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손규태 칼럼] 계사년 새해를 맞이하며

손규태·성공회대 명예교수

▲손규태 성공회대 명예교수(본지 편집고문) ⓒ베리타스 DB
안보 아닌 남북 간 화해와 평화 말해야

2012년 12월 19일 대통령선거가 끝나고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 붕괴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채 새해를 맞이했다. 직장을 잃거나 구하지 못한 좌절감과 어려운 경제사정에 삶의 고통이 말이 아닌데 날씨마저 너무 추워서 움추린 몸과 마음을 추스르느라 힘들다. 해를 넘겨 국회에서 통과된 신년도 예산은 300조를 넘어서고 사회복지 예산이 100조를 넘는다고 하지만 시설에서 어렵게 살아가야 할 아동들에게 지원되는 식비는 100원이 증액되어 한 끼에 1500원 정도 밖에 안 되어 금년도에도 그들은 굶주림을 면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 예산을 통과시킨 국회의원들 9명은 1억 6천만 원의 여비를 들여 해외연수 명목으로 비행기를 타고 아프리카와 남미 등으로 떠났다. 우리나라보다 형편없는 나라들에 가서 예산편성기법을 배워온다는 것이다. 핑계를 대도 그럴듯하게 댔으면 한다. 그들이 쓰고 오는 여비를 시설 아동들의 급식비로 보탰으면 아이들이 굶주림을 면했을 거라는 것이 신문들의 논평이다.

지난 선거기간 내내 정치인들은 정치개혁을 떠들어댔다. 모든 특권들을 내려놓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공무원들의 보수가 2.5%가 올랐는데 그들의 세비는 25%나 올렸다. 국회의원들 하고나서 매달 받는 120만원씩의 연금도 포기한다더니 예산에서 그대로 통과시켰다. 금년도 대통령의 월급이 매달 1억 9000만원이고 총리는 1억 7000만원을 받고 장관들은 1억 남짓한 액수를 받는다고 한다. 대통령은 하루에 약 700만원씩 받는데 한 달에 88만원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중노동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이 다수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너무 지나치지 않는가! 대통령이 하루에 70개 문서에 서명한다면 그는 문서 한 개 당 70만원씩 받는 꼴인데 그 액수는 젊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한 달 치 월급에 해당한다.

정치개혁을 한다는데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지만 무엇보다도 정치인들은 특권을 내려놓는 일로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독일에서 경험한 일이지만 녹색당 국회의원들은 자기가 받는 세비의 반을 정당운영비로 내놓고 자동차도 없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의정활동을 한다. 그래서 그들은 국회주차장에 자전거 주차구역을 만들어 달라고 데모를 했고 그래서 그들은 자전거 세워둘 적은 공간을 얻어냈었다. 그들은 비서 한두 명만을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자동차도 손수 운전하고 다닌다. 그들은 국가에서 정당운영비나 선거비용 등을 지원받지 않는다. 그래서 선거를 할 때도 한국처럼 야단법석을 떨지 않고 선거포스터를 붙이는 것이 고작이다. 국회의원들은 유럽출장도 많이 가는데 그들은 이제까지 무엇을 배워가지고 돌아왔단 말인가?

더욱 한심한 것은 지난 2일자 신문에 난 청와대 고위당국자의 말이다. 그동안 이명박 정부도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시도했고 정상회담도 열려고 했으나 북한에서 그 조건으로 5-6억 정도의 식량과 비료 지원을 요구해서 그 일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참으로 어이없는 이야기다. 남북정상회담과 같은 중요한 정치현안을 추진하는데 5억 정도의 지원을 북에서 요청한다고 그것을 포기하다니. 우리나라의 국가적 차원에서 보면 5-6억 원은 푼돈에 지나지 않으며 북한도 정상회담을 위한 조건으로서는 너무나도 적고 유치한 수준을 요구했다고 할 것이다. 남북한 사이에 정치적 현안들을 해결하고 경제적 협력을 증진한다면 남북화해는 물론 평화와 통일도 준비할 수 있는 사업을 돈 몇 푼 달라고 한다고 그것을 거절했다고 변명하는  것은 낮이 뜨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김대중, 노무현 정부들이 그 정도의 대가를 지불하고 정상회담을 실천에 옮기므로 평화를 확보했던 것을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는 “퍼주기를 하고 얻은 정상회담”이라고 비난했다. 보통사람들도 굶주리는 친지를 방문할 때는 그들이 먹고 마실 것을 가지고 간다. 그런데 북한이라는 곤궁에 처한 동족을 찾아가서 정상회담을 하는데 그 정도의 식량이나 비료지원을 하는 것이 아까워서 그 중대한 회담을 그만 둔단 말인가. 이명박은 원칙 있는 대북정책, 즉 상호주의를 회담의 전제로 삼고 있다. 그런데 굶주리는 친척을 찾아가면서 그들이 우리에게 줄 것이 없다고 빈손으로 가는 것이 그들이 말하는 원칙이며, 받을 것이 없으니까 주지도 않겠다는 것이 상호주의란 말인가? 그런 억지 주장을 하니까 북한은 천안함 폭침으로 그리고 연평도 포격으로 갚아준 것은 아닐까? 아무것도 주지 않으니까 북한이 대포로 응답한 것이 아닌가?

정부는 북한에 5-6억 원을 주기가 싫어서 정상회담을 포기하고는 30조가 넘는 국방예산을 짜놓고 있다. 북한보다는 3배나 많은 국방비다. 그 돈으로 최신예무기들을 사서 북한의 공격을 방어하고 여차하면 공격을 하겠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RQ 4 글로벌호크 무인정찰기를 사서 북한상공을 날면서 그들을 감시하고 필요하면 공격도 하겠다고 한다. 대당 가격이 8000억 원을 넘는다고 하는데 한국이 살 의향을 표시하자 미국은 대당 가격을 1조2000억 원 정도로 올리겠다고 한단다. 두 대만 사와도 2조 4000억 원으로 이렇게 비싼 비행기를 사서 북한을 감시함으로써 안보를 튼튼히 하겠다고 하지만, 그러한 감시행위는 남북한 사이에 긴장만을 조성하고 대립을 첨예하게 만들뿐이다. 만일 그것이 격추당하기라도 한다면 일거에 1조 2천억 원이 순식간에 날아가 버린다.

5.6억 들여서 비료와 쌀을 주고 정상회담을 해서 긴장완화와 나아가서 항구적 평화를 얻을 수 있는 길을 버리고 왜 1조원이 넘는 비행기를 사다가 긴장을 첨예화 시키고 안보를 위태롭게 해야 하는가? 이렇게 미국의 최신식무기를 사오는 것은 미국에 퍼주기 하는 것은 아닌가? 동족인 북한에 조금 퍼주는 것은 아까우면서 이방인인 미국에 엄청나게 퍼주는 것은 아깝지 않다는 말인가? 싼 돈으로 얻을 안전한 평화를 왜 이명박 정부는 비싼 돈 들여서 불안한 안보를 얻으려 하는가? 비싼 돈 들여서 얻은 안보가 천안함 폭침이며 연평도 포격이란 말인가?

한반도가 분단되고 60년이 넘었다. 이제는 더 이상 안보를 내세울 때는 지나갔다. 역대정부가 추구해온 국가안보가 그 얼마나 남북 간의 갈등을 가져왔으며 동시에 그 얼마나 경제적 비용을 요구했던가? 그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안보를 위해서 청춘들을 희생하고 때로는 생명을 잃었던가? 이제는 안보가 아니라 남북 간의 화해와 평화를 말해야 한다. 오늘날 세계경제위기에 처해서 우리 민족이 살 길을 안보가 아니라 화해와 평화의 길이다. 화해를 통해서 군비를 줄이고 회해를 통해서 통일의 길로 나갈 때다. 그래야 우리에게는 진정한 의미에 평화가 주어질 것이다. 이러한 평화가 주어질 때 불필요한 군사비를 줄이고 정치적으로도 안정되고 나아가서 경제적으로도 번영된 나라에서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이것이 2013년 새해를 맞는 우리에게 참된 희망이 되기를 기원한다.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이십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유대 사람과 이방 사람이 양쪽으로 갈려 있는 것을 하나로 만드신 분이십니다. 그는 유대 사람과 이방 사람 사이를 가르는 담을 자기 몸으로 허무셔서, 원수된 것을 없애시고, 여러 가지 조문으로 된 계명의 율법(국가보안법)을 폐하셨습니다. 그것은, 이 둘을 자기 안에서 하나의 새 사람으로 만드셔서, 평화를 이루시고, 원수된 것을 십자가로 소멸하시고, 십자가로 이 둘을 한 몸으로 만드셔서, 하나님과 화해시키시려는 것입니다.”(에베소서 2: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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