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화 시대 기독교의 두 얼굴’ |
오늘날 한국교회는 460여년 전에 일어났던 종교개혁의 전통으로부터 얼마나 멀어져 있을까? 종교개혁의 출발은 당시 부패한 교회 권력에서 비롯됐다. 그 권력의 중심엔 동전의 양면처럼 맘몬이란 우상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면 오늘날 한국교회는 어떤가? 종교개혁 시절 부패상인 ‘교회 권력’ ‘맘몬’으로부터 자유롭다고 선뜻 대답할 수 있을까?
얼마 전 한국 기독교의 신학사상과 교회가 그리스도의 복음과 종교개혁의 전통으로부터 일탈하게 된 이유를 밝히는 책인 ‘세계화와 기독교의 두 얼굴’(손규태 저)이 출간됐다. 저자는 이 책에서 1970년대부터 미국 자본주의 기업 경영 원리인 ‘교회성장론’이라는 반성서적인 사상이 한국교회를 장악해 감으로써 한국교회는 물신숭배, 성공주의, 경쟁주의, 샤머니즘으로 뒤범벅된 기괴한 집단이 되고 말았다고 혹평한다.
성서만으로 판단하고, 믿음으로 의롭게 되고, 은총만으로 같이 산다는 종교개혁의 전통은 온데 간데 없고 공적만으로 구원받고 경쟁만으로 살아 남아야 한다는 자본주의 원리가 교회를 장악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저자는 하나님이 있어야 할 자리에 맘몬이 있게 됐다는 과격한 주장도 서슴치 않는다.
이 맘몬과 함께 저자 손규태 교수(성공회대 명예)는 한국교회를 병들게 하는 또 다른 요소로 종교와 정치의 유착 관계를 들었다. 저자는 “신보수주의는 한국 교회 안에서 강력한 교두보를 확보해 그들의 사상을 전파하고 있으며 나아가 정치적 세력화를 꾀하고 있다”고 날카롭게 지적한다.
그는 이어 “이러한 기독교 신보수주의의 왜곡된 정치화는 남북 화해와 통일로 나아가는 길에 커다란 장애가 될 뿐만 아니라 건전한 민주주의 발전에도 해악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경고하고, 아울러 “한국이 경제적으로 정의로운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데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밖에도 이 책에서 그는 선교 지상주의를 교회 지상주의로 오해한 한국교회가 예수를 교회 안에만 가둬 두려는 점, 교리란 붓으로 한국교회가 예수란 초상화에 너무 많은 덧칠을 해 예수의 본 모습을 알아보기 힘들게 됐다는 점을 지적했으며 에큐메니컬 운동이 교회 정치를 위한 친목적 성격에서 벗어날 때 발전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냈다.
장별로 살펴보면 제1부 ‘세계화와 기독교’에서는 세계화의 기독교적 뿌리를 밝히고 기독교가 중세, 근대를 거쳐오면서 지배 사상 내지는 지배 세력과 결착하여 예수의 복음으로부터 일탈하는 과정들을 밝힌다. 중세기 로마 제국의 봉건체제의 지주로서, 15세기 이후에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식민주의 세력의 결탁자로서, 19세기에는 영미 제국주의 세력의 선도자로서, 그리고 오늘날에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지원자와 특혜자로서의 기독교를 다룬다. 독일 개신교 경제백서에 나타난 ‘사회적 시장경제’에 대한 신학적 비판은 하나의 대안으로 소개한 것이다.
이어 제2부 ‘한국의 신학적 현실’에서는 한국 교회의 신학과 신학 교육의 모순점들을 다룬다. 미국 선교사들의 보수적 신학 전통을 전수 받은 대부분의 신학대학들과 교회에서는 앞서 1부에서 언급한 기독교의 왜곡된 전통들을 비판 없이 가르치고 있다. 여기에 대한 대안으로서 탈근대주의, 탈식민주의 시대의 한국 신학이란 주제로 전통적 보수적 신학운동의 극복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한국 교회의 사회 선교에 관한 연구』에서는 그동안 전통적 선교론의 극복을 위해 노력해 온 한국의 실천적 신학자들을 소개한다.
제3부 ‘한국 교회의 신뢰성 위기’에서는 한국 교회의 신뢰성 위기가 교회를 지배하고 있는 자본주의 원리, 군사 문화, 열광주의(샤머니즘) 등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고 그것들의 극복을 위한 대안으로서 민중신학, 특히 안병무의 교회론을 소개한다. 교회 안에서 민중이 주인이 되고 은혜의 원리에 따라서 같이 나누는 성례전적 공동체를 지향하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