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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순 칼럼] 새 정치의 내용과 방향

박재순 씨알사상연구소장 · 목사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새 정치가 화두가 되었고 많은 국민의 호응을 받았다. 오랜 전통 을 가진 민주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패배했고 여전히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얻지 못하는 것 같다. 새 정치가 요구되는 상황인데 새 정치의 내용과 방향이 뚜렷이 제시되는 것 같지 않다. 새 정치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 씨알의 관점에서 새 정치의 내용과 방향에 대해서 생각을 나누어 보려고 한다.

첫째 새 정치는 직접 민주정치의 필요에서 나온 주장이다.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국민이 정치의 주체로 참여하려는 열망이 커졌는데, 대의 민주정치는 이러한 열망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대의정치가 국민의 뜻과 열망을 담아내려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과 시의원들이 사심과 당파심, 권력욕과 계파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국민을 위해 헌신할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의 대표들이 공심을 가지고 국민을 위해 국민과 더불어 정치를 하려면 도덕적으로나 철학적으로 고결한 인생관과 역사관이 확립되어 있어야 한다. 국회의원과 시의원이 다 성현들이 되기를 바랄 수 없으므로 그들에게만 맡겨 둘 수 없다. 국민의 뜻과 열망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스스로 정치의 주인과 주체로 나서야 한다. 새 정치는 국민이 정치의 주인과 주체로 직접 참여하는 정치다.

둘째 국민이 정치의 주인과 주체로 나서기 위해서는 정당의 중앙집권적인 구조와 체제가 지역자치를 중심으로 상향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아래로부터 민의에 토대를 둔 정당이 형성되려면 지역현장에 작은 단위의 마을공동체와 협동조합이 든든히 형성되어 있어서 민의가 바르게 형성되고 민의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지역현장에서 많이 나와야 한다. 민의를 대표하는 지역현장의 사람들 가운데서 국회의원과 시의원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민의와 대의정치가 어긋나지 않는다. 마을공동체와 협동조합과 같은 지역자치의 구조와 토대가 든든하게 마련되어야 직접민주주의가 강화되고 직접 민주주의가 강화되어야 대의정치가 건강하게 펼쳐질 수 있다. 새 정치는 지역현장의 정치, 지역자치의 정치다.

셋째 산업과 경제는 발전하고 성장하는데 사회의 양극화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국가의 부와 경제력은 증대하는데 많은 국민은 일자리를 잃고 가난하고 불안정한 삶의 나락으로 떠밀리고 있다. 정치인들이 국민에게 충성과 헌신을 다짐하고 약속했지만 국민의 삶은 갈수록 궁핍하고 불안정하며 황폐해지고 있다. 따라서 국민은 정치인들에게 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새 정치는 국가의 주인과 주체인 국민이 경제와 사회의 주인과 주체임을 느끼게 하는 정치여야 한다.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고 국민이 떳떳하고 당당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정치가 나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의 사회경제체제와 원리를 그대로 두고 이러저런 정책들만을 제시하는 것은 임시방편이고 부분적인 땜질에 지나지 않는다. 정책만으로는 새 정치 새 시대를 열 수 없다. 사회경제의 체제와 원리에 대한 혁신적인 성찰과 꿈, 새로운 발상과 상상력이 요구된다. 오늘날 세계경제와 생태학적 위기는 근본적인 위기이기 때문에 새로운 정신과 철학을 요구한다. 사람과 생명체들뿐 아니라 일과 물건, 돈과 자리, 제도와 체제까지도 생태학적 영성을 가지고 주체의 자리에서 그리고 유기체적 전체의 자리에서 보아야 한다. 나와 다른 사람, 일과 물건까지 존재의 깊이를 가진 주체로 보고 전체 하나와 공동체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태학적 영성을 가질 때 비로소 사회적 양극화와 생태학적 위기를 극복하고 서로 떳떳하고 자유롭게 사는 상생평화의 생활자치 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 새 정치는 인간과 사물을 주체와 전체로 보는 생태학적 영성을 지닌 정치다.

넷째 오늘의 시대는 국가주의를 넘어서 세계화 시대, 지구촌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국가주의와 애국주의를 넘어서 세계평화공동체를 열어가는 새로운 국가철학과 정치를 확립해야 한다. 낡은 국가주의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정치가 갈등과 대결의 낡은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남북분단과 적대관계의 늪에 빠져 있다. 국가주의를 넘어서 한반도와 동아시아와 세계의 평화를 열어갈 새로운 철학과 정신을 가진 사람이 나와야 새 정치를 할 수 있다. 새 정치는 국가주의를 넘어서 동아시아와 세계평화의 꿈과 지혜를 지닌 사람들의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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