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있었던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총회 성공적 개최를 위한 공동선언문(이하 ‘공동선언문’)의 의의를 놓고, 에큐메니칼 진영 내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문규 선생(전 WCC 의장) ⓒ베리타스 DB |
먼저 이번 ‘공동선언문’이 그 형식적인 면을 놓고 볼 때, WCC 총회 반대를 외치던 세력을 누그러뜨렸다는 점에서 나름의 역할을 했다는 의견이 있었다.
‘WCC 부산총회 준비를 위한 전진대회’에서 축사를 했던 강문규 선생(WCC 전 의장)은 ‘공동선언문’에 대해 "과대평가할 것도 없고, 단지 몇 사람들이 작문한 것에 불과한 것"이라고 전제를 달고는 "다만 한기총과 NCCK가 악수하는 것에 의미를 찾으면 그 뿐이다"라고 평가했다. 이번 ‘공동선언문’이 WCC 총회를 앞두고 갈등을 빚어온 NCCK와 한기총이 연합의 명분을 찾은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견해였다. 그러면서 ‘공동선언문’에 대한 적극적인 의미 부여 노력에 "불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김근상 NCCK 회장 역시 "WCC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크게 틀리지 않다고 본다"며 ‘공동선언문’의 내용 보다 ‘공동선언문’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 즉 형식에 초점을 맞추기를 바랐다.
▲김근상 NCCK 회장 ⓒ베리타스 DB |
그러나 ‘공동선언문’의 내용을 들여다 볼 때는 득보다 실이 컸다는 견해도 있었다. 강 선생은 "내용적인 면은 신학적으로 문제가 많다"라고 잘라 말했고, 에큐메니칼 원로 서광선 박사(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선언문 내용을 보면 한기총의 근본주의적인 신학 입장을 그대로 발표한 것 같다"라며 NCCK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서 박사는 특히 이번 ‘공동선언문’에 대해 "일방적인 한기총 위주의 선언문처럼 보인다"면서 "NCCK 혹은 WCC 총회의 중심 아젠다인 정의, 평화, 생명 등에 관한 내용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다. NCCK가 뭘 대표하고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협조’라는 당근에 "WCC쪽에서 너무 많은 것을 내놓은 것은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공동선언문’에 ‘협조’의 내용에 관해선 일언반구도 없었음을 확인하기도 했다.
아울러 절차상의 문제도 지적됐다. 서 박사는 "이번 선언이 내부적 절차를 제대로 거쳐서 진행된 것인지 아니면 총무 개인이 토론 없이 개인적 차원에서 한 것인지 모르겠다"면서도 "총무 개인이 한 것이라면 월권 행위에 해당한다"고도 말했다. 이에 김근상 NCCK 회장은 "내부적인 토론이 있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공동선언문)내용적인 면에서 심각한 토론을 한 적은 없었다"고 말해 정상적 절차를 거치지는 못했음을 반증했다.
▲서광선 박사(이화여대 명예교수, 본지 논설주간) ⓒ베리타스 DB |
그러면서 "회장으로 직무를 유기한 부분이 있으면 책임을 지는 것이고, 총무로서 총무가 할 수 있는 권한을 넘어섰으면 총무가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어차피 정기실행위원회 때 다 밝혀질테니 기다려 보자"며 말을 아꼈다. 이 문제와 관련, ‘공동선언문’의 공동 서명자 NCCK 김영주 총무에게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통화를 시도했으나 운전 중인 관계로 연결되지 못했다.
한편, 지난 13일 발표된 ‘공동선언문’에는 △종교다원주의 △종교혼합주의 △공산주의 △인본주의 △동성연애 등이 복음에 반한다는 내용과 △초혼제 및 △개종 전도 금지주의에 반대하고, △성경 66권 무오설을 적극 지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WCC 총회 주제를 대표하는 정의, 평화, 생명 등에 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