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제10차 총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공동선언문」은 폐기되어야 합니다!
우리 에큐메니칼 기독여성들은 지난 1월 13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홍재철 대표회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김영주 총무, WEA총회 길자연 준비위원장, WCC 제10차 총회 한국준비위원회 김삼환 상임위원장이 공동 서명하여 발표한 ‘WCC 제10차 총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공동선언문’(이하 ‘공동선언문’)에 대해 깊은 우려와 더불어 이 문서를 수용할 수 없음을 밝히는 바입니다. 왜냐하면 이 선언문은 결정적으로 WCC 제10차 총회 주제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에 반하는 것으로서 WCC의 정신을 훼손함은 물론, 가부장적 신학과 종교의 매카시즘을 기반으로 하고 있을 뿐 아니라 과정상으로도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발표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난 1월 17일 예큐메니칼 진영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실행위원회시 발표한 “WCC 제10차 총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공동선언문에 대한 우리 입장”을 지지하면서 다음과 같이 우리 에큐메니칼 기독여성들의 입장을 밝힙니다.
<다 음>
1. 공동선언문에서 밝히고 있는 4가지 주장은 한국교회 에큐메니칼 진영뿐만 아니라 에큐메니칼 기독여성들이 간직해 온 신학적 양심과 신앙고백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입니다.
더욱이 이 문서가 수용될 경우 WCC 총회 성사와는 별개로 이 문서가 갖고 있는 신학적 내용들로 인해서 우리 기독여성들이 벗어나고자 했던 가부장적 신학의 올무에 다시 걸릴 수 있기에 이를 심각하게 우려합니다. 우리 기독여성들은 WCC 신학과 선언들에 의해 성차별적 신학과 교권주의적 교회풍토에서 받아 온 고통과 상처들을 치유하고 하나님의 형상으로서의 존엄성을 회복하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런데 이 문서를 보면서 다시금 가부장적이고 차별적인 신학과 신앙으로 돌아갈 것을 강요받는 것 같아 비통함과 한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어떠한 명분으로도 다시금 가부장적 신학으로 회귀할 수 없음을 밝힙니다.
2. 우리는 WCC 제10차 총회 한국준비위원회(이하 한국위원회)가 이번 총회 준비를 하면서 WCC의 정신이나 총회주제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우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총회 주제의 배경이나 내용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면 이런 공동선언문을 도출해낼 수 없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주제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채 성공적인 총회를 이루어 낼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한국위원회는 이 문서가 내포하고 있는 위험성을 직시하고 이 공동선언문을 폐기하고, 신중하게 심기일전하여 WCC 10차 총회를 준비해야 합니다.
3. 우리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교회협) 총무가 이런 공동선언문에 대해 합의했다는 것을 납득할 수가 없습니다. 주지하다시피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는 성서무오설과 축자영감설을 들어 여성안수를 반대하고 가부장적 신학을 정당화하여 여성제자직을 거부하는 교단들이 가담되어 있는 단체입니다. 교회협의회는 WCC 방향에 따라서 여성과 함께 하는 에큐메니칼 10년, 교회에서의 남자와 여자의 파트너십, 여성에 대한 폭력을 극복하는 폭력극복 10년 등을 통해서 교회에서의 여성참여 증진, 정의와 평화를 위한 여성의 공헌을 인정하고 여성의 눈으로 신학하고 영성을 진작하는 일 등을 이끌었고, 이를 통해서 성평등교회를 지향하며 에큐메니칼 여성지도력을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해왔습니다. 이런 교회협 총무가 성차별적 기독교단체와 공동선언문에 합의했다는 것은 에큐메니칼 기독여성으로 납득할 수도 없고 용납할 수도 없습니다.
4. 우리 기독여성들은 한국 부산에서 열리는 WCC 10차 총회가 제대로 이루어지기를 원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WCC 10차 총회 한국준비위원회 집행위원장인 교회협의회 총무 김영주 목사는 교회협 실행위원회에서 “절차와 과정을 지키지 못한 점과 생각과 용기가 부족해서 그 경계선을 바로 설정하지 못했다”고 잘못을 고백한 바 있습니다. 우리는 한국준비위원회와 교회협의회에 공동선언문의 폐기를 강력하게 요구합니다. 공동선언문 폐기와 더불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반의 장치들을 마련할 것을 촉구합니다. 만약 이 공동선언문이 폐기되지 않은 채 WCC 10차 총회를 추진한다면, 이렇게 해서 열리는 WCC총회는 우리 에큐메니칼 기독여성들에게 존재의미와 가치가 없다고 사료됩니다.
우리 에큐메니칼 기독여성들은 2013년 한국에서 열리는 WCC 10차 총회가 총회의 주제처럼 “생명의 하나님을 찬양하고, 성령의 이끌림에 의해 정의와 평화의 세계로 만드는 일에 기여할 수 있는” 총회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만일 공동선언문 폐기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우리의 희망은 절망으로 변할 것이기에 그렇게 열정적으로 기다리고 참여하고자 한 WCC 총회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에큐메니칼 기독여성들은 한국준비위원에서 활동 중단을 고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공동선언문 사태를 보면서 우리 에큐메니칼 진영도 뼈아픈 반성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번 사태는 대형교회의 힘에 휘둘리고 있는 한국교회의 현실과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에큐메니칼 기독운동에도 책임이 있음을 직시하면서 우리를 성찰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합니다.
이러한 한국교회의 현실을 알면서도 제대로 역할하지 못한 우리 기독여성들의 무력함을 절감합니다. 그러나 예수의 부활의 첫 증인이 되었던 초대교회 여성들처럼, 한국기독교여성들이 함께 일어나 생명과 정의와 평화의 파수꾼이 될 것을 다짐합니다.
2013년 1월 24일
에큐메니칼 기독여성
고상균 곽분이 구미영 김명현 김민영 김민지 김수산나 김순영 김신아 김애영 김정숙 김지은 김혜숙 김혜원 남궁희수 박혜숙 서옥희 성명옥 신 선 윤소정 이난희 이숙진 이영미 이윤숙 이은선 인금란 정숙자 조진경 최소영 최영실 한국염 함인숙 홍보연 황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