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하여 이르시되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만일 이 사람들이 침묵하면 돌들이 소리 지르리라 하시니라. 가까이 오사 성을 보시고 우시며 이르시되 너도 오늘 평화에 관한 일을 알았더라면 좋을 뻔하였거니와 지금 네 눈에 숨겨졌도다. (누가복음 19:40-42)
지난 2013년 6월 11일 검찰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면서도 불구속 기소를 결정하여, 자가당착에 빠진 정치검찰의 추한 모습을 보였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저지를 수 있는 부정 중에서 가장 심각한 부정이 선거부정이다. 선거부정은 주권재민이라는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부정이요, 공동체에 혼란을 야기하여 민주국가의 정의와 평화를 깨뜨리는 부정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현대사는 3·15 부정선거가 야기한 민주주의의 시련과 이를 극복하기 위해 4·19에서 흘린 민주시민들의 피를 똑똑히 증언하고 있으며, 정보기관이 부정하게 각종 선거에 개입한 정권이 미친 해악과 그 말로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한국기독교장로회는 1953년 새역사를 시작한 이후, 60주년이 되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항상 정부의 부당한 공권력 남용과 인권유린에 대하여 선한 양심들과 연대하여 맞서 왔으며, 하나님의 선한 질서가 이 땅에서 이루어지기를 기도하는 신앙 양심으로 이 사회를 향한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신앙 선배들이 갖은 고초를 겪으면서 일구어 온 자랑스러운 민주화의 여정에서 지금 다시 선거부정을 규탄해야 하는 현실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우리 한국기독교장로회는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이를 은폐하려는 세력에 대해, 돌들이 소리 지르기 전에 어두운 곳에 빛을 비추고, 썩어가는 곳에 소금의 직분을 감당하고자 헌신하는 신앙인(누가복음 19:40)으로서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히는 바이다.
1. 채동욱 검찰총장은 원세훈·김용판 불구속 기소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하라!
검찰의 기소내용에 의하면,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은 공권력을 남용하여 대통령선거에 개입한 민주사회에서 용납될 수 없는 범죄행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이다.
그 죄질의 엄중함과 증거인멸의 소지를 고려할 때 반드시 구속기소하여야 할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불구속 기소를 한 것은 검찰이 독립성을 스스로 훼손하고 정치적 외압에 굴복하여 스스로 정치의 시녀가 되는 정치검찰로 전락하였음을 드러내 준다.
채동욱 검찰총장은 이 땅의 선하고 양식 있는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살아있는 권력의 부당한 수사지휘에 굴복한 데 대하여 국민들에게 엄중히 사과하라!
2.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부당한 수사지휘에 대해 책임지고 즉시 사퇴하라!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사건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장은 언론을 통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문재인 후보를 찍으면 종북좌파이며, 종북좌파의 정권획득을 저지하라고 지시한 바 있음에도 이를 지시하지 않았다고 하고, 선거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코미디”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팀장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총선·대선에 개입하라고 지시한 것은 명확한데도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지금 수사지휘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6월10일에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검찰 수사를 방해한 일도 없고, 할 생각도 없다”고 대답했던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사실상 국회모독죄, 위증죄,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
검찰에 부당한 외압을 행사하여 정치검찰로 길들이는데 앞장 선 황교안 법무장관은 부당한 수사지휘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하길 바란다.
3. 국정원과 경찰청의 부정한 선거개입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범죄자들과 동조자들을 엄벌하여 헌정질서를 바로 잡으라!
이번 사건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아니 되는 국기문란 사건, 헌정질서 파괴 사건이 일어났으며, 이는 수사과정에서 내란죄를 적용받을 수도 있는 중대범죄이다.
이러한 중대범죄 행위를 축소하고 은폐하려는 모든 시도는 내란에 동조하는 행위로 엄중히 처벌되어야 할 범죄행위이다.
검찰은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하여 부당한 외압에 맞서야 하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헌정질서 파괴에 가담한 자들과 그들에 대한 수사를 가로막은 동조자들을 철저히 발본색원하여 일벌백계하여야 한다.
4. 박근혜 대통령은 부당하게 수사지휘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파면하고, 국민에게 사과하라!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이 불거지자, 선거를 닷새 앞둔 2012년 12월14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사건이 저를 흠집 내고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터무니없는 모략으로 밝혀진다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며, 선거 승리를 위해 국가의 안위를 책임지는 정보기관마저 정쟁의 도구로 만들려고 했다면 이는 좌시할 수 없는 국기 문란 행위”라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사실관계가 정반대의 결과로 밝혀진 만큼, 박근혜 대통령은 수사과정에서 부당한 수사 지휘로 압력을 행사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즉시 파면하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황교안 법무장관이 검찰에 압력을 행사한 일은, 본질적으로 박근혜 정부는 명백하게 선거부정 사건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제 선거부정의 책임은 지난 정부에 국한하는 일이 아니고 현 박근혜 정부의 일이 되었으며 정부가 이에 대해 명백한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하나님이 주시는 평화는 정의의 열매이다. 이 땅에 정의가 바로 서야 참된 평화가 이루어질 수 있으며, 이 땅이 생명이 넘치는 땅이 될 것이다.
한국기독교장로회는 지난 60년간 신앙의 선배들이 그러하였던 것처럼, 국가의 권력이 시민의 자유를 부당하게 억압하는 것에 대해 뜻 없이 무릎 꿇지 아니할 것이며, 신앙양심에 따라 이 땅에서 정의로운 질서를 회복할 것이며 지켜낼 것이다.
2013년 6월 12일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총무 배태진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교회와사회위원장 전병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