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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순 칼럼] 사람의 길, 뱀의 길

박재순 씨알사상연구소장 · 목사

숲의 포식자이며 파괴자였던 파충류인 공룡의 끄트머리 자손이 뱀이다. 뱀은 먹고 살자는 생존본능과 목적에 충실하게 진화한 동물이다. 뱀은 먹고 살아남기 위해서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몸의 모든 요소들을 없애버렸다. 팔과 다리, 눈과 귀와 코도 없애고 입만 크게 만들고 날카로운 이빨과 독을 품게 되었다. 먹이를 잡아먹고 몸을 잘 숨길 수 있도록 진화한 것이다. 뱀은 먹이를 찾고 몸을 숨기기 위해서 땅바닥을 구불구불 기어 다닌다.

사람은 뱀과는 정반대의 길로 진화했다. 사람은 하늘을 향해 곧게 서서 사는 존재가 되었다. 하늘을 향해 곧게 서면 적에게서 쉽게 공격을 받을 수 있다. 생존의 위험을 무릅쓰고 하늘을 향해 곧게 일어섬으로써 사람은 팔과 다리를 섬세하게 발달시키고 눈과 귀와 코를 발달시켰다. 손톱과 발톱은 약하고 부드러워지고 이빨은 작고 뭉툭해졌다. 눈은 맑고 투명해지고 생각하고 말함으로써 속 마음을 표현하고 소통하고 사귀는 존재가 되었고 협력하고 협동하는 존재가 되었다. 사람은 상생과 평화, 사귐과 협동을 위해 준비된 동물이다. 

성경에서 아담과 하와가 뱀의 꼬임을 받아 선악과를 따먹고 타락했다는 이야기는 사람이 사람의 길로 가지 않고 뱀을 따라서 뱀의 길로 가게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사람은 생존의 위험을 무릅쓰고 하늘에 머리를 두고 서로 소통하고 사귀는 삶을 살도록 진화된 존재다. 사람의 몸은 예술적 감성을 표현하도록 섬세하게 진화된 존재다. 생각하고 말하는 이성과 고귀한 영성을 지닌 사람은 서로 주체로서 사귀며 서로 살리고 협동하는 삶을 살도록 진화된 존재다. 뱀처럼 먹고 생존할 목적을 위해서만 진화된 존재가 아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고 서로 주체로서 상생과 평화의 사회를 이루려면 사람은 하늘을 향해 곧게 일어서야 한다. 사람의 몸이 하늘을 향해 곧게 서는 존재로 진화한 것은 몸과 마음을 곧게 해서 주체로 살도록 진화한 것이다. 사람이 머리를 숙이고 몸을 구부리는 것은 땅의 물질과 그 유혹에 굴복하는 것이다. 이성과 영성을 가진 인간이 물질과 물질의 힘에 굴복하는 것은 우상숭배다. 사람은 하늘에 머리를 두고 곧게 서서 살아야 한다.

유영모는 사람을 ‘하늘을 향해 솟아올라 앞으로 나가는 존재’로 보았다. 사람은 땅을 딛고 솟아올라 앞으로 나아가는 존재다. 솟아올라 앞으로 나아감으로써 사람다운 사람이 되고 자유로운 주체가 되어 서로 사귀며 평화로운 사회를 이룰 수 있다. 함석헌도 사람이 하늘과 땅 사이에 곧게 서는 존재임을 강조했으며 “눕는 것보다는 앉는 것이 낫고 앉는 것보다는 일어서는 것이 낫다.”고 했다. 사람은 하늘을 향해 곧게 일어서야 감성과 이성과 영성을 실현하고 서로 주체로서 서로 돕고 살리는 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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