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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식 칼럼] 에큐메니즘 이데올로기의 파쟁

이장식·한신대 명예교수

▲이장식 한신대 명예교수(본지 회장) ⓒ베리타스 DB
요즘 한국교계에서는 에큐메니칼 운동, 즉 에큐메니즘이 일종의 이데올로기로 간주되어 심각한 쟁론 또는 파쟁이 되고 있다. 러시아의 전 대통령 고르바초프가 ‘신사고’라는 슬로간을 내세워 러시아의 공산주의 정치를 마감함으로써 미국과의 이데올로기 전쟁이 끝나게 되었다고 하며, 이제는 더 이상 이데올로기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데올로기 곧 이념은 없어지지 않는 것이다.

주지하는 바 지난날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NCCK)를 대표할 만한 4인의 ‘세계교회협의회(이하 WCC) 공동선언문’이 결국 두 기관의 화해를 이끌어 내지 못하고 NCCK 가맹교단들의 강한 반발로 NCCK 총무가 그 성명서의 책임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 성명을 폐기한다고 선언하여 한기총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한기총은 NCCK와 더 나아가서는 WCC를 하나의 ‘이데올로기 집단’이라고 정의하고 4인 공동선언문에 기록된 주요항목들(타종교 개종운동 반대, 동성애 반대, 공산주의 반대, 성경의 문자 무오성)을 NCCK 가맹교단들이 용납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을 ‘독선’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도 한기총측의 성명에서 한기총측의 소위 보수주의 교단들은 "에큐메니칼 운동을 하고 있다"고 말함으로써 과거에도 예장의 진보와 보수 사이의 분열의 주요 원인이었던 ‘에큐메니칼 운동’이 이제는 분열의 씨가 아닌 것처럼 주장했다. 그리하여 이제 한국교계에서 ‘에큐메니즘’의 두 파가 생긴 셈이고 그리고 누가 에큐메니즘에 더 충실하냐의 경쟁이 생긴 셈이다.

그런데 문제는 에큐메니즘이라는 이념의 정신의 이해와 실천 문제이다. 즉 어느 파가 더 에큐메니칼 하냐의 문제이다. 에큐메니즘은 그리스도의 교회를 하나의 집으로 삼고 그리스도교 신앙의 기본적인 고백에 일치하면 신학, 교리, 제도 등등이 다소 달라도 서로 관용하여 복음선교에 협력한다는 것이다.

필자의 생각에는 그 4인의 공동성명이 금년 10월에 한국에서 모이게 되어 있는 WCC 10차 총회를 평화롭게 열리도록 하기 위해 네 사람의 성명서를 만들었는데 그 내용이 너무 간단해서 오해와 반대를 살만한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한기총측에서는 그 성명의 조항들을 한기총(보수계)이 고집하고 있는 것인데 그것을 NCCK 교단들이 이해해 달라 또는 인정해 달라는 뜻을 가진 것이었다며 그 뜻을 선언문에서 좀 나타내는 것이 되었으면 NCCK 교단들도 이해하고 수용했을 것이 아니었을까? 왜냐하면 WCC에 가담한 회원 교파들 중에는 한기총과 같이 보수적이어서 그 선언문의 조항들에 동의하는 교단들도 있기 때문이며, 따라서 한국의 NCCK 교단들도 그러한 뜻이 담긴 선언문이었으면 굳이 반대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는 바이다.

WCC는 "예수 그리스도는 성경에 기록된대로 하나님의 아들이며 우리의 구주이다"라는 간단하면서도 기독교의 기본 신앙에 동의하는 교파와 단체는 다 회원이 될 수 있게 했다. 이 기본사항에 이의를 가진 교파들은 WCC에 가입하지 않았다. 한국의 보수계 교단들도 다 이 기본신앙에 일치할 것이다. 그러나 교리와 신학이나 제도가 달라서  WCC 회원 교단이 될 수 없는 것이 아니고 신학과 교파가 같은 교단끼리 따로 모이겠다면 WCC와는 다른 기구를 만들 수 있다. 그것이 세계복음주의연맹(WEA)이고 여기에 한기총이 가입해 명년에 한국에서 WEA의 총회를 모이게 한기총이 초대하는 것이다. 그리고 WEA도 하나의 에큐메니칼 운동 단체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한기총측이 자신들도 ‘에큐메니칼 운동을 한다’라고 주장한 것일 것이다.

하여 이제는 소위 ‘에큐메니칼 운동’이란 이념 때문에 한국교계가 갈라져서 싸울 필요는 없고 누가, 어느 편이 더 에큐메니칼 한지 곧 선의로 경쟁할 때가 왔다고 생각되는데 에큐메니즘 이념을 가지고 파쟁을 일삼을 필요는 없다. 물론 일부에서는 한기총과 한교연(한국교회연합회)이 다시 통합되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있지만 통합되면 좋은 것이고 통합이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각기 연합사업을 충실히 하면 될 것이다. 다만 파쟁을 일으키지만 않으면 될 것이다.

에큐메니즘은 ‘다양성 속의 일치’라는 것인데 이제 세계는 다양성을 서로 인정하고 화합하고 협력하는 공생의 시대에 들어섰다. 기독교 역사에서 언제 어디서나 다양성은 가지고 있었고 다만 평화스럽게 공존하는 문제만이 중요하였다. WEA와 WCC는 이제 형제 단체로서 선교사업에 협력하고 공동으로 노력하고 있는데  한국교계에서는 불구대천인양 생각하고 싸울 필요가 없다. 한기총의 보수계도 이제는 과거와 같은 ‘독선’을 버려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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