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 장신대 교수 ⓒ베리타스 DB |
무엇보다 이날 주제 해설에 나선 한국일 교수(장신대)는 ‘다종교사회에서 기독교의 증언’이란 제목의 강연에서 다른 종교인들을 개종의 대상으로만 인식했던 19세기 ‘위대한 세기’와 달리 "이제는 다른 종교인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1991년 제1차 걸프 전쟁이후 세계는 종교간 대립과 갈등을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새로운 세계현실을 직면하고 있다"며 "이런 세계상황의 변화에서 기독교 선교는 다른 종교를 더 이상 선교의 대상으로만 간주하는 기존의 선교관이나 종교이해에 전환을 가져오도록 요청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선교활동에서 증언과 함께 대화가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국의 보수적 교회들은 타종교와의 대화를 종교다원주의로 이해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에 한 교수는 "일반적 이해처럼 기독교와 타종교와의 대화가 기독교 증언을 대체하거나 약화시킨다는 우려는 정당한 평가가 아니다"라며 "물론 대화의 종류에 따라 종교다원주의를 지향하는 대화도 존재하지만 모든 대화가 다 종교다원주의를 지향하고 수용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덧붙여, 그는 "오늘의 세계상황이 선교에 앞서서, 또는 선교를 위해 먼저 종교간 평화로운 공존이 전제되어야 하며, 기독교 선교 역시 종교간 평화를 구축하는 일과 무관하게 진행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선교와 종교간의 대화의 관계에 대한 선교학적 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2011년 WCC와 가톨릭 주교회의, 세계복음주의연맹(WEA)의 세 교회가 함께 5년간 연구해 발표한 문서 ‘다종교사회에서 기독교 증언: 행동을 위한 지침’에 대한 평가를 시작했다. 평가에 앞서 그는 "신학적으로 교리적으로 서로 만나기 어려운 세 교회가 그것도 매우 민감한 기독교와 다른 종교의 관계에 대한 내용을 함께 논의한 것 자체가 매우 의미있는 사건"이라며 이들의 공동 문서가 갖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 교수는 우선적으로 이 문서가 "다른 종교들에 대한 이해와 태도를 언급할 때 공격적이거나 배타적 태도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종교적 우월주의가 선교의 동기로 작용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다른 종교나 종교인에 대해 친절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강조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했다. 문화·종교 우월주의에 기초한 선교관이 과거 제국주의 선교관의 또 다른 양태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문서가 업적주의에 기초한 선교관을 넘어서 있음도 갈파했다. 한 교수는 "선교에서 가시적 업적이나 결과를 강조하려고 할 때 개종인의 숫자를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 과정에서 지나친 열정이나 업적주의적 선교에서 발생하는 것은 복음을 인격적 관계에서 전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는 수단과 방법이 적절하지 않음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문서의 한계점도 더불어 짚었다. 그는 문서가 타종교인과 연대나 대화를 선교의 범주에서 말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한 교수는 "기독교인이 소수자로 존재하는 아시아 지역의 경우 다른 종교인들과 평화로운 공존, 대화는 일상적인 삶의 형태로 나타난다"며 "이것은 선교활동의 전제이다. 다른 종교인과 정의, 평화, 사랑의 실천과 같은 공동선을 실현하기 위해 대화하며 협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것을 위해 선교학적 근거가 좀 더 분명히 제시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서가 ‘종교 간 대화’를 언급하지만 대화의 유형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부족했던 점도 지적했다. 한 교수는 "대화는 일상적 대화, 공동선을 위해 협력하는 대화, 진리의 대면을 위한 대화, 종교다원주위적 대화 등 여러 유형의 대화가 존재하고 있는데 이러한 언급이 없기 때문에 대화에 대한 부정적 질문을 가진 사람에게 충분한 내용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