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태진 목사 “실행위원회도 없앴다” 지적
신복현 목사 “김영주 총무에게만 떠넘길 일 아니다”
‘WCC 공동선언문’(이하 선언문)을 놓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NCCK, 총무 김영주 목사) 실행위원회가 큰 충격에 빠졌다. 17일 열린 NCCK 제61회기 제1차 정기실행위원회에서 실행위원들은 이번 사태에 대한 심각성을 공감했다.
무엇보다 선언문이 포함하고 있는 내용을 둘러싸고, 교회의 연합과 일치를 표방하는 에큐메니칼 정신에 큰 훼손을 가져올 만한 일이라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실행위원 김천영 목사(기장)는 "에큐메니칼 진영이 간직해 온 신학적 양심과 신앙고백을 송두리째 뒤흔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발언하는 암브로시오스 한국정교회 대주교. ⓒ베리타스 |
선언문의 전체적인 내용에 김광준 신부(대한성공회)는 "선언문의 내용은 근본주의적 시각이 바탕이 된 것"이라고 말했으며, 공산권 국가인 러시아 정교회 소속인 한국정교회 암브로시오스 대주교도 "신학적인 면에서 큰 오류가 있다. 정교회 뿐만 아니라 모든 교회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공산주의’ 반대를 천명한 이 선언문이 공산권 국가 교회들의 WCC 총회 참석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 있었다. 배태진 목사(기장 총무)는 "나라 간에도 (국익 차원에서)공산권 국가와 수교를 한다"고 전제하며 "공산주의권의 모든 가입 교회들이 어떻게 정부 눈치 안 보고 공산주의 반대한다는 데 (WCC 제10차 부산총회에)참여할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또 ‘개종 전도 금지 반대’를 명시한 것에 대해서는 "(NCCK는)불교 조계종에서 개신교회 교인들이 땅밟기 기도할 때 반대하고, 조계종에 찾아가 사과까지 했었다"며 "그런데 개종 전도를 말하며, 카톨릭도 정교회도 개종 전도의 대상이라고 말하는 것에 박수를 쳐야 할 형편이 되고 말았다"고 지탄했다.
▲배태진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 총무가 상임위의 리더십에 재차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베리타스 |
‘WCC 공동선언문’의 공동서명자 예장통합측 김삼환 목사(WCC 한국준비위원회 상임위원장)와 조성기 목사(WCC 한국준비위원회 사무총장)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배태진 목사는 WCC 한국준비위원회 상임위원회(이하 상임위)가 최근 실행위원회를 없앴다고 확인했다. 배 목사는 "그 동안 교단 총무들이 합의해서 고심 끝에 만들었던 실행위원회를 없애버렸다"며 "사실상 김삼환 목사와 조성기 사무총장이 모든 것을 전적으로 결정토록 되어 있다. 정관을 보시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공성을 따지지만 공공성이 없다"며 "의논이 모아져서 전체가 결정되는 (의사결정)구조 자체가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상임위의 의사결정 구조가 반민주적이라는 지적이다. 사실 상임위의 독단적 리더십은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었다. 지난 1년 9개월 동안 상임위의 결정을 제어하는 제대로 된 실행위원회를 연 건 단 몇차례에 불과했다. 반면 상임위는 정기회의, 임원회 등으로 수시로 모여 WCC 총회 준비에 관한 주요 정책을 결정해 왔다.
현재 WCC 한국준비위원회는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상임위원회와 실질적으로 사업을 집행하는 집행위원회, 그리고 각종 프로그램을 관장하는 프로그램위원회는 있어도 정책의 향방을 가늠하며 통제의 기능을 갖고 있는 실행위원회는 실종된 상태다. 흥미로운 것은 상임위에 이름을 올린 상임위원들이 이러한 의사결정 구조 문제에 대해 누구하나 문제 의식을 갖고 제대로 항의를 해 본 일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 같이 상임위가 어떤 견제도 받지 않고 독단적으로 일을 추진하고 있었기에 에큐메니칼 정신에 반하는 행보를 보인 이번 ‘WCC 공동선언문’ 사태 역시 예견된 일이었다는 평가다.
▲‘WCC 공동선언문’ 사태에 책임을 통감하며 발언하는 기독교대한감리회 선교부장 신복현 목사. ⓒ베리타스 |
그러나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상임위나 NCCK 김영주 총무에게만 떠넘길 일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다. 신복현 목사(기감 선교부장)는 회의 중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을 읆으며 "여기 있는 김영주 총무만 흔들린 게 아니다. 나 역시 흔들리고, 우리 실행위의 책임이기도 하다"고 말하고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김 총무에게 "흔들렸지만 다시금 줄기를 곧게 세우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간 돈과 (교회)권력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세’(勢) 중심의 WCC 상임위 움직임에 제동을 걸지 못하며, 무능함을 보여준 한 NCCK 실행위원 자격으로 내뱉은 통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