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우주적 사랑의 공동체’ 장공 김재준의 요한계시록 해석 조명

이병학 교수, 아마겟돈 전쟁 통해 장공 신학 재구성

▲한신대 학술원 신학연구소 심포지움의 주제 발제자 이병학 교수(왼쪽 첫 번째),  연규홍 교수(왼쪽 두 번째), 김윤규 교수(오른쪽 첫 번 째). ⓒ한신대 학술원 신학연구소 제공

장공 김재준의 요한계시록 해석이 등한시 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가 제창한 ‘우주적 사랑의 공동체’가 요한계시록 해석을 그 주요 전거로 삼고 있다는 측면에서 적절한 지적이란 평이 나오고 있다.  
 
이병학 교수(한신대 신학과, 신약신학)는 지난 28일 오후 ‘한신신학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란 주제로 열린 한신대학교 학술원 신학연구소 심포지움 및 대토론회의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서 이 같은 문제제기로 그의 강연의 서두를 열었다. 
 
이 교수는 "한국의 주류 교회들에 속한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아직까지도 요한계시록을 미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면서 "그들은 이 세계를 ‘망할 세상, 심판 때에 타 없어질 세상’으로 생각한다. 그들은 세계의 종말을 향해서 달리는 열차의 시간표를 요한계시록에서 찾으려고 하며, 그리고 지금이 열차가 종착역에 거의 도착한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공 김재준은 이러한 미래적 해석을 비판하는 요한계시록 주석을 1969년 출판했다. 이 교수는 "김재준은 요한계시록 해석을 통해 군사독재정권을 비판하고, 민주화 운동을 신학적으로 지지했다"고 했으며, "그가 노년기에 자주 언급한 ‘우주적 사랑의 공동체’는 요한계시록의 유토피아에 근거한 대안적 공동체 운동"이라고 주장했다. 장공 김재준이 요한계시록의 미래적 해석에 저항해 현재적 해석을 시도, 현실 변화의 추동력으로 삼았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무엇보다 요한계시록의 아마겟돈 전쟁 환상을 통해 장공 김재준이 제창한 ‘우주적 사랑의 공동체’가 어떻게 오늘의 현실에 맞갖게 재건될 수 있는지를 논구했다. 먼저 아마겟돈 전쟁 환상은 미래에 일어날 전쟁에 관한 것이 아니라, 요한계시록의 시대에 이미 진행 중에 있었던 로마제국의 전쟁에 관한 것이라고 확인한 그는 "그가(천상적 예수가) 세계의 마지막 전쟁인 아마겟돈 전쟁에서 싸우는 목적은 로마제국의 강자들이 저지른 죄악의 희생자들의 빼앗긴 인권과 권리를 되찾아주고 정의를 회복시켜줌으로써 그들이 주체로서 자주적인 삶을 살 수 있는 반제국적 공동체를 건설하는 것이며, 또한 약자들의 생명을 파괴하는 로마의 제국주의 전쟁의 확산을 가로막고 전쟁 체제를 소멸시킴으로써 전쟁이 없는 평화가 지배하는 대안적 공동체를 건설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8일 오후 한신대 신학대학원 컨벤션홀에서 한신대학교 학술원 신학연구소 심포지움 및 대토론회가 ‘한신신학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란 주제로 진행됐다. ⓒ한신대 학술원 신학연구소 제공

이렇듯 아마겟돈 전쟁 환상 속에서 로마제국의 전쟁 체제는 영원히 소멸됐다. 그러나 이 환상을 접한 요한계시록의 수신자들의 현실 세계에서는 여전히 로마제국의 권력구조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다. 이에 이 교수는 아마겟돈 환상이 "그 당시의 약자들에게 수동적으로 종말을 기다리면서 하늘의 세계로 도피하게 하는 종교적 아편에 불과한 것인가"를 물으며 그에 대한 응답을 전개해 나갔다. 
 
그는 "이러한 환상은 결코 그러한 종교적 아편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주체적이고 자주적인 삶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자유, 평화, 생명, 평등 그리고 정의가 지배하는 대항 현실을 의미한다"면서 "물론 그러한 대항 현실이 아직 그들이 숨 쉬고 있는 현재의 시간에 지상에서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그러나 그들은 로마제국 한 가운데 지금 오고 있는 부활한 예수와 연대해 억압의 구조와 로마제국의 체제와 전쟁 체제에 대항하고 투쟁함으로써 그리고 반제국적 공동체의 건설에 헌신함으로써 그러한 초월적인 대항 현실을 선취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오늘의 한반도 상황, 즉 전쟁 체제를 놓고 볼 때, 아마겟돈 전쟁의 환상이 여전히 유효함도 강변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전쟁 체제를 소멸시키고 분단을 극복하는 한 방법은 화해와 통일의 연습"이라며 "우리는 분단 극복과 통일을 위해서 전쟁 연습이 아니라, 통일 연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히 통일 연습의 구체적 실례로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 △금강산 관광의 재개 △조건 없는 식량 지원 △각계 계층의 민간인 교류와 경제적 협력 사업의 활성화 △비무장지대의 평화생태공원화 그리고 전쟁이 아닌 △평화협정 체결 등을 들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부활한 예수는 한반도의 분단 시대를 끝장내기 위해서 피 묻은 옷을 입고 지금 우리에게 오고 있다"면서 "우리는 부활한 예수와의 연대투쟁을 통해 억압의 구조와 전쟁 체제를 소멸시켜야 하며, 하루바삐 분단 시대를 끝장내고 한반도의 통일을 이루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준의 ‘우주적 사랑의 공동체’ 운동이 "한반도의 분단을 극복하고 전쟁 체제를 극복하고자 하는 반제국적 공동체 운동이며, 또한 세계의 가난한 자들과 약자들과 연대하는 대안적 공동체 운동"이었음도 재차 확인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또 연규홍 교수(한신대 신학과, 교회사), 김윤규 교수(한신대 신학과, 실천신학) 등이 각각 ‘제3일의 신학적 해석학’ ‘장공 김재준의 목회, 설교, 영성: 한국교회의 바람직한 목회자와 설교자 상(像)을 추구하며’란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연 교수는 장공의 제3일의 신학은 "오늘과 내일 그리고 다음날 즉, 모레의 신학"이라며 "과거의 열매는 오늘이다. 오늘에 실패하면 과거도 의미가 없다. 죽은 자의 하나님이 아닌 산자의 하나님은 과거보다 지금 그리고 오늘을 중요하게 본다"고 했으며, 김 교수는 장공(혹은 장공의 영성)은 "‘하나님의 구원사실’과 ‘하나님의 뜻과 의(義)’를 끊임없이 선포한 예언자적이며, 예수 그리스도를 뒤 따르고 그에게 복종한 역사 참여적 영성, 소위 ‘사회 변혁적 영성’을 가진 ‘복음주의적 설교자’라 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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