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범 대전신학대학교 교수가 주제 강연을 하고 있다. ⓒ베리타스 |
박경수 교수(장신대)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 특히 정원범 교수(대전신학대학교)는 종교와 권력의 결합, 위계질서적 구조, 개인구원적 선교관 등을 내용으로 하는 기존 크리스텐돔 신학패러다임에 대한 대안으로 ‘포스트 크리스텐돔 신학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요청해 주목을 모았다.
정 교수는 그 중에서도 초기 신약성서의 완전주의 윤리가 크리스텐돔 문화 속에서 불가피하게 세속화된 점을 지적하며, 세속화 문제에 대응하여 현대 교회론의 재구성을 요구했다.
앞서 기독교의 세속화가 어거스틴 이후로 토마스 아퀴나스, 마틴 루터에 이르기까지 "사회의 질서를 위한 세속적 권력의 필요성과 그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권력의 사용을 허용하는 것"으로서 강화되어 왔음을 확인했다. 그에 따르면,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 또한 종교개혁에 필요한 종교적 권위(authority)에 세속적 정부가 제공하는 권력(power)의 필요성을 허용하고 말았다.
이 같은 교회론은 초기의 하나님 나라 개념이 사회적이며 제도적인 조건들과 연관되어 다양한 종교체계 중에 가장 영향력이 있는 ‘교회’로 나타나게 되었다는 설명도 보탰다. 교회의 제도화가 결국 교회의 세속화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이에 논평자 유경동 교수(감리교신학대학교)는 기독교의 세속화 문제와 관련해 정 교수의 핵심 논점을 재구성해 "결국 현대 교회론은 예수의 삶과 분리되고, 다양한 신학적 해석, 또한 교회를 세상과의 관계 속에서 변혁적으로 다루지 못하고, ‘교회를 위한 교회론’으로 축소 해석되어 왔다"며 "그리하여 탈정치화와 탈역사화로 이어지는 교회와 신학의 사사화(privatization)를 이루게 되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8일 오후 장신대 소양관에서 NCCK 신앙과 직제위원회가 주최한 ‘한국교회의 미래를 준비하는 신학토론회’가 열렸다. ⓒ베리타스 |
유 교수는 "즉 교회와 구원의 문제를 정치와 정치적 행동의 지평에서 바라보지 못하고, 개인구원의 차원으로 축소하였고, 더욱이 현대 자본주의와 기독교의 결탁은 교회의 맘몬주의를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지게 되었다고 비판받고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 교수가 지적한 한국 개신교의 교파 이기주의에 대해서도 입장을 정리했다. 유 교수는 교파주의 내 똬리를 틀고 있는 ‘교회의 권력 지향적 이기주의’를 직시할 것을 강조했다. 그는 "역사 속에서 반복하여 온 교회분열의 배경에는 일면 ‘교회 개혁’의 내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층 사회가 제공하는 정치적 토대 위에 종교적 ‘계급주의’를 고착화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럼에도 교회분열에 대한 교회의 궁색한 변명은 구원에 대한 교리의 차이에 있다고 보았다"면서 "이러한 견해 차이는 전통적 해석 안에서 교파주의라는 명목으로 정당화되어 왔는데 이런 교회의 태도는 정치적 이념들과 마찬가지로 많은 종교적 이해들을 가지고 자기를 합리화하는 데에 급급했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많은 교파가 초대교회를 따른다고 구호를 외치나 "실상은 필연적으로 사회가 제공하는 정치나 경제적 이익에 종속되고 만다"는 설명도 보탰다.
리처드 니버는 그의 책 『교회분열의 사회적 배경』에서 교회의 목회자가 물질의 유혹을 받게 되면 사회적 문제를 다스릴 영적 혁명으로 나아가기 힘들다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사회 변혁은 자칫 목회자 자신의 (안정적)신분의 변화를 초래하기 때문. 이렇게 되었을 때, 복음의 내용은 병든 사회에 저항하는 메시지를 담지 못하고, 개인의 내면치유나 자아회복과 같은 ‘내적 회개’에 그친다는 지적도 곁들였었다. 자본과 결탁한 오늘날 한국교회의 이 같은 경향성에 대해 그는 "물질주의의 소비적 욕망을 하나님의 축복과 등치하게 되는 실수를 범하게 되는 것이며, 값싼 은총의 문제를 야기하게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