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준관 실천신대 명예총장 ⓒ베리타스 DB |
은 박사는 17~18일 일정으로 사랑의교회 안성수양관에서 진행된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제15회 전국 수련회 첫날 저녁 강사로 나서 ‘한국교회 목회자: 오늘과 내일’이란 제목으로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서 그는 한국교회 회복 운동에 짝을 짓는 구호로서의 ‘영성 회복’ ‘도덕성 회복’ ‘성스러움의 회복’ 등에 대해 "소중하고 절실한 접근이기는 하나, 그리 설득력 있는 것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며 "이러한 접근은 자칫 지난날 범해 온 ‘성직 패러다임’의 반복 내지 ‘도덕주의 패러다임’에 빠질 위험성을 안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언급된 구호들이 온전한 교회 공동체의 존재 양식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야 할 어떤 것들이지 붙잡고 매달려야 할 본질이 아니란 점을 확인한 것이다. 은 박사는 그보다는 한국교회 미래가 "교회와 신학, 목회자 하나하나가 그 존재 이유를 찾고 발견해 나가는 것"에 달려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교회 내 만연한 ‘우민목회’에 대해 강도높은 비판을 전개했다. 우선적으로 목회 현장에서 ‘우민목회’란 나쁜 시스템이 작동하는 메카니즘을 분석했다. 은 박사는 "‘영적 에너지’와 ‘영적 문맹’이 교묘히 얽혀 있다"는 점을 들으며, "수면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 ‘영적 문맹’은 수시로 영적 에너지를 타고 ‘거룩’으로 둔갑하곤 한다. 기복신앙과 번영신학, 교회 정치, 신학 없는 평신도 운동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는 거룩의 이름으로 마지막 남은 영적 에너지마저 ‘영적 문맹’으로 매몰시키는 ‘거룩한 범죄’를 범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목회는 목회자가 하는 전문직이라는 사고의 틀을 가리키는 ‘성직 패러다임’도 ‘우민목회’를 부추기고 있다고 했다. 은 박사는 이러한 ‘성직 패러다임’의 특성이 신자를 목회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치명적 오류를 동반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목회의 대상인 신자 또는 평신도는 연쇄적으로 ‘비인격화’되고 ‘객체화’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은 박사는 ‘우민목회’로부터 벗어날 것을 제안하며 목회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청했다. 그는 "목회는 목사가 하는 게 아니다. 교회 공동체의 위임된 직을 수행하고 또 만인제사장인 성도들을 세워 그들로 그들의 사역을 하게 하는 것이 목회"라며 "오늘날 목회자의 탈진과 좌절, 그리고 이탈의 악순환은 목회는 목사가 한다는 ‘성직 패러다임’에 기인한다. 목회의 방향을 교회론에서, 특별히 공동체 사역론에서 다시 찾는 전환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은 박사는 목회자들이 소위 성공했다는 대형교회를 좇아다니며 ‘프로그램’에 기웃거리며 흉내내는 일을 멈추고, 이 같은 공동체 사역론을 바탕으로 목회 패러다임을 전환한다면 "이 작은 전환이 ‘영적 문맹’을 ‘하나님의 백성’으로 변화시키는 종말론적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은 박사는 끝으로 "한국교회의 마지막 보루가 1천만을 헤아리는 평신도의 영적 잠재력에 있다"면서 "목회가 더 이상 평신도를 ‘영적 문맹’으로 묶어두는 ‘우민목회’를 계속할 수 없다. 오늘 이 위기를 극복하는 마지막 선택은 ‘영적 문맹’으로 전락한 우리의 신자 하나하나를 ‘하나님의 백성’으로 다시 되돌려 놓아야 하는 종말론적 결단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