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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의 민주적 규율

김동완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 1999년 월례포럼



통일시대의 지속 가능한 균형성장 경제를 위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토론 제안에 부치는 글




오늘 우리는 IMF의 경제관리를 조속히 극복하고 IMF 이후의 경제질서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할시점에 이르렀다. 그 동안 정부는 외환위기의 급한 불을 끄고, 노사정위원회를 통하여 경제위기로 인한 고통을 분담하기 위한 사회협약을 체결하였다. 또한 정부는 관치금융 아래서 왜곡되어 왔던 시장의 질서를 새롭게 수립하기 위하여 금융구조와 기업구조를 조정해 왔으며, IMF 시대에 급격히 늘어난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사회적 안전망을 나름대로 구축해 왔다. 우리는 이제까지 어려운 여건 아래서 정부가 온 국민과 더불어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노력해 온 것을 평가한다. 그러나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다.

우리는 기독교 신앙에 입각하여 모든 인간이 책임 있게 자원을 관리하고 살림살이를 꾸려나가는 하느님의 청지기로 부름받았음을 믿고 있다. 이것이 경제에 대해 우리 기독교 신앙인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다. 우리는 경제가 모든 사람들의 삶의 바탕을 이룰 뿐만 아니라 경제적 활동의 성과가 배분되는 방식에 따라 사회생활의 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주목한다. 지구화된 경제에서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켜 국민경제의 기틀을 확고히 하고 무역수지의 균형을 이룩하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이 중요하다. 새로 나타나는 시장들에 진입하기 위하여 산업정책을 제대로 수립하여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또 새로운 시장들을 창출하는 데 우리 경제가 앞장서야 한다는 것도 분명하다. 이와 동시에 우리는 성장과 복지의 관계를 조절하고, 우리 나라 경제가 기업 차원으로부터 국민경제 운영에 이르기까지 보다 인간친화적이고, 사회친화적이고, 환경친화적으로 발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우리는 화해와 평화에 관한 기독교적 신앙에 입각하여 남북한이 이제까지의 대립적 상호의존관계를 지양하고 협력적 상호의존관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믿는다. 이것은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에 입각한 복지국가의 건설을 통하여 남북한이 하나되는 통일경제를 준비하는 정신적 바탕이라고 우리는 믿는다. 이 모든 일들은 결국 경제적 강자들뿐만 아니라 경제적 약자들까지도 참여하여 시장경제를 민주적으로 규율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낼 때 가능하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이와 같은 인식에서 우리는 이번에 "통일 시대의 지속가능한 균형성장 경제"를 위한 토론을 제안하고 이를 위하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입장을 정리하여 제시하기로 하였다. 이 토론제안문은 이제까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취해 왔던 단순한 성명서들과는 그 성격이 조금 다르다. 우리는 우리 사회가 매우 복합적인 사회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어떤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문제가 발생할 때 이 문제에 대한 입장들은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계층들의 이해관계들을 복잡하게 표현되고 있기 때문에 교회 역시 단순한 성명서를 가지고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설득력 있게 밝히기 어렵게 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교회의 진단과 대안의 제시도 이제 여론과 학술적인 담론을 통해 검증되어야 하고, 교회 회중에 의해서도 폭 넓은 지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회는 개방된 의사소통공동체에서 신학적, 윤리적, 선교적 판단에 근거한 자신의 견해를 제시하고 이를 통해 제대로 된 교회와 사회의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익을 담당하여야 한다.

바로 이런 취지에서 우리는 이번 총회에서 발표하는 이 문서의 성격을 토론제안서로 규정하고, 이를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경제질서를 수립하기 위한 교회의 의견을 분명히 밝히기로 하였다. 이 토론제안서가 교회 회중뿐만 아니라 여러 사회단체들, 그리고 정책입안자들에게 널리 읽혀져서 우리 국민의 의견을 한 데 모아 우리 경제의 미래를 여는 일에 보탬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이 토론제안서를 작성하기 위해 수고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21세기선교전략위원회 토론제안서 소위원회 위원들의 노고에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 이 글은 지난 1999년 3월의 월례포럼에서 토론된 자료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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