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2시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 2층 에이레네홀에서 ‘한국교회와 재정투명성’이란 주제로 공청회가 열렸다. ⓒ이지수 기자 |
한국교회가 ‘물질의 시험’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세상의 지탄을 받고 있다. 재정투명성 제고는 이제 한국교회가 살아남기 위해 기필코 해결해야 하는 숙제로 떠올랐다. 이에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회재정투명성제고위원회(위원장 황광민 목사)는 4일 오후 2시 종로구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공청회 ‘한국교회와 재정투명성’을 개최했다. 발제는 정재영 교수(실천신대)가 ‘교회예산과 교회의 사명’, 김찬호 교수(성공회대)가 ‘교회재정의 투명성과 신뢰공동체’란 제목으로 했다.
"연간 총헌금액 6조원, 불투명하게 운영되고 있어"
"헌금에 대한 지나친 신성시는 금물"
"헌금에 대한 지나친 신성시는 금물"
정재영 교수는 한국 교회 성인들의 일인당 연간 헌금액이 150만원(한국교회미래를준비하는모임 자료 근거)으로 추산됨에 따라 한국교회 연간 총헌금액은 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그러나 이렇게 많은 자금이 교회 구성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운영되지 않아 심심찮게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헌금 문제가 지나치게 ‘신성시’ 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헌금이 “하나님께 바친 것”이라는 의미 때문에 이를 문제 삼는 것을 불경스럽게 여기는 분위기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회는 “공동체”이기 때문에 “소수의 특정인이 권한을 갖고 은밀하게 집행하기보다는 교회 구성원 모두가 신뢰할 만한 방법으로 투명하게 운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헌금이 신성하다”는 의미 역시 투명성을 제고해야 하는 하나의 이유로 재해석 돼야 한다고 밝혔다.
"외부 재정 감사 제도 도입해야"
그는 투명한 재정 운영을 위한 제안으로, “외부 재정 감사 제도”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교회 내 기관들에 대한 회계 감사는 철저히 하면서도 정작 교회 전체 예산에 대한 회계 감사를 받지 않는다면, 스스로 모순에 빠지는 일이 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재정이 거의 마이너스인 미자립교회는 제외하고라도, 적어도 1,000명 이상 되는 교회라면 외부 감사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간 20억 원 이상의 예산을 사용하는, 3천여 개의 교회(추산)이다.
▲정재영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이지수 기자 |
미국 교회의 비슷한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교회와 종교단체는 연간세무보고를 안 해도 되지만, 빌리 그레이엄 목사가 교회 재정을 책임감 있게 운영하기 위해 창설한 ECFA(Evangelical Council for Financial Accountability)의 1,500여 회원 단체들은 이 단체에 인증을 받고 회원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일정 기준에 따라 재무제표를 작성하고 회계감사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재정 자료를 최소한 교회 구성원들에게는 가감 없이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외부에 공개하는 것은 교회의 신념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오는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있지만, 교회 내부에는 반드시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할 필요가 있다는 것. 그는 이러한 내부 공개가 “매우 기본적인 사항”이라며 “교회 재정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헌금을 교회 신도들이 드린다. 때문에 이 헌금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당연히 공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일부 교회, 특히 대형교회들은 현실적으로 자세히 읽어보지 않는 회계 자료를 교인 모두에게 문서로 배부하는 것이 자원 낭비라는 이유로 문서화된 재정 보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재무 정보를 홈페이지에 공개하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헌금 어떻게 사용되는가는 교회의 존재 이유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
"사용처 올바른지도 점검해야"
"사용처 올바른지도 점검해야"
성공회대 교양학부 김찬호 교수는 한국 교회 헌금 사용에 대한 ‘교회 밖’ 시각을 전했다. 그는 “세금을 혈세라고 하는데, 헌금은 그보다 훨씬 더 귀한 뜻이 담긴 돈이며, 그러한 돈이 어떻게 사용되는가 하는 것은 교회의 존재 이유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한국 교회가 재정 운영의 비신앙성으로 인해 조롱과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또 “교회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초월적인 세계를 지향한다 하더라도, 공동체가 운영되는 방식은 인간세계의 온갖 문제를 지닐 수밖에 없으며, 문제를 엄숙주의로 가리려 할수록 그 위선 속에서 부패는 커지기 마련”이라며 “교회 재정의 투명성이야 말로 공동체의 수준을 가늠하는 핵심적 지표가 되어야 한다. 가장 보이지 않는 영역을 청렴하게 한다면 다른 영역에서는 별 다른 문제가 없을 가능성이 크지 않겠는가”라고 전했다.
재정투명성 문제 외에, 재정을 어디에 사용하는가에 있어서도 재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지출 내역과 영수증 처리가 확실하게 되어 있다고 깨끗한 것이 아니다. 바로 거기에 함정이 있다”며 “교회에서는 해마다 여름이 되면 해외선교라는 명목으로 엄청난 돈이 집행되는데, 그 가운데 정말로 사람과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쓰이는 돈이 얼마나 될까 냉정하게 따져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NCCK는 한국교회의 공공성 회복을 위해 지난 4월 제61회기 제2회 정기실행위원회에서 ‘교회재정투명성제고위원회’를 조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