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동양의 철학자 묵자는 예수와 닮은꼴?

<세기연> 새해 첫 포럼 ‘예수와 묵자’

▲ 묵점 기세춘 선생이 강의하고 있다 ⓒ세기연
동양의 예수라 불리는 묵자와 예수의 사상을 함께 조명하는 흥미로운 포럼이 열렸다.

지난 30일 묵자 사상 연구에 평생을 바친 묵점 기세춘 선생의 ‘예수와 묵자’란 강의가 열리는 대전 무궁화교회(김경구 목사) 예배실. 50여 명의 사람들이 기세춘 선생의 강의 속에서 되살아 난 묵자를 만나고자 몰려 들었다.

새계와 기독교 변혁 연구소(이하 세기연)가 올해 첫 포럼에서 다름아닌 동양 철학자 묵자를 조명한 이유는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분쟁과 갈등을 치유하는 데 ‘평화’에 관한 인식의 재고 만큼 중요한 일이 없다고 평했기 때문이다.

기세춘 선생은 강연 내내 묵자와 예수는 그 사상적인 면에서 많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며 “(묵자와 예수를)쌍둥이처럼 닮았다”라는 표현까지 썼다. 그런데 기세춘 선생에 따르면, 이 표현은 다름 아닌 <예수와 묵자>라는 책을 함께 펴낸 고 문익환 목사의 말이었단다. 도대체 어떤 점이 닮았길래 쌍둥이라는 표현까지 썼을까?

기세춘 선생은 “묵자의 삶과 사상이 우리가 믿는 예수님이 설파한 사랑과 어찌 그토록 흡사할 수가 있었던 것인지 정말 믿기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시대적으로 보면 묵자가 예수 시대보다는 대략 500여 년 정도 앞서 있다. 당시 묵자의 본명은 묵적(墨翟)으로 그 역시 예수처럼 하나님을 믿었다. 기세춘 선생은 특히 “묵자가 믿은 하나님은 인격신이었다”고 덧붙였다.

그의 어록 묵자를 보면 무려 3백여 차례나 하나님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또한 묵자는 철저한 반전운동가로서 평화사상가였고, 그 자신의 삶부터가 청빈했다. 게다가 노동을 중요시했고, 철저히 밑바닥 계층과 함께 평등과 사랑을 설파했던 사상가였다. 또 흥미로운 것은 묵자 역시 예수 처럼 목자였고,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천민 출신이기까지 했다.

현재 전해 내려오는 묵자의 글(원래는 71편인데 중간에서 소실되어 현재는 53편만 있음)을 읽어보면 예수가 성경을 통해 설파하신 말씀과 매우 흡사하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고 기세춘 선생은 전했다. 다음은 몇 가지 구절만 옮긴 것이다.

“하나님의 뜻을 밝혀 순종하고 받들어 온 세상에 시행하면
나라가 다스려져 어지럽지 않고
만민이 걱정 없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된다”

“하나님만이 고귀한 분이며, 지혜로운 분이므로
정의는 오직 하나님으로부터 나온다”

“하나님은 무엇을 바라시고 무엇을 싫어하는가
천하에 의가 있으면 생명이 살고, 의가 없으면 죽음이 있다.
하나님은 의를 바라고 불의를 싫어하시는 분이시다”

“천하가 아무리 귀해도 목숨보다는 귀하지 않다.
목숨보다는 의가 귀하기 때문이다”

“천하가 두루 평등하게 서로 사랑하게 하려면
네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

“공중에 나는 새들과 들에 뛰노는 짐승들과
물 위를 날고 땅 속에 숨은 벌레들을 보라
저들은 수놈이 밭 갈고 씨 뿌리지 않아도
암놈이 실 잣고 길쌈을 하지 않아도
먹고 입을 것을 모두 하늘이 이미 마련해 주고 있다”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차별이 없는 평등정치는
장님과 귀머거리들이 서로 협동하여 보고 들을 수 있도록 하며, 팔 다리 장애자들도 서로 협동하여 모두가 온전하게 살아가도록 할 것이다”

▲ 청강자들이 묵점 기세춘 선생의 강의에 열중하고 있다  ⓒ세기연

춘추전국시대 묵자는 철저한 평등사상을 고수했기에 당시로서는 매우 급진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었고, 그래서인지 맹자를 비롯한 유가 세력들은 묵가 사상을 매우 탐탁치 않게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그의 이런 평화 사상은 예수의 평화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세춘 선생은 “묵자를 알면 알수록 내가 믿는 예수와 거의 이질감을 못느낄 정도라고 해야 할 것”이라며 “예수께서는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은 모두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하셨는데 묵자 역시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묵자가 설파한 대로 “위로는 하나님을 따르며, 땅에서는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그의 경천애인(敬天愛人) 사상과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네 마음과 목숨과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며,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의 계명에서 큰 차이를 발견하지 못한다고 기세춘 선생은 덧붙였다.

이어 그는 오늘날 기독교가 힘의 논리가 지배당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기독교의 배타성을 비판하기도 했다. 기세춘 선생은 “역사 속에서 사라진 동양의 목자를 바야흐로 새로운 기독교가 끌어안음으로서 우리는 성경을 해방시킬 필요가 있고, 중동 지역인 ‘이스라엘 역사’라는 특수 계시에만 몰입된 그 편협한 이해도 극복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기세춘 선생은 “그 같은 오류가 오늘날까지도 오히려 한 이웃이었던 팔레스타인의 역사와 생명들까지 말살시키고 다른 종교 문화들에 대해서도 공격적이고 정복적인 배타적 선교 자세로 이끈 것”이라고 혹평했다.

또 기독교의 ‘힘의 복음’을 경계하며 ‘섬김’과 ‘나눔’의 ‘약한 복음’으로 인식 전환의 필요성을 알리기도 했다. 기세춘 선생은 “묵자는 털끝 하나라도 하나님이 짓지 않은 것이 없다고 봤을 만큼 모든 것을 하나님의 것으로 돌리며, 사유제도를 반대한 묵자의 비폭력 저항과 평화 그리고 사랑을 강조하는 그의 사상은 예수의 밥상공동체 정신과 크게 다르진 않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포럼을 마친 세기연은 차후 회의를 통해 “앞으로 예수살기교회를 통해 예수와 묵자가 일궜던 나눔과 섬김의 공동체를 지향할 것이며 그 가운데 신학운동의 일환으로 묵자편을 보다 세밀하게 검토해 기독교 경전의 외연을 좀더 새롭게 넓히고자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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