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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재 칼럼] 서평 I 나는 천국을 보았다

김경재·한신대 명예교수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본지 자문위원) ⓒ베리타스 DB
1.  제목은 진부하지만 책 내용은 참신한  책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로부터 오늘 소개하려는 책 1권을 선물 받았다.  책을 선물한 교수는  신비주의 및 신비체험에 관한 연구와 강의에 독보적인 소장학자다. ‘임사체험’에 관한 적지않는 책을 이미 읽었던 필자로서  건내준 책제목은 언듯 진부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내가 학문적으로 신뢰하는 소장학자가 선물할 땐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하고 정독하였다. 읽은 소감은, 여기에 최근 출판된 화제의 책으로서 소개하고픈 강렬한  의욕을 느꼈다.
 
추천의 이유는 두가지이다. 첫째, 무엇보다도 원저자의 직업이 학계가 인정하는 세계적인 뇌과학 권위자이자 신경외과 전문의사라는 점이다. 저자 이븐 알렉산더(Even Alexander 3세)는 듀크대학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고, 버지니아 대학교에서 뇌기능 매핑연구를 했다. 하버드 메디칼 스쿨에서 의과대학교수로서와 신경정신과 의사로서 오랫동안 일했고, 의학전문지에 150편 넘는 논문을 발표한 과학자이다.  그러한 의사로서 자신이 뇌사상태로서 일주일간 완전 혼수상태에 있다가 기적적으로 의식을 회복하고 난 체험을 했다. 인간의 의식활동이란 오직 뇌가능의 결과라고만 확신하는 현대과학적 실재관에게 다른 견해를 제시한다. 
 
둘째, 원 저자가 이 책에서 주장하고 제기하는 근본문제는 실재(Reality), 의식, 초월의식, 영혼, 마음, 하나님, 초자연 세계등에 대한 근본문제를 다시한번 생각하도록 자극한다. 오늘날 종교가 현실세계의 윤리문제에 책임적 발언과 행동을 하는 것은 옳다. 그러나, 종교는 다른 학문이 말하기를 터부시 하거나 침묵하는 영원한 문제를 새로운 각도에서 말해야 하는 의무를 지닌다. ‘물질주의적 환원주의’가 젊은 세대와 지식인들의 인생관을 거의 지배하고 있는 요즘, 이 책은 생명의 신비에 관해 생각하는 종교인들에게 읽어볼만한 귀한 책이라고 확신한다. 

2. 책의 중요내용
 
서울대를 졸업하고 이화여대에서 여성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옮긴이 고미라 박사의 번역능력이 한껏 돋보이는 책이다.  수고를 통하여 원 제목 『Proof of Heaven』이 보다 대중적 어감을 지닌 제목 『나는 천국을 보았다』로 되었다. 책은 총 35장의 읽기좋은 챕터(chapter)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뇌사경험’을 한 세계적 뇌과학자 이븐 알렉산더가  갑작스런 발병과정에서 병원입원 과정, 입원후에 미국 뇌신경 의학계가 그에게 처방했던 최첨단의 의학적 조처와 실험 조사 영상기록, 뇌사상태에서 느끼고 체험했던 또렷한 기억들, 회복이후 기억을 되살려 그가 새롭게 깨달은 실재, 영혼, 신, 초월세계, 그리고 초월계와 현실계의 상호관계성등에 대한 증언적 서술을 총 35장에 걸쳐 말하고 있는 책이다.  
 
추천이유 첫째는 임사경험자 자신이 뇌과학 전문의사라는 점이다. 저자는 2008년 늦가을 어느날 그가 54세때, 흔하지 않는 뇌신경을 손상시키는 박테리아성 뇌막염에 감염되어 그의 대뇌신피질이 온통 작동이 중지되어버린 상태, 다시말하면 인간의 의식활동의 중심기능을 기능적으로 담당하는 ‘뇌사상태’와 그에 따른 ‘식물인간’으로서 죽음상태를 경험한 저자가 일주일만에 되살아 났다. 증언하려는 핵심은 “육체와 뇌의 죽음이 의식의 종말은  아니라는 것”이다(20쪽).
 
추천이유 둘째는 이 책은  첨부터 신앙이 돈독해서 사후생을 철저히 믿다가 어느날 ‘임사체험’을 하여 그 믿음을 더 굳게 가지게된 신앙인의 증언이 아니라는 점이다. 저자는 현대적 세계관을 가지고 현대적 교육을 충분히 받은 현대지식인들의 인간관, 생명관, 삶과 죽음에 대한 이해를 자신도 철저히 신봉했다고 고백한다. 
 
“인간의 뇌는 추상적이고 신비로운 만큼이나, 또한 놀라운 정도로 구체적이다. (뇌수술은 대단히 복잡한 작업이긴 하지만) 사실상 고도로 섬세한 전자기계를 고치는 일과 다르지 않다. 뇌라고 하는 것은 바로 의식이라는 현상을 생산해내는 기계라는 걸 나는  잘 알고 있었다”(54쪽)
 
위에 인용한 문장은 곧 이븐 알렉산더만이 아니라, 현대 정직한 지식인들 50% 이상이 믿는 인간생명현상 특히 의식현상에 대한 확신이다. 과학적이고 실험적인 실증적 세계관에 정직 할수록 육체를 떠난 영혼, 심령적 일들, 현지구적 존재방식과 차원을 달리하는 초자연적 세계의 실재성, 초인격적인 영적 존재들과 하나님, 등등은 점점 의심의 대상이 되어가는 것이다. 저자도 비록 가정식구들과 함께 성공회 교회당을 다녔고, 교회의 전례와 도덕적 가르침을 존경하고,  일반적인 의미에서 신앙인이라고 생각했지만, 앞서말한 근본문제에 대하여 회의주의자 였다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셋째, 저자가 경험한 시공4차원의 현재적 실재와는 존재방식이 다르고 경험방식이 전혀 다른 실재세계, 즉 보다 충만하고 온전한 실재를 ‘주객분리를 넘어선 직접적이고 순간적 인식행위’를 통해 체험했다고 증언한다. 그 체험의 특징은 “그곳에서는 보는 작용과 듣는 작용이 별개로 분리되어 있지 않았다....왜냐하면 대상이라는 말자체가 분리를 전제로 하는 것인데, 그곳에서는 그런 분리가 없었기 때문이다”(67쪽).
 
저자는 ‘임사체험’에서 그가 체험한 자아와 ‘실재’와 관계를 ‘자궁속에서 태아와 산모관계’로 은유하고 있다.  “태반이 연결해주는 어머니는 사방에 있으면서도 그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어머니는 하느님, 창조주, 우주만물을 있게한 근원에 해당한다”(69쪽) 
 
넷째, 이 책을 읽으면서 서평자가 이 책의 가치를 아주 높게 평가하는 이유가 있다. 저자가 말하는 ‘실재’관은 창조된 우주는 지구에서 현재 우리가 경험하는 시공우주와 차원을 달리하는  더 높고 고차원적  영성우주가 존재하지만,  그 초자연적 세계가 현재 우리가 살고있는 세계와 완전 분리되어 있다거나, 이 현재적 지구에서의 삶은 무가치하거나 임시정거장 같은 것이라고 보는 전통적 신비주의와 분명히 다른 견해를 주장하기  때문이다.
 
“지상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과 공간의 세계는 이들 고차원 세계와 긴밀하고도 복잡하게 맞물려 있다. 다시말해, 이 세계들은 우리로 부터 완전히 분리되어 있지 않다. 왜냐하면 모든 세계들은 일체를 주관하는 신성한 실재의 일부이기 때문이다.”(71쪽)
 
다섯째,  저자는 우리시대 최상급의 뇌과학자 이면서, 그렇기에 뇌의 긍정적 기능과 부정적 기능을 동시에 우리에게 알려주는 지혜를 우리에게 전한다. 특히 그가 더 높고 깊고 넒은 실재체험을 ‘임사체험중’에서 한 이후로 그렇다. 그 욧점은 다석 유영모 선생이 “태양을 꺼라. 그래야 더 깊은 우주 밤하늘  별들 세계가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라는 말처럼  인류문명을 주도한 로고스 이성철학의 한계를 은유적으로  말하듯이  뇌과학자는 다음같은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우리는 뇌의 필터가 허용하는 것만을 볼 수 있다. 우리의 뇌는, 특히 언어/논리를 관장하는 좌뇌는 합리성에 대한 감각과 개인 또는 자아라는 인식을 발생시키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가 더 높은 차원을 알고 경험하는 것을 방해하는 장애물이다”(102쪽)그렇기 때문에 현대 실증론적 경험과학에 몰입하는 정직한 학자일수록  종교적 실재 혹은 인간의 영성차원을 이해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뇌의 기능을 일종의 ‘밸브 또는 필터’기능으로 설명한다. 보다 높고 깊고 넒은 우주적 영적 세계와의 관계속에서, 뇌는 태양에서 쏟아지는 과도한 방사선을 차단하여 생물체를 살수 있도록 보호하는 오존층이나  대기층처럼, 무수한 세계의 정보들을 차단하고 조정하고 걸러내면서 ‘현재지구의 물리적 삶’에 효율적으로 생명체가 적응하도록 돕는다. 그러나, 그 일에 길들여지면 질수록 우리는 ‘초월적 실재계’에 대해 둔감해 지고 마침내 그 실재성 자체를 부인하게 된다. 그것은 일찍이 플라톤이 ‘동굴의 비유’에서 경고한 바와 같은 맥락이다.  
 
여섯째,  저자는 이 책에서 거듭거듭 ‘의식 그 자체’는 뇌세포의 작동결과로 발생하는  물질의 부산물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려고 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가치판단과 선택을 하는 ‘일상의식’과 ‘의식 그 자체’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  즉  철학이 ‘순수의식’이라고 부르고 불교가 ‘마음’이라고 말하고 기독교가 ‘궁극적 실재’라고 표현하는 것이 생활속의  ‘일반의식’과 분리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순수의식’ , ‘마음’, ‘궁극적 실재’가 보다 근원적인 것이라는 주장이다. 
 
일상의 의식활동에서 자각하는 ‘일반의식’은 보다 전일적이고 통섭적인 ‘실재’가 두뇌라고 하는 생물학적 필터를 통해 여과되고 조정되고 규정된 창발적 결과물인 셈이다. 인간의 현실적  ‘자의식’은 자유의지를 가지는 댓가로서  ‘사랑과 연민’을 속성의 본질로 하는 우주의 궁극적 실재에 대하여 순응하지 않고 반대로 악을 저질를 수 있다. 그러나, 저 세상이라고 부르는 죽음 넘어의 세계에서는 인간자의식이 악을 저지를 수 없다.
 
저자는 기독교적 문화배경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의식 그 자체’ 곧 ‘궁극적 실재’는 인격성을 지닌 궁극적 실재라고 그의 경험을 강조한다. “육체와 뇌는 지구의 필요에 의해 진화한 지구의 생산물이고, 우리는 이러한 유한한 육체와 뇌속에 거주하는 영적인 존재들이다”(117쪽)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임사체험 속에서 한껒 고양된 영혼은 개체이면서 전체로서 자각된다. 철저한 개인주의적 인관관을 넘어선다. ‘순수자아’와 ‘실재자체’는 구별되면서 불가분리적 관계성 안에서만 존재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저자의 세계관은  인간 영혼이 곧 신이라고 보는 동양종교의 범신론과는 구별된다. 그의 신비체험은 ‘연합의 신비주의’(union mysticism)인 셈이다.
 
3. 우리가 누구인가 우리 존재의 궁극적 의미에 대한 담론
 
결국 이 책은, 현대 최첨단의 뇌과학 전문의사가 스스로 ‘뇌사상태’에서 일주일을 지낸후, 그가 경험한 ‘임사체험’의 내용이 결코 그동안 합리적 계몽주의 인간학의 후예들이 끈질기게 주장하듯이 뇌세포에 남아있는 물리화학적 기억의 잔상들이 만들어 낸 ‘환상’이 아니고 ‘실재 체험’이었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다. 그 말은 ‘의식’이 뇌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는 과학자들의 견해와 달리하는 것이다. 물질중심적 세상에서 무한 생존경쟁에 내몰리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인간의 삶은 더 높고 큰 차원과 연결되어 있는 존재라는 것과 사랑하고 사랑받아야 할 존재라는 것을 멧시지로 전하는 것이다. 
 
“나는 과학자로서 그리고 의사로서 두가지 기본적인 의무를 지키고 있다. 진리를 공경하는 일 그리고 치유를 돕는 일이다.... 이 두가지가 함께 할 때, 비로소 오직 물질영역만이 실재하고 의식 또는 영혼은 우주의 위대하고 핵심적인 신비가 아니라고 안간힘을 다해 고집하는 과학적 환원론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227쪽)

※ 이 글은 본지 자문위원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가 가톨릭계 잡지 <기쁨과 희망> 2013년 제11호에 기고한 책 『나는 천국을 보았다』(이븐 알렉산더 지음/ 고미라 옮김 / 김영사, 2013) 서평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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