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해방신학’의 발원지 남미서 첫 교황 탄생

베르골리오 추기경…공식명칭 ‘프란치스코’

▲새 교황에 선출된 베르골리오 추기경 ⓒ교황청 홈페이지
스페인 식민지 시절 가톨릭을 받아들인 중남미에서 첫 교황이 탄생했다. 남미 출신 첫 교황 탄생은 중남미가 (지배층의 논리에 의해)피선교지란 꼬리표를 달고 가톨릭의 ‘주변’으로만 인식되어 온 과거 역사를 뒤로하고, 가톨릭의 심장 바티칸에서 ‘중심’으로 우뚝서게 되었음을 알렸다.

스페인 정복자들은 1500년대 초반 신대륙인 라틴아메리카에 진출하면서 원주민들에게 스페인 왕국의 법령과 교회의 설교를 받아들이라고 요구했고, 응하지 않을시 전쟁을 벌여 노예로 삼겠다는 협박을 했다. 이러한 호전적인 스페인 정복자들에 의해 가톨릭이 중남미에 이식되게 된 것이다.

이후 300년이 넘는 식민지배 현실에서 가톨릭은 원주민들 사이에 급속히 퍼졌고, 특히 토속 종교와 혼합되어 독특한 종교 제의 형태가 나타나는 등 원주민들의 생활 신앙에 깊이 뿌리내렸다.

라틴아메리카는 ‘해방신학’의 발원지로도 유명하다. 1960년대 활동했던 남미 출신 해방신학자 구띠에레즈는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 속에서 지배층의 논리로 만들어진 식민지화 된 사회 체제에 항거, 가난한 빈민들의 입장에서 지배층에 항거할 신학적 근거를 마련해 대중적 지지를 얻은 바 있다. 이러한 계급 투쟁적 성격 탓에 마르크스주의 이념이 일부 수용되었는데 이와 관련해 로마 교황청과 첨예한 갈등을 빚기도 했었다. 

이 해방신학은 특히 비슷한 시기인 1970년대 독재 암흑기를 보내던 한국의 토착신학인 ‘민중신학’이 만들어 지는데 결정적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안병무, 서남동, 서광선 등의 한국 신학자들은 억압받는 ‘민중’의 시각에서, 그리고 이들의 해방을 지향하며 한국적 신학인 ‘민중신학’을 창안한 바 있다. 

또한 라틴아메리카는 오랜 식민지배 기간으로 인해 식민적 상처가 얼룩져 있는 곳으로, 최근 남미 출신의 지식인들이 탈식민적 전환을 꾀하는 중심 지역이기도 하다. 식민지배 현실에서 인종적 편견 등으로 치욕적인 삶을 감수해야 했던 이들이 지배층, 즉 서구 중심으로 만들어진 지식에 항거하는 전초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한편, 라틴아메리카는 전 세계 12억 가톨릭 신자 중 45%가 거주하고 있는 곳이며, 브라질은 1억2천670만명의 신자를 보유해 세계적으로 가톨릭 신자가 가장 많은 나라로 알려져 있다. 멕시코는 신자수가 9천640만명으로 브라질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출신으로는 가톨릭 2천년 역사상 최초로 교황이 된 아르헨티나의 호르헤마리오 베르골리오 추기경은 새 교황 명칭 프란치스코를 사용하게 된다. 올해 76세인 프란체스코 1세는 생애 대부분을 아르헨티나에서 활동했고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를 맡고 있다. 베네딕토 16세가 선출된 지난 2005년 콘클라베에서도 2위에 올랐다.

프란체스코 1세는 1936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이탈리아계 철도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났고, 30세에 가톨릭에 입문, 1998년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 2001년 추기경으로 임명됐다. 유력 후보로 거론되지 않았기에 예상치 못한 이번 결과에 중남미 신자들 사이에서는 환영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프란체스코 1세는 앞으로 권력 투쟁, 부정부패, 성 추문 등의 위기와 마주하는 한편, 여성 사제와 동성애 문제 등에 대한 개혁 요구에도 대응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띠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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