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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규태 칼럼] “멀쩡한 사람이 왜 교회에 다니나?”

손규태·성공회대 명예교수

▲손규태 성공회대 명예교수(본지 편집고문) ⓒ베리타스 DB
몇 년 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친척 한 분이 찾아 왔다. 그녀는 20여 년 전에 그곳으로 이민 가서 지금은 우리 귀에도 낯설지 않은 버버리 힐스라는 동네에 살고 있다. 지금은 그곳에 있는 꽤 큰 빌딩 아래층에서 간이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커피와 함께 샌드위치를 비롯해서 간단한 음식들을 팔고 있다. 그 빌딩에는 수많은 무역관계 사무실들과 모델학원 등이 들어 있고, 높은 층들은 독신자들의 주택으로도 이용되고 있어서 거기에 살거나 일하는 사람들이 자주 그 분의 간이식당을 이용한단다. 특히 모델학교 학생들이나 무역관계로 세계 각국에서 와서 단기 체류하는 사람들이 그 식당의 단골손님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친척 분은 신앙심이 돈독하고 교회에 열성적이어서 주일만 되면 식당을 닫고 한인 교회예배에 참석한다. 그런데 일요일이면 식당 문을 닫기 때문에 그 빌딩에 세 들어 사는 독신자들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특히 단골손님 가운데 스위스에서 온 아펜젤러 같은 사람은 일요일이면 그 식당을 이용할 수 없어서 손수 식사를 만들거나 그렇지 않으면 식사를 위해서 옷을 차려 입고 밖으로 나가 먼데 있는 식당을 찾아가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그는 일요일에도 식당을 열어줄 수 없는지 몇 차례 물어왔었다.
 
그는 어느 월요일 날 정색을 하고 찾아와서 이렇게 물었다. “왜 당신 같은 멀쩡한 사람이 교회에 다닙니까?” 멀쩡한 사람이 교회에 다닌다. 이러한 물음에 대해서 친척 분은 한편으로는 황당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을 뒤돌아보게 되었다. 황당한 것은 “왜 교회에 가느냐?”는 물음에 대해서 주일학교 때부터 교회에 다녔지만 이렇다 할 확실한 대답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물음에 대해서 우리는 “예수 믿고 천당에 가기 위해서”라고 대답하거나 혹은 “세상에서 올바르게 살기 위해서”라고 소박한 대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를 정말 황당하게 만든 것은 “멀쩡한 사람이 왜 교회에 다니는가?”라는 물음이었다. 교회라는 곳은 멀쩡한 사람들이 다니는 곳이 아니란 말인가? 그러면 교회는 멀쩡하지 않은 사람들이 다니는 곳이란 말이다. 그녀는 이러한 물음에 깊은 충격을 받았고 자기의 믿음 생활 그리고 교회 다니는 문제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멀쩡한 사람이 왜 교회에 다니느냐?”라는 물음은 대부분의 서구인들, 특히 미국 사람들이나 유럽인들이 교회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사실상 서구, 특히 유럽의 교회에 나오는 사람들 가운데에서는 멀쩡한 사람 찾아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첫째 교회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대개 의지할 데 없는 외톨이거나 먹을 것 없는 노숙자들이다. 또 주일마다 예배에 참석하는 사람들도 외로운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한마디로 교회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사회적 낙오자들이나 약자들이다. 사회에서 지도적으로 활동하고 바쁜 나날을 보내는 젊고 건강한 사람들은 거의 교회에 오지 않는다. 그들은 성탄절이나 부활절에 가족들을 데리고 예배에 참석하는 것을 “정기적으로” 예배에 참석한다고 생각한다.
 
그 다음으로 교회를 주일마다 찾아오는 사람들은 대개는 매우 폐쇄적인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거나 아니면 종말론적 신앙을 갖고 세계를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러한 사람들은 대체로 사회적으로 적응을 잘못하거나 아니면 세상에 대해서 매우 비관적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다. 서구에서 교회를 찾는 사람들은 이러한 사회적 낙오자들이나 사회적 적응불가능자들이 대부분이다. 아펜젤러라고 하는 이 스위스인, 아니 서구의 대부분의 사람들의 눈에는 교회를 찾는 이러한 사람들은 “멀쩡한 사람들” 아니 “정상적인 사람들”이 아니다.
 
요즘 한국 사회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점차 교회를 이런 시각에서 보려는 풍조들이 생기는 것 같다. 지하철이나 서울역 광장에서 시뻘건 십자가를 단 옷을 입은 사람들이 “예수 천당, 불신지옥”하고 소리 지르거나 심지어 사람들에게 욕지거리를 하며 욱박지를 때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피해간다. 정상적인 인간으로서는 생각하거나 말할 수 없는 괴변을 그들은 버젓이 공공장소에서 소리 높여 외치는 것이다. 전철 같은데서 구걸하는 사람들이나 장애인들 중에는 카세트에다 개신교회의 복음송가들을 틀면서 돌아다닌다. 하나님을 찬양하는 찬송가를 구걸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의 행태가 교회를 비정상적 인간들의 집합지로 오해하게 만든다.
 
또 대부분의 교회에서는 사회적 현실과는 전혀 무관한 황당무계한 설교들이 행해지거나 아니면 코미디 같은 품위와 내용 없는 만담 같은 설교들을 할 때 많은 사람들 특히 지식인들은 교회를 뭔가 세상과는 동떨어진 소리를 하는 좀 정신 나간 사람들의 집단으로 보고 교회를 떠나거나 멀리한다. 또 교회들은 성직자들의 성추행문제, 목사들의 헌금사용 의혹, 교회권력을 차지한 장로들의 패거리 싸움 등 교회마다 크고 적은 문제들로 몸살을 앓고 있는 곳들이 많다. 요즘 수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는 것은 교회가 뭔가 비정상적인 사람들이 모여 비상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단체로 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왜냐하면 교회 아니 한국교회란 제 정신을 갖인 “멀쩡한 사람들”이 다닐만한 곳이 못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독일의 본회퍼라는 신학자도 당시 독일교회가 변두리 인생들, 말하자면 “주변 실존자들”(Randexistenz)의 농성장이 된 것을 개탄하면서 새로운 종교개혁을 전망했었다. 물론 교회는 변두리 인생들을 돌보아야할 사명을 가지고 있다. 예수는 사회적 약자들인 변두리 인생들을 데리고 그들을 위해서 일했다. 사도 바울도 고린도서에서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을 그리스 사람들이 추구했던 어떤 세상적 지혜나 유대인들이 추구했던 기적이 아니라 뭔가 어리석게 보이는 것 즉 십자가에서 자기를 희생한 그리스도의 정신을 자기는 추구한다고 했다. “유대 사람은 표적을 구하고, 그리스 사람은 지혜를 찾으나, 우리는 그리스도를 전하되, 십자가에 달리신 분으로 전합니다. 이것은 유대 사람에게는 거리낌이고, 이방 사람에게는 어리석음이지만, 부르심을 받은 사람에게는, 유대 사람에게나 그리스 사람에게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능력이요, 하나님의 지혜입니다.(고전 1:22-24).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어리석음이란 앞서 말한 비정상적 그리스도인들이 아무데서나 외쳐대는 비정상적 언설이 아니라 예수께서 보여주신 자기헌신과 그의 가르침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본회퍼는 이 그리스도의 행실과 가르침을 통해서 세상을 “아래로부터 보는 시각”(Blick von unten)을 가졌다고 고백했다. 예수가 가르친 “어리석음의 지혜”란 바로 밑으로부터의 시각을 갖고 세계를 변혁시켜 이 세상을 하나님이 통치하시는 나라로 바꾸어가는 것을 말한다. 그 나라는 한국의 비정상적 그리스도인들이 외쳐대는 “예수 천당, 불신지옥”같은 구호가 아니라 가난하고 병들고 고통당하는 사람들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나라를 이 지상에 건설하는 것을 말한다. “하나님의 나라는 먹는 일과 마시는 일이 아니라, 성령 안에서 누리는 의와 평화와 기쁨입니다.”(로마서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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