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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 칼럼] 예수의 공항패션

김성 목사·예수원교회(www.jesusone.kr)

▲예수원교회 김성 목사 ⓒ베리타스 DB
유명연예인이나 운동스타들이 해외로 출국하거나 돌아와 입국할 때 그들의 옷차림이 사진에 찍혀 종종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한다. 이른바 공항패션이라는 건데, 스타들의 패션에 대한 감각과 개성을 엿볼 수 있기 때문에 대중들의 관심이 높다. 무대의상이 아닌 일상복을 입은 스타들의 공항패션이야말로 그들의 개성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공항패션만 보아서는 스타들이 세상에서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알 수가 없다. 그가 배우인지, 운동선수인지, K-POP가수인지 알 수 없다. 공항은 무대 밖 일상의 공간이다. 그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는 무대 위에서 입는 무대의상을 통해 비로소 알 수 있다. 배우는 극중 캐릭터에 따른 의상을, 운동선수는 운동복을, 가수는 무대의상을 입을 것이다. 공항패션이 아니라 자신의 활동무대에서 입는 무대의상을 통해 그가 진짜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알 수 있다.

한국기독교연구소에서 최근에 펴낸 로빈 마이어스의 책 <예수를 교회로부터 구출하라; Saving Jesus from the Church>엔 ‘공항신학(airport theology)’이란 재미있는 표현이 나온다. ‘공항신학’은 기독교가 예수의 생애를 도착(크리스마스)과 이륙(부활절)으로 축소해 버린 결과, 도착과 이륙 사이의 예수의 생애를 송두리째 잃어버린 것을 꼬집는 표현이다. 예수가 세상에 도착하는 장면을 기록한 성서의 내용을 보면 화려한 스타의 입국 장면을 연상케 한다. 공항입국장엔 환영플래카드가 가득히 걸려있다. ‘환영! 유대인의 왕으로 오시는 이’(마2:2), ‘환영, 예수! 자기백성을 죄에서 구원할 자’(마1:21) ‘환영! 지극히 높으신 이의 아들’(눅1:32), ‘환영! 다윗의 왕위를 물려받은 분’(눅1:32) ‘송축! 하나님의 아들’(눅1:35), ‘경배! 그리스도 주’(눅2:11) ‘영광! 이방을 비추는 빛, 이스라엘의 영광’(눅2:32), ‘송축! 아버지의 독생자’(요1:14), ‘영광! 독생하신 하나님’(요1:18) 등, 예수가 도착하자 천사들의 환영노래가 공항 가득히 울려 퍼진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눅2:14) 그리고 입국장엔 예수를 보기 위해 멀리 동방에서부터 예수께 건넬 선물보따리를 싸들고 온 박사 팬들도 있고(마2:11), 밤새 돌보던 양떼를 두고 온 목동 팬들도 있다.(눅2:15) 예수의 입국 공항패션은 이렇게 화려하다.

예수가 세상을 떠나는 출국 장면은 어땠을까? 예수의 출국장에도 플래카드가 걸렸다. ‘환송! 하나님의 아들’(마27:54), ‘환송! 이스라엘을 속량할 자’(눅24:21), ‘잘가요! 나사렛 예수 유대인의 왕’(요19:19), ‘또와요! 진정한 의인’(눅23:47) 등, 예수는 다시 올 것을 약속하며 클라우드 익스프레스(Cloud Express)를 타고 하늘 위로 홀연히 떠났다. 출국 직전 예수가 당한 모진 수난과 비극적인 십자가 죽음은 간단히 대속의 은총으로 찬양받고, 예수의 출국장에 모인 인파들은 “내 죄 사함 받고서 예수를 안 뒤 나의 모든 것 다 변했네 지금 내가 가는 길 천국길이요 주의 피로 내 죄가 씻겼네” 찬송을 부르며 면죄의 기쁨에 눈물을 흘렸다. 출국장 안의 면세점이 북적이듯이 예수의 출국장 안에는 면죄부를 받아 든 인파들로 북적였다. 예수의 출국 공항패션은 이렇게 숭고하다.

공항패션만을 놓고 보면, 예수는 세상을 구원할 하나님의 아들로 세상에 입국하셨다가 세상 모든 사람들의 죗값을 단번에 치루고 그들을 죄와 형벌로부터 구원하신 구세주로 출국하셨다. 인간들의 죄 때문에 화가 단단히 나신 하나님의 진노를 풀기 위해 예수는 자신의 목숨을 보석금으로 바쳤다. 그 덕분에 세상 모든 죄인은 하나님의 진노를 피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사실을 믿으면 누구든 구원을 받는다. 기독교는 오래도록 예수의 입출국과 관련한 이러한 몇 가지 교리를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동의하는 것을 예수에 대한 믿음의 정수로 가르쳐 왔다. 입국과 관련해선 동정녀탄생교리를, 출국과 관련해선 십자가 대속과 몸의 부활교리를 믿어야 비로소 예수를 믿는 것으로 인정받았다. 예수의 화려하고 숭고한 공항패션을 찬양하지 않으면 예수를 믿지 않는 것으로 취급당했다. 하지만, 이제 예수의 공항패션이야말로 예수의 참모습을 잃어버리게 만든 주범임을 새롭게 깨달아야 할 때가 왔다. 스타들의 공항패션만 보아서는 그들이 정작 세상에서 무엇을 하는 사람들인지 알 수 없는 것처럼 예수의 공항패션만 보아서는 예수가 공항 밖 세상에서 무엇을 하신 분인지 알 수가 없다.

예수는 공항으로 입국하자마자 곧바로 발길을 돌려 공항에서 출국한 분이 아니다. 하지만 4세기 이래, 기독교는 ‘사도의 신조’를 통해 예수를 공항에 입국하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곧바로 출국하신 분으로 고백해왔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사오니, 이는 성령으로 잉태하사 동정녀 마리아에게 나시고(입국),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으사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출국)…’ 로빈 마이어스는 위의 책에서 이 사실을 가리켜 <최초의 신조인 사도신경은 이미 예수의 생애와 메시지를 제거해 버렸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생애가 쉼표(comma) 하나로 축소되고 말았다>고 썼다.

그렇다. 예수는 그리스도라는 공항패션을 입음으로써 진짜 위대한 그의 생애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과연 예수는 무엇을 위해 이 세상에 입국하였을까? 공항 밖에서 예수는 어디서 무엇을 하셨나? 복음서는 예수가 ‘회당에서 가르치시고 천국복음을 전파하시고 백성 중의 모든 병과 모든 약한 것을 고치시는’(마4:23) 활동을 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예수는 사람들의 고통을 치유하셨다. 구원(salvation)이라는 영어 단어는 “치유하는 연고(약)”를 뜻하는 salve에서 나온 말이다. 구원은 본래 우리들 속의 상처가 치유되는 것을 뜻한다.(로빈 마이어스) 예수가 행한 구원사역은 이 세상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치유하는 것이었지, 그들을 죽은 다음에 하늘나라로 데려가는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고통 받는 사람들을 치유하신 예수를 세상은 곱게 보지 않았다. 예수의 공항 밖 패션은 어땠을까? 얄궂기 그지없다.

‘미친놈’(막3:21), ‘왕귀신이 씌운 사람’(마12:24), ‘귀신들린 사람’(요7:20), ‘신성모독 하는 자’(마27:65), ‘자칭 왕 그리스도’(눅23:2), ‘하나님의 아들을 자처하는 자’(마27:43), ‘자칭 하나님’(요10:33), ‘자기를 하나님과 동등으로 삼는 자’(요5:18), ‘무리를 미혹하는 자’(요7:12), ‘형제들도 믿지 못하는 자’(요7:5), ‘목수의 아들’(마13:55), ‘건축자들이 버린 돌’(막12:10), ‘안식일을 범하는 자’(요5:18), ‘사형에 해당한 자’(막14:64) 등, 화려한 공항패션과는 전혀 딴판의 옷을 걸친 예수를 우리는 공항 밖에서 만나게 된다. 공항에서 만나는 예수와 공항 밖에서 만나는 예수, 어느 모습이 진짜 예수의 참모습일까? 예수의 공항패션에만 탄복해온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이제 공항 밖 세상에서 일하신 예수의 모습에서 ‘치유하는 구원의 주(Lord)’를 새롭게 만나야 한다. 그래야 기독교에 미래가 있다. 예수는 아직도 공항에 갇혀있다.    

김성 목사는 부산대 독어독문학과를 중퇴하고 한신대학교와 신학대학원에서 신학과 교회사학을 공부했다. 경남 거제도와 남해에서 목회한 후 서울 명일동에 예수원교회를 개척해 섬기고 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경남노회 서기, 부노회장을 역임했으며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 평화통일위원회 서기를 역임했다. 현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화해통일위원회 위원으로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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