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호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정책실장 ⓒ베리타스 DB |
창조세계의 보전과 에너지전환
성서에 보면, 미래를 생각하며 달리 살았던 두 사람을 보게 됩니다. 한 사람은 요셉이고, 다른 한 사람은 야곱입니다. 요셉은 미래를 예견하고 재앙을 대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습니다. 그가 있어 이집트 경제는 유지될 수 있었고, 백성 대부분이 굶어죽을 뻔했던 재난도 피할 수 있었습니다. 야곱은 아버지를 속이면서까지, 한치 앞만 보고 사는 형이 받을 복을 가로챘습니다. 그의 삶을, 다음이야 어찌되든 당장의 풍요와 편리를 좇아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듯합니다. 물론 지금의 위기를 제대로 볼 수 있다면 쉽게 이해할 수도 있겠지요. 우리도 미래의 희망을 위해 할 바를 찾아 몸부림칠 지도 모를 일이지요.
다행히 아직 큰 무리는 아니지만, 요셉처럼 야곱처럼 창조세계의 미래를 내다보며 하나님이 만드신 빛(태양)의 범위 안에서 만족하면서 살아가기 위해 애쓰는 이들이 있습니다. 양적인 성장에만 연연하지 않고, 생명의 행복감을 높이는 일에 열심인 녹색교회들도 있습니다. 건물을 키우거나 주차장을 넓히기보다는, 함께 살아가는 자연과 이웃이 정말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살핍니다. 신음하는 생명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민감하며, 그들을 위한 일이라면 주님께서 자신을 내주셨듯이 기쁨으로 헌신합니다.
최근 이들의 관심을 끄는 길이 하나 있습니다. 에너지 ‘절약’과 ‘효율 향상’, 그리고 ‘재생에너지 생산’을 포괄하는 ‘에너지전환’의 길입니다. 1986년 체르노빌 사고와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독일이 힘을 내어 걷고 있는 길입니다. 독일은 전체 전력발전량 가운데 30%를 차지하는 원자력발전소를 2022년까지 재생가능에너지로 완전히 바꾸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차근차근 이뤄가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의 생산뿐 아니라, 지금도 우리보다 적게 쓰고 있는 1인당 전력소비량을 더 줄이려 애쓰고 있습니다.
전력 피크제와 전력 수급 위기, 그리고 에너지전환
지금의 에너지문제는 2011년 정전대란의 곤욕을 치른 후 궁여지책으로 마련된 ‘전력피크제’가 말하듯 전력 수급 자체의 위기이기도 합니다. 그 위기가 심각하나, 낮은 전기요금에다 전력 다소비형 전자제품(특히 EHP, 전기 냉난방기)이 다수 보급되고, 또 여름에는 점퍼를 입고 겨울에는 런닝 차림으로 생활하는 등 전력 수급 위기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여서인지 여전히 전력 소비량은 늘고 있습니다.
이 위기를 제대로 극복하려면, 피크 전력에 대한 관리만이 아니라 전력 수요를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한 정책을 속히 수립해 시행함이 마땅할 것입니다. 그러지 않으면 전력 수급 위기는 계속 반복될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지난 해 겨울 전력 수급 위기의 원인을 서민생활과 산업 경쟁력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돼온 전기요금’ 등으로 인한 전력수요 증가와, 영광 원전 3호기 정지로 인한 전력난이라고 지적하고도, 근본적으로 소비량을 줄여 사고와 고장이 계속되는 원전은 물론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력발전소를 하나라도 덜 짓는 정책을 펴는 것이 아니라 정반대의 전력 수급 계획을 발표하였습니다. 지난 2월 발표한 ‘제6차 전력수급 계획’을 보면, 5차 때보다 높은 전력 수요 증가율을 전제로 2027년까지 석탄 화력발전소 12기를 추가로 세우겠다고 합니다.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력 중 원자력 비중을 59%까지 확대할 예정입니다. 당장의 위기만 넘기면 된다는 식인데, 이대로 라면 원전 사고에 의한 방사능 위협은 물론 기후붕괴의 굴레에서 영영 벗어날 수 없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길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에너지 절약’과 ‘효율 향상’, ‘재생에너지의 생산’이라는 ‘에너지전환’의 길은 이미 우리 앞에 열려 있습니다. 그 길을 걷는 이들도 있습니다. ‘기후붕괴는 물론 원전에 의한 방사능 위협이 얼마나 큰지’를 깊이 성찰하면서, 에너지효율을 높이고 재생가능 에너지로의 전환을 서서히 도모해가는 이들이 있습니다. 독일 시민들이 지금껏 ‘에너지 협동조합’을 586개(2011년 현재)나 만들어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건설하였듯이, 그들도 단순한 전기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가 되게 하는 제도와 정책이 뒷받침된다면 불가능할 것도 없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에도 서울시가 그 길에 앞장 서 걷고 있습니다. 전력 소비량이 국가 전체의 10.9%인데다가 (신)재생에너지 생산량은 소비량의 1.5% 뿐이고, 전력 자급률은 2.8%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원전 1기 줄이기’라는 정책 목표로 세우고 전력 자급률을 2014년엔 8%, 2020년엔 20%까지 높이고자 ‘건물에너지효율화’는 물론 ‘재생에너지의 생산’을 위해 애를 쓰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정보를 제공하고 그를 실행에 옮기도록 ‘서울형 발전차액지원제’ 등과 같은 제도를 새로이 만들어 시행할 뿐 아니라, 직접 소유자와 사용자를 설득하는 일까지 하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직접 ‘에너지진단사’들을 훈련하여, 각 가정과 상가 등을 방문, ‘새는’ 전기를 보게 함으로 효과적으로 절약하게 할 뿐 아니라, 적정 조명을 컨설팅하고 고효율 전구로의 교체, 그리고 주택의 창호교체 및 단열, 재생에너지에 대한 정보까지 제공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바라기는 정부는 물론 모든 지자체가 앞장서서 누구든 맘만 먹으면 ‘에너지 절약’과 ‘효율 향상’, 그리고 ‘재생에너지의 생산’을 힘 있게 걸어가게 하는 제도와 정책을 마련하고, 그를 시민들과 더불어 구체적으로 시행해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가 지금의 에너지 위기를 ‘위기’로만 보지 않고, 새로운 ‘기회’로 삼아 ‘에너지전환’을 이루어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교회와 에너지전환
그러면, 교회들은 지붕과 옥상에 햇빛발전소를 세울 것이요, 마당에는 소형 풍력발전기가 돌아가게 할 것입니다. 더불어 단열성이 떨어지는 벽면을 바꾸고, 창틀도 고밀도 단열 창으로 바꾸어 건물의 에너지 효율도 높일 것입니다. 조명은 LED 고효율 전구로 교체할 것이요, 농촌에 있는 교회라면 땅으로 가야 할 똥, 오줌, 그리고 폐식용유와 음식찌꺼기를 모아 바이오가스와 거름을 만들어 쓸 것입니다.
기도하며 그 길을 걷는 가운데, 우선적으로는 창조 때를 기억하며 허락받은 것 이상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하는 일을 시작할 것입니다. 각자 그 양에 차이는 있겠지만 ‘에너지 탐욕’에 눈멀어 지내온 삶과 그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피조물을 보게 하여, 그를 회개하게 할 것입니다. 그러면 날마다의 ‘일용할 양식’을 구하듯, 전기도 필요만큼만 사용하여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춥게’ 있기를 즐거워하고, ‘낮의 해’와 ‘밤의 달과 별’과 친하게 지내며 창조에 순응하는 삶을 살아갈 것입니다. 그러다 때로 에너지 비용을 더 내야 한다면 기꺼이 낼 것입니다. 언제고 가야할 길이고, 지금 가지 않으면 영영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수도 있을 터이니 말입니다.
이를 위해 교회적 차원에서 ‘교회절전소’도 신나게 지어갈 것입니다. ‘절전소’란 네와와트(Negawatt) 곧 ‘쓰지 않아 남은 전력’을 일컫는 말인데, 전기를 아낀 만큼 다른 사람이 쓸 양이 많아지니 '절전 = 발전'이라 보고, 아예 쓰지 않거나 조명을 LED 고효율로 바꾸는 실천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실천하면서 해야 할 것은 한 달마다 교회 건물과 교우 가정 집의 전년 대비 월 사용량이 얼마나 줄었는지 물어 그 수치를 하나로 합하는 것인데, 참여 가정을 따로 모집하기보다는 구역 모임을 활용하여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구역별로 합산한 수치는 ‘구역절전소’가 되고, 그것을 매월 교회 게시판(혹은 주보)에 기재하면서, 합산을 해놓는다면 그것이 ‘교회절전소’가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절전소를 짓다보면, 교우들은 나 한 사람의 절약이 하나로 모일 때 얼마나 큰 효과를 내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어 자긍심을 갖고 지속적인 실천을 하게 해줄 것입니다. 계속.
※본 글은 유미호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정책실장이 지난 2013년 ‘농촌과 목회’ 여름호에 게재한 글임을 밝힌다. 필자의 제안으로 이를 다시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