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장윤재 교수, ‘핵 없는 시대를 위한’ 신학방법론 제시

카우프만·맥페이그 ‘핵 시대’ 신학 한계 지적

후쿠시마 원전 사고…피폭의 위협에 노출된 인류

인류는 현재 핵 무기와 핵 발전 등으로 피폭의 위험에 항시 노출되어 있다. 얼마 전 후쿠시마에서의 원전 사고는 인류가 처한 이 같은 상황(context)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핵 발전의 에너지에 의존해 사는 그 누구도 피폭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할 수 없음을 말이다.

▲장윤재 이화여대 교수(조직신학) ⓒ베리타스 DB

장윤재 교수(이화여대, 조직신학)는 2012년 신학사상 겨울호에서 인류가 처한 이러한 역사적 상황(context)을 주목하며, ‘핵 없는 시대를 향한’ 신학방법론을 제시, 이목을 끌었다. 그는 먼저 신학자로서 ‘핵 시대’란 역사적 상황에 근거해 신학적 재해석·재구성 작업의 필요성을 주장한 고든 카우프만이나 카우프만의 주장에 전적으로 화답해 ‘핵 시대’에 적합한 신학의 재구성 작업을 적극적으로 벌인 셀리 맥페이그의 한계를 지적했다.

셀리 맥페이그를 향해선 "그의 핵 시대에 대한 이해는 불완전하고 순진한 면까지 있다"며 "그녀는 핵 전쟁이 아직 일어나지 않았고, 그런 의미에서 그것은 언제나 ‘실재하지 않는 것’으로 남을 수 있다고 말하는데 하지만 이는 핵무기를 터뜨리지 않더라도 날마다 실제로 방사능에 노출되고 있는 지구상 수많은 피폭자들의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 소치"라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핵 발전소 사고로 인한 방사능의 ‘외부피폭’과 ‘내부피폭’으로 날마다 삶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 세계의 수많은 여성과 어린이와 태아들에게 핵 전쟁은 결코 ‘실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카우프만과 맥페이그가 문제 삼은 ‘하나님의 주권’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기했다. 앞서 카우프만 등은 핵 무기로 말미암아 인류가 쥐게 된 가공할만한 힘은 전통적 종말론에 있어서 ‘하나님의 주권’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봤다. 이들은 종말에 관한 한 절대적 힘의 소유자가 하나님이라는 종말론적 전통이 ‘핵 시대’에 이르러선 맞갖은 이해가 아니라며, 핵 무기를 쥔 인간의 힘과 하나님의 힘 사이의 상호 공존과 연합 그리고 화해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전통적 종말론의 재해석·재구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장 교수는 "나는 우리가 핵 문제를 ‘하나님의 주권’에 대한 침해와 도전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하나님의 주권은 신앙의 언어다. 하나님의 주권을 말한다는 것은 이 세계의 궁극적 주권이 저 ‘통치자들과 권세자들’(엡6:12)에게 있지 않고 하늘에 있다는 것을, 그래서 제 아무리 그들의 힘이 강해 보여도 그들의 지배에는 정당성이 없으며 정의롭지 못하다고 하는 저항의 선언인 것"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또 핵 무기를 쥔 인류에 관한 한 주체 이해를 확실히 구분지을 것을 요구했다. 그는 "맥페이그와 카우프만은 마치 ‘우리’ 모두가 세상을 멸절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 것처럼 말하는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며 "이른바 핵 마피아 혹은 핵 패밀리가 가진 힘이 왜 ‘우리’의 힘인가"라고 반문했다.

더불어 맥페이그와 카우프만 모두 공통적으로 핵무기뿐만 아니라 핵발전도 문제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카우프만은 핵무기 경쟁을 중지시키고 핵무기의 전적인 폐기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핵발전에 관해서는 단 한 줄도 언급하지 않았다"며 "두 사람 다 핵무기와 핵발전 사이의 근본적인 상관관계를 포착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핵에 관한 잘못된 지식과 거짓 신화로부터 탈피해야

이어 장 교수는 ‘핵 없는 세상을 위한’ 신학방법론을 전개했다. 먼저 그는 ‘핵 시대’ 신학과는 달리 제3의 관찰자의 자리가 아닌 철저히 ‘피폭자’의 자리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장 교수는 "우리는 피폭자들을 타자화하는 모든 거리두기를 중지하고, 피폭자들의 얼굴이 곧 우리 자신의 얼굴임을, 그리고 그들의 얼굴이 바로 십자가에 달린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임을 인식하면서 이 땅의 모든 피폭자와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핵에 관한 잘못된 지식과 거짓 신화로부터의 ‘탈신화화’ ‘비신화화’ 작업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장 교수는 특히 구체적 증거자료들을 제시하며, △핵무기는 군사용이고 핵발전은 평화용이라는 거짓 신화부터 극복해야 한다 △핵 에너지가 온실가스를 방출하지 않는 저탄소 청정에너지이며 따라서 지구온난화의 대안이라는 잘못된 신화 △핵발전이 안전하다는 신화 △우리에게 끊임없이 전기가 필요하다는 신화 등으로부터 "스스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핵에 대한 유혹과 환상, 그리고 그것에 대한 우리의 집착과 탐욕에서 벗어나는 영적인 대각성이 우리 시대의 신앙적 과제이고 신학적 의제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며 "또 핵의 실상을 바로 알리고, 피해자의 아픔을 나누며, 피폭자의 고통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일을 신앙적 실천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장 교수는 끝으로 "울리히 백(Ulrich Beck)은 우리가 사는 ‘위험사회’ 안의 ‘제도화된 무책임성’을 고발한다. 오늘의 위험사회 속에서 어느 누구도 위험에 대해 독자적으로 책임질 수 없고 전문가가 될 수 없다"고 경고한 뒤 "성서적으로 파수꾼의 역할이 필요하다. 파수꾼은 사람들이 ‘평안하다, 안전하다’고 거짓 평화와 거짓 안보를 이야기할 때에 눈 앞에 닥친 위험을 알리는 사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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