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김성 칼럼] 만일에 당신에게 사람이 필요하시면

김성 목사·예수원교회(www.jesusone.kr)

▲예수원교회 김성 목사 ⓒ베리타스 DB
매우 가난한 사람들이 모인 아주 작은 시골교회가 있었다. 미국 동부의 테네시 주 애팔래치아산맥의 와츠 바라는 호숫가에 자리한 조그만 교회다. 이 교회는 부활절 해질 무렵에 세례(침례)식을 거행하는 관습이 있었다. 세례를 받을 사람들이 물속으로 걸어 들어가 세례(침례)를 받은 후 다시 물가로 나오면, 호숫가에 만든 작은 오두막에서 수건으로 몸을 닦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기다리고 있던 회중들과 함께 찬송을 부르고 저녁식사를 나누었다. 식사가 끝난 후 특별한 의식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새로 세례를 받은 사람들이 모닥불 주변에 둥그렇게 원을 그리고 앉아 불을 쬐고 있으면, 나머지 회중들은 그들 바깥으로 더욱 큰 원을 그리고 앉았다. 글렌 히키라는 이름을 가진 교인이 항상 새로 세례 받은 이들을 소개하는 일을 했다. 그들의 이름이 무엇이며, 어디에서 살며, 무슨 일을 하는 지 소개했다. 소개가 끝나고 나면, 바깥의 원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일어나 한 사람씩 안쪽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차례대로 제안을 했다.

“내 이름은 … 인데요, 만일에 당신이 세차를 하거나 다리미질을 할 사람이 필요하시면…”
“내 이름은 … 인데요, 만일에 당신이 장작 팰 사람이 필요하시면…”
“내 이름은 … 인데요, 만일에 당신이 집을 수리할 사람이 필요하시면…”
“내 이름은 … 인데요, 만일에 당신이 환자를 간병할 사람이 필요하시면…”
“내 이름은 … 인데요, 만일에 당신이 읍내에 나갈 차가 필요하시면…”
원을 한 바퀴 다 돌면서 이런 제안은 계속되었다. 그런 후에 그들은 모두 즐겁게 찬송을 부르고 함께 춤을 추었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퍼시 밀러라는 사람이 가슴받이가 달린 작업복에 엄지손가락을 끼고 앉았다가, 일어나서 “이제 헤어질 시간입니다”라고 말했다. 한 사람씩 회중이 떠나고 나면 그는 모닥불을 끄고 모래를 덮었다. 그런 후에 그는 목사님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크래독 목사님, 사람들이 이것보다 더 가까워졌던 적은 없지요?”

이 이야기는 미국 오클라호마시티의 메이플라워교회를 목회하고 있는 로빈 마이어스 목사의 최근작 <예수를 교회로부터 구출하라>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로빈 마이어스목사는 이 아름다운 이야기 속의 행복한 목사로부터 이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며, ‘만일 이것이 기독교이며 이들이 예수를 따르는 사람들이라면, 나도 그들 중 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로빈 마이어스 목사는 교회가 개인의 영혼구원과 물질적 번영에 사로잡혀 믿음을 거래로 둔갑시킴으로써 예수님이 꿈꾸었던 하나님의 나라의 비전과 구체적인 사랑의 실천을 잃어버린 것을 몹시 안타까워했다. 그는 교회가 단지 신자들의 ‘모임’이 아니라, ‘사랑의 공동체’로서 오늘날처럼 깨어진 세상 속에서 서로 사랑을 나누고 정의와 평화를 구현하는 일에 진정으로 헌신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기독교가 예수를 그리스도로 경배하는 것(Worshiping Christ)만을 최선으로 여길 뿐 어떻게 예수를 따를 것인가(Following Jesus)를 고민하지 않는다면 기독교의 미래는 암울하다. 로빈 마이어스 목사는 역사적 예수를 연구하는 <예수세미나>회원이다. 그는 예수가 선포한 ‘구원’이 이 땅위의 삶속에서 고통당하는 사람들을 그 현재적 고통에서 건져주는 ‘고통의 치유’라는 사실에 주목하였다. 때문에 교회가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오늘 여기(Here and Now)’의 현실 속에서 실제적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현재적 치유의 구원’을 선포하고, ‘치유의 구원’을 하나님의 은총의 선물로 그들에게 안겨줄 수 있을 때 비로소 참된 예수의 교회라고 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이러한 신앙을 바탕으로 메이플라워교회는 한 달에 600명의 노숙자를 먹이고 입히며, 니카라과산악지역에 연중무휴의 진료실을 세웠고, 청각장애아동들을 위한 고아원도 설립했다. 노인들의 집을 수리해주고, 공립학교 학생들의 공부를 도와주며, 자폐증아이들을 위한 종합프로그램을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이라크전쟁 중에는 교회가 반전운동의 중심역할을 했다. 메이플라워교회는 이런 구체적인 사랑의 실천과 정의, 평화운동에 깊이 헌신하면서 출석교인 650명가량의 탄탄한 교회로 성장하게 되었다. 이미 부흥을 경험한 뒤 이러한 사랑의 실천에 나선 것이 아니라, 사랑을 실천하는 힘이 교회를 부흥하게 만들었다. 

작년 12월 6일, 한국기술자격검정원에서 실시한 미용사자격시험에서 71세의 할머니가 최고령으로 합격하였다. 이 분야의 합격자 평균연령은 29세다. 용인에 사는 서태석이란 이름의 할머니는 미용기술을 배우기 시작한 지 8개월 만에 합격의 기쁨을 맛보았다. 왜 그 연세에 미용기술을 배울 생각을 하게 되었냐는 질문에 할머니는 이렇게 답했다. “교회 봉사활동에 참여하면서 형편이 어려운 분들은 머리 손질 한번 하기가 힘든 상황을 보고 이런 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하는 생각에 자격증 취득에 도전하게 되었다” 자격증을 취득한 후 서 할머니에게 새로운 꿈이 생겼다고 한다. 형편이 어려운 분들에게 상시적으로 무료 머리손질을 해 주고 외로운 어르신들에게는 사랑방도 될 수 있는 작은 미용실을 개원하는 것이 새로 가지게 된 꿈이다.

로빈 마이어스 목사는 기독교인들이 예수를 예배하는 데만 머물지 말고 예수를 닮는데(Imitation of Jesus) 헌신해야 한다며, 기독교인이라면 다음의 질문에 정직하게 답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당신은 예수를 따르기 위해 무엇을 기꺼이 포기하고 있는가?” 나는 로빈 마이어스 목사의 이 질문을 이렇게 슬쩍 바꾸어 묻고 싶다. “우리는 예수를 예배하는 일 외에 예수를 따르며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

김성 목사는 부산대 독어독문학과를 중퇴하고 한신대학교와 신학대학원에서 신학과 교회사학을 공부했다. 경남 거제도와 남해에서 목회한 후 서울 명일동에 예수원교회를 개척해 섬기고 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경남노회 서기, 부노회장을 역임했으며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 평화통일위원회 서기를 역임했다. 현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화해통일위원회 위원으로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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