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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식 칼럼] 교회의 옥상옥

이장식·한신대 명예교수

▲이장식 한신대 명예교수(본지 회장) ⓒ베리타스 DB
기독교의 교회는 신앙을 같이하는 신도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자주적으로 자치해가는 한 공동체인데 이러한 개체 공동체인 교회의 옥상에 노회라는 옥상옥이 있고 그 위에는 또 총회라는 한 층 높은 옥상 집이 있는데 노회나 총회의 옥상옥 기관들은 그 자체 교회가 아니고 필요에 따라 조직된 행정 기관들이다. 그런데 이러한 교회의 옥상옥 기관들이 소란을 피우고 비리를 만들어 맨 하층에 있는 교회의 본성과 사명을 훼손시키고 교회의 사회적 위상을 추락시키는 일들이 한국의 개신교 교계에 많았고 지금도 이 옥상옥들의 폐단들이 보도되고 있다.

무교회주의는 교회의 옥상옥들의 폐단을 없애기 위한 운동이다. 교회의 옥상옥들은 교회가 아닐뿐더러 기독교를 대표하는 종교도 아니고 만일 종교라는 이름을 붙여 준다면 표층종교인데 이 표층종교가 기독교의 심층종교를 훼손시키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초대교회 시대부터 교회는 가정교회 형식이었고 필요한 직분들(장로, 집사, 교사 등)로써 자치해 갔으나 로마제국의 박해가 심해지자 이 개체교회들이 그 박해에 대응하여 교회를 지키기 위해서 로마제국의 지방행정제도에 병행하는 지역 또는 지구조직을 만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교회 조직이 중세기에는 과대하게 강화되어 로마교회처럼 되어서 교황청이 모든 교회와 수도원과 기관들 위에 군림해서 명령하고 감독하는 ‘수퍼 처치’(Super Church), 즉 옥상옥 교회 주 사령탑이 되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교황의 교권과 부귀와 영화가 그 교회의 부폐와 타락을 가져와서 교황이 적그리스도라고 지탄을 받았었다.

그런데 1948년에 세계교회협의회(WCC)가 창설되었을 때 이것이 로마 교황청처럼 일종의 ‘수퍼 처치’가 될 것이 아닐까 하는 염려를 하였으나 WCC는 그것이 아니고 기독교의 신학과 제도의 공동연구와 사업의 협력을 위주로 하는 것이고 가맹교파나 교단의 신학이나 제도에 간섭하지 않는 것으로 주지되었고 또 그렇게 지금도 하고 있다. 그러므로 WCC의 한 지체인 한국의 교회협의회(NCCK)도 요즘 교회목회의 세습문제와 목사의 납세문제와 같은 문제를 토론하고 있지만 가맹교단들에게 그 연구결과 대로 지시하거나 또는 어떤 간섭도 하지 않는다. 한국의 감리교 교단이 세습을 금지하는 결의를 했지만 NCCK는 그 결정에 대해 시시비비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는 NCCK 말고도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홍재철, 이하 한기총) 등 다른 연합기관들이 교회의 4층 짜리 옥상옥이 되어있는데 최근 한기총의 대표회장과 여의도순복음교회 당회장이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를 법정에 고발한 30명의 장로들을 제명처분하기로 합의서를 만들어 발표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한기총은 여의도순복음 개교회의 내정에 간섭하는 일이되는데 이것은 교회연합운동 기관의 부당한 월권행위이며, 또 여의도순복음교회 당회장은 그 교회 당회장의 직무를 벗어난 일을 한 것이다.

노회나 총회도 맨 아래 층의 교회의 일에 함부로 내정간섭을 못하는데 교회연합기관인 한기총이 개교회의 당회가 결정할 문제에 개입해서 교권과 같은 것을 행사한 일이 또 생겨서는 안될 것이다. 한기총 자체도 소란스러운 4층 옥상처럼 보인다. 한국 기독교는 4층짜리 아파트 촌이 되었는데 필요한 것은 옥상의 소음을 없애서 맨 아래층이 편안하게 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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