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하나님 나라, 자본주의·공산주의에 예속되지 않아”

김기석 교수, 동성연애 "소수자 문제로 봐야”

▲성공회대 김기석 교수 ⓒ베리타스 DB
성공회대 김기석 교수가 ‘WCC 공동선언문’(이하 선언문)에 명시된 공산주의 반대와 관련해 그 저변에 흐르는 ‘자본주의는 선이고 공산주의는 악’이라는 선악 이원론에 함몰된 일부 기독교인들을 향해 "하나님의 나라는 결코 자본주의나 공산주의를 통해 완성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김 교수는 지난 4일 오후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 소강당에서 열린 에큐메니칼 신학 심포지엄에서 "하나님의 나라는 자본주의 혹은 공산주의에 예속되지 않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교수는 "일부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을 인정하는 자본주의는 기독교, 무신론에 기반한 공산주의는 반기독교라고 단순화시켜 자본주의 입장을 대변하여 반공 이데올로기 투쟁에 앞장선다"면서 이번 공동선언문에서 "공산주의 반대를 표명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자본주의가 섬기는 것은 "하나님이 아니라 돈"이라고 일갈하며, "성서는 곳곳에 하나님 대신 금을 섬기는 것이 곧 우상숭배이며 하나님에 대한 배신임을 증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본주의가 선’이라는 착각 속에 살아가는 일부 기독교인들의 잘못된 사고에 경종을 울린 것이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공산주의의 이론적 토대인 과학적 유물론이 무신론인 것처럼, 자본주의의 물신숭배도 심각한 하나님에 대한 도전이며 불신앙"이라며 "기독교인이 특정한 이데올로기의 무비판적인 신봉자가 되어 다른 이념을 반대하는 일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하나님의 나라의 지평은 "자본주의 보다 더 넓고 공산주의 보다 더 높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공산주의 및 자본주의 대한 세계교회협의회(WCC) 공식적 입장도 확인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WCC는 공산주의에 대해 "새로운 형태의 부정의와 억압을 초래했고 불필요하고 터무니 없는 정치선전을 일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산주의가 기독교와 적대관계에 있는 이유로 △새 질서의 주체인 프롤레탈리아 계층은 죄가 없다고 주장하며 △결정론적 유물론에 입각한 인간론 △적대자에 대한 무자비한 타도 △공산당에 대한 절대적 충성 요구와 일당 독재를 지향하는 점 등을 꼽았다.

이어 자본주의에 대해 WCC는 △인간의 필요를 충족시켜야 할 경제의 주된 임무를 상실하고 모든 부를 소수 자본가에게 예속시켰고, △불평등을 초래해 가난한 자에게 고통을 안겨주었으며 △황금만능주의와 물질주의를 만연하게 했고 △집단적 실업과 해고를 초래한 점 등을 들어 비판적 성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김 교수는 선언문에 명시된 ‘동성연애 반대’에 대한 입장도 더불어 밝혔다. 그는 동성애 문제가 WCC를 비롯해 세계교회에 여전히 "뜨거운 감자"임을 확인하며 "동성애 문제에 대한 시각에 있어서 북미와 유럽의 교회와,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교회가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김 교수는 이어 성서적 관점에서는 "동성애는 죄악으로 묘사되고 있다"고 확인하면서도 심리학 및 의학의 관점에서 동성애는 "육체적 질병이나 정신병리학적 문제로 분류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통계에 따르면, 인구 중 최소한 3% 내지, 많게는 10% 정도가 동성애자 혹은 그러한 경향을 지닌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동성애를 죄악시 할 경우 집단 동성애자로 타고난 교회와 사회 안의 일부 구성원들을 죄인으로 규정하고 소외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만일 동성애 현상이 본인의 의지로 바꿔지지 않는 천성적으로 타고난 성적 취향이며 자연스러운 현상의 일부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동성애는 단죄 받아야 할 죄악이 아니라 소수자의 문제로 보는 것이 상식적 접근이 아닐까 한다"고 자신의 견해를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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