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성공회 수장인 저스틴 웰비 켄터베리 대주교가 동성결혼 법안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난 3일(현지시각) 영국 상원 공청회에 출석한 그는 "동성결혼 법안은 동성과 이성 간 결합을 잘 맞지 않는 틀에 끼워넣는 기이한 방식"이라며 법안 추진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재 동성결혼 법안은 영국 하원에서 통과된 것으로, 상원에서 통과될 시 영국 내 동성결혼 합법화가 이뤄지게 된다. 그러나 8천 5백만 성도의 리더인 저스틴 웰비 켄터베리 대주교가 줄곧 동성결혼 법안에 반대 의견을 개진, 상원에서의 표결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는 동성결혼 문제를 신앙(faith)의 문제로 보지 않았다. 그보다는 사회 구조적 문제로 봤다. 때문에 성서 구절을 인용하는 등 전통에 입각해 동성결혼을 반대한다는 논리를 전개하기 보다는 건강한 사회의 초석이 되어온 결혼에 대한 이해가 붕괴되는 것을 염려했다.
그는 특히 "출산을 위한 규범적인 장소로서 결혼의 개념이 유실됐다"고 했으며, "우리의 기본 공동체로서 국가에 선행하는 규범적 기능의 그 가정이 약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이유로 교계 및 신앙 그룹들이 동성결혼 법제화를 극도로 망설이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또 "동성결혼 법제화는 동등하지 않다거나 효율적이지 않다는 덜 선한 선택과 함께 우리가 든든히 지지하고 세우려는 전통적 가정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재차 강조하며, "이것은 신앙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아주 일반적인 사회적 선에 관한 것이다. 지금 있는 대로의 동성결혼 법안을 지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수당 연립정부가 추진하는 영국의 동성결혼 허용 법안은 지난달 하원에서 최종 가결돼 상원 의결 절차를 남기고 있다. 영국 정부는 내년 여름 안으로 합법적인 동성결혼식을 거행한다는 법 시행 일정을 공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