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김영주 목사, 이하 NCCK)) 교육훈련원이 2013년 상반기 ‘목회자 인문학 독서모임’을 진행한다. NCCK는 이번 모임의 취지에 대해 "목회자들이 모여 목회철학과 목회에 영향을 준 한 권의 책을 신학적, 신앙적으로 나누는 일은 하나님과 마주선 신앙인으로서의 본질을 성찰하는 일과 동시에 2천년 이어지고 있는 하나님의 역사를 이해하고 오늘의 교회역사를 새롭게 하는 힘을 축적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임의 형식은 매달 한 번씩 선배목회자 혹은 동료목회자가 추천한 한 권의 책(신학서적)을 놓고 신학적, 신앙적 성찰과 나눔의 시간을 갖는데 먼저 주제 강연이 있고, 토론이 전개되는 식이다. 서광선 박사(이화여대 명예교수), 지형은 목사(성락성결교회), 박종화 목사(경동교회),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 등이 주제 강사로 선정됐으며 이찬수 목사(분당우리교회)는 교섭 중에 있다고 NCCK는 밝혔다.
한편, 2009년 1월 처음으로 서울에서 시작해 인천, 대전으로 이어져 2010년 5월에는 강릉에서 진행한 ‘목회자 인문학 독서모임’은 지난 2월 18일부터 19일까지 필그림하우스에서 ‘목회자의 내적회복과 선교적 지역교회론’이란 주제로 제4회 전국모임을 갖기도 했다. 아래는 당시 참석한 한 목회자의 소감문.
2013년 에큐메니칼 목회자인문학 전국모임 참석소감
최준만 목사(태백연동교회)
1. 2013년 제4회 에큐메니칼 목회자인문학 전국모임이 “목회자의 내적회복과 선교적 지역교회론”이라는 주제로 2월 18일(월) - 19일(화)까지 경기도 가평에 자리한 지구촌교회 필그림하우스에서 진행이 되었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저에게는 목사안수 30주년을 며칠 앞두고 있으며 동시에 안식년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너무도 귀하고 도전적인 기회가 되었습니다. 간단하게 나마 참석 소감을 나누고자 합니다.
2. 우선 장소 선정이 참 좋았습니다. 수도권에서 멀지도 않고, 새 봄을 기다리는 시기이지만 하얀 눈이 주변의 경관을 동화 속으로 이끌었습니다. 지구촌교회 온 교우들의 기도와 담임목사의 신앙 고백적 마음으로 지어진 집이기에 건물 구석 구석마다 영적인 분위기가 스며들었기에 더욱 좋았습니다. 아울러 세미나의 장소도 첨단 장비가 구비되어서 아주 편리했습니다.
3. 진행 순서는 두 가지로 짜여 졌는데, 제게는 참 좋았습니다. 저에게는 두 가지 모두가 절실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먼저는 선교적 지역교회론이라는 목회 현실적 주제를 다루었으며, 두 번째는 내적 회복이라는 목회자의 본질을 다루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씀 드리면 목회자도 살고, 교회도 사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주제 선정이었습니다. 좀 무리한 것이 아니냐고도 할 수 있으나, 저에게는 절실한 것이기에 참 좋았다고 말씀을 드립니다.
4. 내적 회복을 말씀드리면, 3 분의 강사를 통하여 얻은 유익은 3 분 모두가 내적으로 심한 병, 곧 마음의 병을 깊게 앓았던 분들이었으나 끝내는 그것을 극복한 것이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정직하게 나누어 준 것입니다. 많은 부끄러움을 드러내면서 말이지요. 회복된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나누는 것보다 더 강력한 메시지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내적인 질병을 회복한 사람만이 진정으로 평안을 누리며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습니다. 마음의 병을 치료받은 목회자만이 진정으로 건강한 삶과 행복한 삶을 누릴 수가 있다는 것이지요. 목회자가 마음으로 영적으로 건강하지 않으면 그처럼 아프고 슬픈 일이 어디에 있습니까? 목회자도 행복할 권리가 있으며, 이것은 하나님이 주신 첫 번째 은총입니다.
5. 선교적 지역교회론은 예수님의 삶을 통전적으로 정리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그러했습니다. 섬김과 가르침과 전도의 삶으로 요약되는 예수님의 삶을 세상 속에 드러내는 것이 교회의 본질입니다. 목회자의 가치관에 따라 그리고 은사에 따라 교회의 외형적인 모습이 보여지고, 이것이 교회의 본질로 이해되고 또 주장되는 현실 속에서 교회의 참 모습을 회복해가는 진지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 시간이 어떤 면에서는 저의 목회를 확인하는 기회도 되었고, 또 한편으로는 아픔으로 돌이켜보는 기회도 되었고, 다른 면으로는 미래를 향한 도전의 기회도 되었습니다.
6. 저는 금년 2월이 목사 안수 30주년이 됩니다. 짧지 않은 세월을 교회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제가 어린 시절은 보냈던 강원도 탄광촌 태백에서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짐작컨대 태백에서 목회를 은퇴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렇게 되면 이것은 저에게는 너무도 과분한 은총이요 복이라고 여겨집니다. 이것이 저의 꿈의 성취이기 때문입니다. 1983년 2월에 안수를 받고, 3월에 황지교회 부목사를 시작으로 탄광촌의 사역은 시작이 되었고, 잠시 동안 공부하느라고 태백을 떠났다가 1990년도에 다시 태백으로 돌아가서 광산지역 복지선교를 담당하다가, 1996년 가을에 태백연동교회를 개척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교회개척과 동시에 해비타트(사랑의집짓기) 사역도 설립하였습니다. 짧지 않은 세월이 흘러서 오늘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태백에서의 사역은 저를 향한 하나님의 크신 은총입니다.
7. 이번 모임에 대한 저의 몇 가지 소감을 나누겠습니다. 단지 저의 있는 그대로의 소감일 뿐입니다. 먼저는 목회자로서의 내적 본질에 참 오랫동안 속아서 살았다는 것입니다. 나름대로 노력은 했으나 여전히 거짓된 삶 속에 머물렀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내 마음에 평안이 없고 즐겁지 않고 기쁨이 없고 행복하지 않은 것은, 대신 절망과 좌절과 패배감과 자괴감이 마음에 도사리고 있는 것은, 내가 남들처럼 열심이 부족하고 열매가 모자라고 결과가 작아서 그렇다, 그리고 실력도 모자라고 영적인 힘도 없어서 그렇다는 생각입니다. 이런 생각이 드니 무엇을 해야 합니까? 남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바쁘고 더 많이 공부하고 더 큰 꿈을 이루기 위해 살아야 합니다. 계속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합니다. 바쁘고 더 많은 일을 하는 것이, 그리하여 더 많은 열매를 맺는 것이 하나님을 향한 헌신과 충성이요, 보람과 축복으로 믿은 것입니다. 그래서 일 중독자가 되고 사역의 미친 자가 된 것입니다. 또 너는 일에 미쳤다는 말을 들으면 그것을 충성으로 받아들이고 즐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짧지 않은 30년의 목사의 삶 속에서 이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인간의 본질보다는 비 본질에 더 많은 투자를 한 것이 나의 삶이었다는 고백입니다. 아들 자체가 되고, 남편 자체가 되고, 아버지 자체가 되고, 나아가서 하늘 아버지의 아들 자체가 되고, 주님의 종인 목사 자체가 되는 것에 너무 무지했고, 대신 외적인 것에 미혹되어 지나치고 열심히 살았던 나의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런 나의 약점을 보고 이제부터는 본질을 찿는데 더 많은 투자를 하자, 용기를 가지자, 결단을 하자는 마음을 가졌습니다.
8. 30년의 목회를 돌이켜보니, 참 아쉬움이 많습니다. 여기까지 쓰임받은 것이 감사이고 은총이지만, 그래도 생각해 보면 실수가 많았고 잘못한 것이 많은 것입니다. 그것은 예수님의 삶을 따른다고 하면서도 예수님 보다는 눈에 보이고 가까이에 있는 사람과 제도와 조직과 법을 더욱 따랐다는 것입니다. 바르게 그리고 열심히 한다고는 했으나 지나서 여기까지 와 보니 나는 예수님께 정직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선배들의 눈에 잘 들려고 했고, 교회의 모습으로 경쟁하려고 했고, 교회를 목회적 성공의 발판으로 사용했고, 조직과 법을 목회를 위한 도구로 해석하고 사용한 것을 부인할 수가 없습니다. 이것 또한 그 나름대로의 열매가 있습니다. 외형적인 열매이지요. 그럼에도 이것은 제도적 교회의 약점입니다. 약점을 극복하고 장점은 발전시켜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가 못했습니다. 이것은 바른 것이 아니며 정직한 목회도 아닙니다. 예수님을 따른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정직한 것이 선교적 교회인데, 그보다는 제도를 위한 교회 유지에 열심을 내었다면 이것은 예수님적인 목회가 아닌 것이지요. 공동체적 교회를 세운 것이 아닙니다. 이것이 나의 목회적 현주소임을 솔직히 시인합니다.
9. 한 가지 더 나누면 제가 목회 초기에는 선배들을 향한 불만이 있었습니다.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습니다. 그것은 선배들이 잘하셔야 하지 않습니까? 입니다. 이제 돌이켜보니 제가 선배의 자리에 와 있습니다. 지난 세대가 저의 선배의 몫이었다면, 이 세대의 몫은 나의 몫이지요. 나의 후배들이 이 세대의 교회를 보고 선배가 된 저에게 무슨 말을 할까요? 후배 앞에서 제가 할 말은 이것입니다. 정말로 미안하고 미안합니다! 제가 선배를 향한 그 말의 값을 제대로 못했으니까요! 오늘의 교회의 모습은 전적으로 우리 세대의 몫이요 열매입니다. 이 교회의 현실을 누구에게 책임을 묻겠습니까? 적어도 손주를 둔 목회자 모두의 책임이 아닌가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이 시간 정말로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후배에게 말씀을 드립니다.
10. 이제 마무리를 하고자 합니다. 여전히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고 미래가 있습니다. 우리의 실수와 과실, 부족함과 연약함, 아픔과 패배 때문에 주저앉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포기하는 것은 더욱 아닙니다. 마지막에 해야 할 일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잘못했다면 이제부터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속죄하는 심정으로 이제부터 잘하고 바르게 하고 정직하게 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지요. 저는 목사 안수 30주년이 되면서 안식년을 가집니다. 이런 기회를 주신 하나님과 교회에 감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성경을 정직하게 가르치는 곳을 찾았는데 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입니다. 이 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성경을 바르게 공부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지난 목회를 돌이켜 보면서 제대로 성경대로 했는가를 살피고자 합니다. 그리고는 나머지 사역은 성경대로 해 보고자 꿈을 꿉니다. 남은 시간이 많지가 않을지라고 말입니다. 안식년과 성경연구의 기회는 저에게 주신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여기까지 저를 인도하신 성령님을 찬양하며, 저의 남은 사역도 평강을 누리는 삶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저의 이 꿈을 이루실 성령님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