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대형교회 ‘성장 강박증’ 떨쳐낸 작은교회의 반란

포럼 ‘대형교회, 그 신화를 넘어서’

▲16일 오후 7시 30분 명동청어람아카데미 소강당에서 ‘대형교회, 그 신화를 넘어서’란 주제로 생명평화마당 4월 정기포럼이 열렸다. ⓒ베리타스

‘대형교회, 그 신화를 넘어서’란 주제로 교회론을 새롭게 정립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16일 오후 7시 30분 청어람아카데미 소강당에서는 생명평화마당 교회위원회가 주최한 4월 정기포럼이 열렸다. 이날 주제 강사로 초청된 박영신 박사(연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예람교회 공동목사)와 신광은 목사(열음터교회 담임)는 각각 왜곡되고, 뒤틀린 교회상으로서의 대형교회 폐단을 지적하고, 한 목소리로 건강한 교회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먼저 박영신 박사는 대형교회를 일컬어 ‘성장의 종교 혼합주의’라고 했다. 그는 "교회 성장에 모든 에너지를 쏟으며 거기에 광분해온 교회 성장의 기획자들은 ‘잘 먹고 잘 살아보자’는 달콤한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인간의 존엄성을 유린했던 그 범죄 행위에 심원한 뜻에서 연루되어 있었다"면서 "엄격히 말하면, 성장의 종교를 믿고 이것을 설파해온 자들은 하늘의 소리를 대변한 것이 아니라 이 땅의 소리를 전했던 것"이라고 갈파했다.

그는 또 "이들은 국가 권력이 일종의 국교처럼 만들어 놓았던 ‘성장 종교’를 대변해가면서 그 종교와 뒤섞인 ‘성장’의 혼합 종교를 만들어 그것을 전파했다"며 "교회의 성장을 이끈 자들은 십자가를 배경으로 한 교회의 강단 위에서 바로 그 혼합 종교를 전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성장 혼합 종교’는 교회의 대형화를 불러왔을 뿐 아니라 교회의 조직 체계화도 가져왔다. 교회의 기업화에 시동이 걸린 것이다. 기업은 효율과 능률을 최우선시 하기에 일방향 명령하달 체제를 선호한다. 박 박사에 따르면 대형교회 역시 기업의 운영방식을 그대로 답습해 "민주스런 소통의 관행 따위는 ‘성장을 이룩하지 못한’ 지난 시대의 작은 교회에서나 통용될 뿐 ‘성장을 이룩한’ 오늘날의 대형교회에서는 소용없는 것으로 내팽겨쳐졌다"고 꼬집었다. 담임목사의 제왕적 권위에 힘입어 전형적인 ‘불통’ 체제를 고수하는 대형교회의 씁쓸한 단면을 보여준 것이다.

아울러 박 박사는 "(대형교회의)이러한 조직 운용 방침에 따라 거대한 교중이 목사를 향해 자리에 앉아 경청하고 그 모든 것에 대해 ‘아멘!’으로 순종하여 화답하는 조직 문화가 만들어졌다"며 "재벌 총수에게 굽실거려야 하는 부하 직원들처럼 교중도 강단 위에 오른 목사에게 순종하는 것을 당연한 미덕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고 비꼬았다. 대형교회가 "물질을 숭배하는 유물론으로 뒤범벅이 되었다"는 비판도 가했다.

하지만 성장의 종교 혼합주의로 대변되는 대형교회 추구에 물음을 던지는 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새로운 교회상에 대한 희망을 보여줬다. 작은 교회의 도전이 시작됐다는 얘기였다. 박 박사는 "이들은 종교 혼합주의 굴레에서 구원받고자 하는 사람들이고, 고기 가마 곁에서 떡을 배불리 먹을 수만 있다면 애굽 제국에서 살아도 좋다는 뒤틀린 경제주의에 저항코자 하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들 대형화에 물음을 던지는 사람들은 "성장의 넒은 길을 마다하고 그 너머 좁은 ‘작은 교회’의 길로 들어선 자들"이라며 "이들은 성장의 혼합 종교에 찌들어 왜곡되고 퇴색된 오늘날의 교회관 신앙관을 단호하게 거부한다"고 박 박사는 이야기했다. 이들 ‘작은 교회’는 특히 "가게를 새로 열거나 교회 설립 때 받아 걸어두기 일쑤인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는 표어 판의 허구를 간파하고 있다"며 언젠가는 대형교회로 발돋움해 나아가겠다는 통례의 성장 기획을 염두해 두지 않고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박 박사는 이들 ‘작은 교회’ 운동의 의미에 대해 "작은교회 지향의 운동은 대형교회가 표상해온 성장의 종교 혼합주의에 대한 저항이며 이에 맞서는 대항의 가치를 표상한다"며 "이 운동은 성장 체제의 중심부 세력에 대한 주변부의 저항이고, 교회 안팎에서 군림하고 있는 성장 이데올로기에 대한 대항 이데올로기를 제공코자 하는 집합 결의"라고 주장했다.

덧붙여, "오만한 성장 체제 밑에서 업신여김을 당하여 밀려난 저 변두리의 예언 전통을 이어가고자 하는 체제 저항 운동"이라고 했으며, 이들에게는 "진보니 보수니 하는 진부한 분류 방식도 당연히 무의미진다. 다양한 성격을 지키며 자기 색깔을 낸다. 이것은 한 세기를 훌쩍 넘기게 된 우리 교회사에서 일찍이 볼 수 없었던 풍경"이라고 했다.

▲생명평화마당이 주최한 ‘대형교회, 그 신화를 넘어서’ 포럼에 참석한 이들이 조를 나눠 조별토론을 하고 있다. ⓒ베리타스

작은교회의 열매맺는 방식이 대형교회의 그것과는 다름도 확인했다. 크고 웅장한 성전에 대한 집착이 없는 이들 작은교회들은 "시민 사회에 적극 참여해 일당 십, 일당 오십, 일당 백의 선한 이웃이 되어 묵묵히 여리고 길을 걷고자 한다. 이것이 작은교회가 열매를 맺는 방식"이라고 했다.

작은교회가 시민사회와 소통하기에 기존 대형교회가 할 수 없는 일들을 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작은교회 사람은 시민 사회의 시민 언어로 시민들과 소통코자 하기에, 흰 장갑을 낀 손으로 이벤트용으로 만든 십자가를 끌고 공공의 마당 한 가운데로 들어가지 않으며, 그 마당에서 거대한 예배의식을 거행해 세를 과시코자 하지 않는다. 작은교회 사람은 하늘의 소리를 시민의 말로 바꾸어 그 소리를 시민사회 안에서 증거코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메가처지 논박』의 저자 신광은 목사 역시 대형교회는 건강한 교회상이 아니라고 강변했다. 신 목사는 대형교회의 폐단으로 크게는 성장 강박증을 낳은 점을 들었고, 작게는 개교회주의 강화에 따른 교회간 살인적 경쟁 구도 정착 등을 지적했다.

대형교회는 단 1%로만 가능함에도 모두가 대형교회로 향하는 무의미한 질주를 하는 까닭에 대해 그는 "대안이 없기 때문"임을 강조했다. 신 목사는 "메가처치는 성서적인 교회상도, 건강한 교회의 모델도 될 수 없다. 따라서 교회들은 메가처치를 지향하는 일을 그만 그쳐야 한다"며 "메가처치를 대체할 성서적이며 건강한 교회상을 찾자. 각 교단들의 이해관계나 그들이 헌신하는 전통이 새로운 교회상의 개발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교회상이 제시된다면 메가처치 현상은 저절로 극복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 참석한 사람들은 강연에 앞서 ‘대형교회 신화, 무엇이 있나?’란 주제를 놓고 조를 나눠 조별 토론 및 조별 발표를 하기도 했다. 이 포럼은 에큐메니안이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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