의)구원론이라고 하고, 무속인들이 전도돼 그들에게 귀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 그것을 귀신론이라고 하고, 복음을 누리라고 하니 그것을 위트니스 리라고 했다"고 답했다.

▲공개청문회 시작 전 류광수 목사가 자신의 소개를 기다리며 초조해하고 있다. ⓒ베리타스

그러면서 "(문제를 제기한 이들이)확인도 하지 않고 그대로 (잡지 등 출판물에)내버렸다"며 "나도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하는데, 오늘 처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한 이대위원이 ‘당시 문제를 제기한 최삼경 목사로부터 (지적된 것에)소명의 기회를 받은 적이 있냐’고 묻자 "그런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류 목사가 이단으로 규정되는 데 있어 주된 근거로 제시된 ‘사단결박권’과 관련해 한 이대위원이 ‘류 목사가 예수 성육신의 목적을 사단과의 싸움에 치중하고 있다고 하여 최삼경 목사와 박용규 교수(총신대)가 문제 삼고 있다’는 물음에는 “나는 (예수의) 삼중직을 항상 말했다. 왜 다른 것을 빼고 사단만을 말하느냐”고 반문했다.

또 ‘위트니스 리의 지방교회 재영접설 등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느냐’는 또 다른 이대위원의 질문에는 "재영접설이라는 용어 자체를 사용한 적이 없다"며 전혀 무관함을 밝혔다. 

이 밖에 ‘총신대 박용규 교수가 지적하기를, 십자가의 보혈과 부활에 대해 강조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금시초문"이라며 "전도에 (십자가의 보혈과 부활은)기본적으로 강조되는 부분이다. 그게 안되면 전도가 안되죠. 더 말씀 드릴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덧붙여, ‘최삼경 목사는 조상의 죄 대물림을 가계저주론과 관련지어 이단으로 규정했는데 조상의 죄의 대물림을 가르치는 데는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가’라는 물음에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출애굽기 20장에 보면, 우상숭배를 하는 이들에게 3, 4대 저주가 이어진다는 말씀이 있다"라며 "무당 자녀들이 보면 대개 원하든 원치않든 무당 노릇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을 포함해 복음을 확실히 전해야 하는 차원에서 한 얘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대위원 유장춘 목사가 사단배상설에 관한 한 류 목사가 직접 유사한 메시지를 전한 것을 두고 문제삼자 "실수였다. 인정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잘못된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이단 종파가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특성으로 알려진 기성교회에 대한 적대감 표출 등 배타적 태도 지적에는 "20년 동안 고생하면서 실수도 있었다. 진심으로 사과한다. 한국교회로부터 배우고 같이 가겠다"고 했다. 앞서 류 목사는 ‘렘넌트(Remnant)라는 단어를 사용, 배타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있다고 최삼경 목사가 지적하고 있다. 렘넌트들만이 구원받은 십사만사천(144,000)이라고 주장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십사만사천이라는 단어는 한 번도 쓴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이날 공개청문회 직후에 한기총 이대위원들은 류 목사를 내보낸 후 비공개 회의를 가졌다. 청문회에 배석한 한 교계 인사는 "(류 목사가) 생각했던 것 보다 (기성교회 목사들과)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자리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준비해 온 신앙고백문을 낭독하고 있는 류광수 목사와 이를 놓칠쌔라 취재 경쟁을 벌이고 있는 취재진들. 한기총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30여 개 이상의 교계 신문, 방송 기자들이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다. ⓒ베리타스 

하지만 이날 공개청문회는 이미 회원 교단이 영입한 인물을 그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한계를 보여주기도 했다. 준비된 질문지라든가 질문지에서 벗어나는 내용에 관한 질의가 엄격히 제한되었다든가 하는 점은 류광수 목사가 회원 교단 인사라는 전제가 깔려있는 청문회였음을 방증해 주었다. 시종일관 다소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청문회가 진행됐다는 점도 팔이 안으로 굽고 있음을 재차 확인시켰다. 또 일각에서 이날 청문회에 배석한 이대위원 및 전문위원들이 이단 연구 경력이 부족하다며 자격미달이라고 시비를 걸고 있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현재 예장 개혁총회(총회장 정학채)는 신학적 검증 절차를 거쳐 류광수 목사측에 이단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며 이에 관해 소속 연합기구인 한기총에 재심 청원을 해놓은 상태다. 예장 개혁총회에 영입된 전도총회는 17개 노회와 820여개 교회, 성도 수가 35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도총회는 지난 해 6월 예장 개혁총회 가입 직후 해체했다.  

이날 공개청문회는 예장 개혁총회의 류광수 목사 재심 청원으로 마련된 자리였다. 앞서 한기총 이대위는 정당한 ‘소명의 기회 없이’ 이단으로 규정된 교회 및 단체, 개인에 대해 재심 청원을 받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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