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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 칼럼] 기독교야말로 불판을 갈아야 한다

김성 목사·예수원교회(www.jesusone.kr)

▲예수원교회 김성 목사

제265대 교황 베네딕토 16세(85세)가 현지시각으로 2월 10일 전격적으로 교황퇴위를 선언했다. 이유는 고령으로 인한 직무수행의 어려움 때문이다. “하느님 앞에서 나의 양심을 거듭 성찰한 결과 고령으로 내 기력으로는 더는 교황의 직무를 적절히 수행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확실한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퇴임발표문에서 교황이 밝힌 퇴임의 이유다. 교황은 2013년 2월 28일 오후 8시를 기해서 교황직이 공석이 된다며 후임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의 소집을 요구했다. 종신직인 교황이 선종에 앞서 자진 사임한 것은 1294년 첼레스티노 5세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세계 각국은 베네딕토교황의 퇴임 결정을 높이 평가하며 깊은 존경과 신뢰를 아낌없이 보냈다. 재임 중 “참된 교회는 가톨릭교회뿐”이라는 발언으로 개신교를 포함한 타종파의 비난을 사기도 했고, 보수적인 성서관과 신학으로 가톨릭내 진보진영으로부터도 시대착오적이란 비판을 받아온 그였지만, 이번의 자진사임으로 교황은 가톨릭내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심지어 타종파로부터도 존경과 신뢰를 한 몸에 받게 되었다. 깨끗한 물러남으로 도리어 재임 때보다 더한 존경과 사랑, 신뢰를 얻게 되었다. 가톨릭이 사회 대중일반으로부터 개신교에 비해 월등히 높은 신뢰를 받는 이유가 바로 이런 모습 때문이다.    

이에 반해 우리사회에서 개신교 지도자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딱하기 그지없다. 이번에 교황이 보여준 모습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2011년, 한국기독교를 대표한다고 자처하는 한기총의 회장선거가 10당5락이라는 관행(?)속에 세속정치 뺨치는 추악한 금권선거였음이 밝혀졌다. 회장 자리를 둘러싼 한기총 내부의 권력다툼의 와중에 까발려진 추악한 불법선거실태는 급기야 사법부에 의해 한기총 회장의 직무가 정지되고, 교계와 사회 일각에서 한기총 해체운동까지 불러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한기총은 성명을 내어 이런 뻔뻔한 주장을 편 바 있다. <한기총 대표 자리는 가톨릭 추기경과 불교 총무원장 자리와 하등 다를 바가 없다할 것인데, … 평신도가 한국 기독교를 대표하는 수장 자리에 앉아 1,200만 성도를 다스릴 수 있겠느냐?> 사법부가 임명한 한기총 회장 직무대행을 맡은 김 모 변호사가 단지 교회집사라는 이유로, 일개 집사가 감히 가톨릭 추기경급인(?) 한기총회장의 직무를 대행한다는 것은 무엄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라며 한기총이 눈알을 부라린 것이다.

또한 재판장 최 모판사가 불교신자라는 이유만으로 사법부는 한기총을 판단할 자격도 권한도 없다는 망언을 하며 불법을 저지른 한기총 지도부를 감싸고돌았다. 참으로 해괴하고 망측하기 짝이 없는 짓을 21세기 대한민국의 자칭 추기경급 목사들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저질렀다. 당시 세간에서는 한기총의 이런 몰지각한 행태를 두고 혀를 끌끌 찼다. 마치 세속 황제의 권한을 능가했던 중세 교황의 권세를 가지고 있기나 한 듯이 행세하는 한기총의 시대착오적이고 오만한 행태에 대해 비난이 들끓었다. 뿐만 아니라 한기총회장을 역임한 목사들이 하나같이 염치를 불문하고 맡고 있는 교회를 줄줄이 자기 자식에게 세습하는 모습을 보며 교회를 사유화하고 교회의 부와 권력을 대물림하려는 그들의 끊임없는 탐욕에 치를 떨었다. 개신교가 사회 대중일반으로부터 몰염치하고 탐욕스런 이기적인 종교집단으로 외면 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분명 이들 개신교 대표, 교계지도자를 자처하는 이들의 이러한 볼썽사나운 모습 때문이다. 최근에는 한국교회에 제자훈련으로 유명한 강남의 초대형교회의 담임목사가 박사학위논문표절사건으로 사임압력을 받으며 또다시 한국교회에 대한 일반대중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개신교 지도자들의 혼탁한 추문에 넌덜머리가 난 일반대중들은 교황과 같은 가톨릭지도자들의 살신성인하는 모습을 보며 신앙의 생수를 만난 듯이 기뻐하고 있다. 

기독교, 특히 개신교의 위기는 이제 몇몇 뜻있는 교회와 인물의 노력만으로 타개하기 힘든 고질적이고 체제적인 문제가 되고 말았다. 법과 제도와 체제를 바꾸지 않으면 그 나물에 그 밥이 될 수밖에 없다. 새물이 들어와도 흙탕물이 될 수밖에 없다. 개신교야말로 이제는 정말 불판을 갈아야 할 때다. 더러운 불판 위에 깨끗한 생고기 올려봐야 불판의 찌들은 때가 묻지 않을 도리가 없다. 불판을 갈아야 한다. 교회를 가업 물려주듯 세습하는 체제, 돈봉투를 돌려야 감투를 얻어 쓰는 선거제도, 교인의 대표로 직분을 얻은 자가 버젓이 교회의 주인 행세하는 체제, 목회자를 종업원 뽑듯하는 청빙체제, 박사학위가 목회자의 벼슬이 되는 체제를 바꾸지 않는 한, 교회세습도, 돈봉투 선거도, 사람이 교회 주인노릇 하는 일도, 목사가 논문표절해서 가짜박사 행세하는 일도 없어지지 않는다. 기독교야말로 이제 다시 불판을 갈아야 정녕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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