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규태 성공회대 명예교수(본지 편집고문) ⓒ베리타스 DB |
그 원인은 첫째 이번 선거라는 싸움에서 민주당의 패배 자체에서가 아니라 패배하고 보여주는 모습이 국민들을 허탈감에 빠지게 한 것 같다. 전쟁이나 선거에서는 질 수도 이길 수도 있다. 어느 한편이 승리하면 다른 한편은 지게 마련이다. 필자는 이번 민주당의 패배 자체를 문제 삼으려는 것이 아니라 패배한 민주당의 행태가 정말 한심스러워서 이 글을 쓴다. 총선에서나 대선에서 민주당은 지기는 했지만 완전히 참패한 것은 아니다. 총선에서 민주당은 패배했지만 의석수를 이전보다 늘렸으며, 대선에서는 유권자의 48% 이상의 지지를 받았다. 그런데 이 패배가 정말 뼈아픈 것은 승리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이 준비되어 있었음에도 민주당 자체가 잘못해서 패배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총선에서나 대선에서나 패배한 이후 민주당의 모습과 행태가 더 개탄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선거패배이후 국민들 앞에서나 승자인 새누리 당 앞에서 당당하고 기개 있게 책임지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국민의 절반이 그들을 지지해 주었음에도 그들은 완전히 패배주의에 사로잡힌 나머지 당당하게 패배를 인정하지도 못했고 또 지지해준 국민들에게 절절한 마음으로 감사를 표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패배의 책임을 다른 사람들이나 외적 요인들에게 돌리면서 당당하지 못하고 비굴한 모습을 보여 왔고 민망하게 행동했다. 대선출마자나 선거를 총 지휘한 사람들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고 뒤에서 분파로 나뉘어 당권경쟁이나 벌리는 모습들만 국민들 앞에 보여주었다.
처절한 패배 후에도 비상대책위원장도 제때 뽑지 못하고 시간을 보내다가 어줍지 않게 걸맞지 않은 낡은 인물을 위원장이랍시고 뽑고 격이 떨어지는 사람들을 위원들로 뒤늦게 임명했다. 그리고 나서 그들이 한답시고 처음 시작한 사죄행보라고 벌이는 생쇼를 보노라면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그들은 “회초리 민생현장 방문” 행사로 광주에 내려가 문의상 위원장이 “살려 달라”고 엎드려 울먹이며 하소연하는 꼴은 정말 목불인견이 아닐 수 없다. 회초리는 뭐고, 민생탐방은 무엇인가? 국민들에게 회초리 맞고 싶으면 왜 준비해 가지고 떠나지 않았고, 대선기간 중 그렇게 많이 쏘다닌 민생탐방을 왜 다시 벌리는 것인가?
민주당이 진정으로 석고대죄, 거적을 깔고 엎드려 국민과 지지자들의 처분을 기다리고자 한다면 공연히 시간과 돈쓰며 전국을 돌아다니며 헛된 쇼나 하는 짓을 집어치우기 바란다. 그리고 자신들이 소리 높여 약속한 특권포기부터 시작하기 바란다. 지난 선거기간 동안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모든 의원이 모여 의원세비 30%를 삭감하여 특권을 내려놓겠다는 결의를 했다고 발표했었다. 그러자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거기에 동조하는 발언을 했다. 그리고 국회의원 한 모든 사람에게 매달 지급받는 120만원의 연금도 폐기하겠다고 떠들어댔었다. 그런데 왜 해를 넘기면서 통과시킨 예산안에서 그것들을 반영하지 않았는가? 다른 특혜들도 문제지만 왜 공공연히 국민들과 약속한 약속을 내동댕이치고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쇼나하고 있는가? 그리고 국회의원들은 그 외에 약 200가지 넘는 특권들을 누리고 있는데 왜 거기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는가? 해외여행 할 때 1등석을 탈 수 있고 KTX의 2등석을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특권들은 누가 의원들에게 주었는가? 모든 특권들을 국민의 허락 없이 스스로 차지한 것이 아닌가? 특권 중 어느 것 하나라도 포기하겠다는 의원이 민주당 안에 한 사람도 없다는 것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외국에 연수한다고 돌아다니면서 스칸디나비아 제국의 국회의원들의 삶이나 활동들은 왜 배우지 못하는가? 예산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자마자 의원들은 예산결산 기법을 배우겠다고 외국으로 나가는데 그들은 무엇을 배워서 돌아왔는가?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왜 그들은 특권 없이 일하고 봉사하는 선진국 의원들로부터는 배우지 않는가?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 예를 들면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이나 독일같이 부유한 나라의 국회의원들도 한두 명의 보조관만 데리고 일하며 자동차와 기름 값 지원은 물론 운전수도 제공되지 않아서 스스로 운전한다. 이들 나라의 녹색당의원들은 주로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한국국회의원이 뭐가 잘났다고 서너 명의 보좌관에다 운전수까지 두고 모든 비용을 국가에서 지원받으면서 의정활동을 하려고 하는가?
민주당은 이러한 특권포기 특히 의원세비 30%삭감과 의원연금 120만원 폐기법안부터 당장 국회에 상정하고 같이 약속한 상대 정당들에게도 국민의 이름으로 압력을 행사하여 통과시키기 바란다. 그것과 함께 여타의 다른 특권들도 점차 포기함으로써 민주당은 국민들 앞에 진정한 참회의 모습을 보이고 행동으로 실천하기 바란다. 그 일을 시작할 때 얼어붙은 국민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녹일 수 있고 나아가서 더 많은 특권포기를 통해서 자기희생을 실천할 때 국민들은 감동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할 때만 민주당이 살 수 있고 국민들의 사랑과 감동을 얻게 되고 나아가서 국민들의 지지를 통해서 튼튼한 정당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아가서 정권창출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