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봉호 전 동덕여대 총장 ⓒ베리타스 DB |
힘에 의한 억압상태를 보여주는 팍스로마나(Pax Romana)적 작금의 평화는 "상대적인 평화만 있을 뿐"이라는 지적이며, 덧붙여 통일을 목적화하는 통일지상주의에 대한 이견도 밝힌 것이다.
그는 성경이 가르치는 평화는 "단순히 싸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공의가 확립되어 억울한 사람이 없고 모든 사람이 안심하고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여 서로 도우며 의미 있는 삶을 이끌 수 있는 상태라야 한다"고 역설했다. 휴전을 맺은 지금의 한반도 상태는 겉으로는 평화롭게 보일지 모르나 안으로는 불안과 갈등 그리고 긴장 상태에 있다는 점을 덧붙였다.
그는 여전히 세계 도처에서 약육강식의 경쟁이 사라지지 않고 보이지 않는 전쟁이 여러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우려했으며, 또한 이러한 갈등의 원인으로 종교 갈등이 꼽히고 있다는 것을 새삼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종교적인 도그마로 변질된 정치 이론이 얼마나 위험하고 해로운가를 직시하고 이념으로 반목하고 있는 한국 정치계와 기독교계가 경고를 받고 성숙해져야 한다"며 "특히 기독교는 이념을 우상으로 숭배하는 죄를 짓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공 이데올로기를 종교적 신념으로 간주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일부 극우 기독교인을 향해 일침을 가한 것이다.
기독교적 통일 원칙에 대한 입장도 분명히 했다. 그는 먼저 극우주의자들이 주장하는 "남쪽이 경제적으로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통일을 늦추어야 한다"는 의견에 맞서 "우리의 편의를 위하여 북한 주민의 고통을 연장하자는 것으로 인도적이지도, 성경적이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22일 오전 서울 신촌동 연세대 장기원 국제회의실에서 평통기연 주최로 ‘한반도 평화정착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국제포럼’이 열렸다. ⓒ베리타스 |
이어 통일은 평화로운 방법으로 이뤄져야 함을 강조하며, "북한의 자발적인 개방과 남한의 양보로 이룩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자유민주주의까지 양보하는 것은 통일의 목적에 위배된다"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우리의 궁극적 목적은 ‘통일’이 아니라 정의에 기초한 ‘평화’임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아울러 남북 관계 개선과 관련해 한국교회의 책임있는 자세를 요구했다. 손 전 총장은 "한국교회는 기독교적 원칙에 입각해 북한의 인권유린과 핵무기 개발을 강하게 비판하며 국내, 국외의 탈북민 보호에 모든 힘을 다 기울어야 할 것"이라고 했으며, "남한에 의한 북한의 흡수통일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평화통일을 이룩할 수 있다면 그런 대안을 선택하고 추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럴 대안이 없고 흡수통일이 통일의 목적 달성을 방해하지 않는다면 그것을 반드시 부정적으로 볼 이유가 없다"는 점도 확인했다.
이 밖에 한반도 평화통일 문제에 앞서 남남 갈등부터 풀어야 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처럼 이념, 빈부, 노사 간에 갈등이 줄어지지 않고 윤리수준이 심히 낮아 강자가 약자를 억울하게 하는 상황이 계속되어서는 통일을 추구할 동력도, 통일을 추구할 자격도 없다"고 쓴소리를 냈다.
한편, 세번째 세션에서는 경서 전 UN인권대사(이화여대 특임교수)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이란 주제로 발표했으며, 다게사다 히데시(일본, 동북아국제전략연구소 객원연구원)와 임마누엘 퍼트리치(경희대 교수), 이춘복(성균관대성균중국연구소 책임연구원), 타티아나 가브로센코(고려대 교수) 등이 토론에 참여했다.
또 네번째 세션에서는 박종화 목사(경동교회), 정세현 총장(원광대), 최완규 총장(북한대학원대학교) 등이 참여해 평화, 통일 토크 콘서트를 진행했으며, 마지막 네번째 세션에서는 예배를 통해 통일 선교 헌신의 시간을 가졌다. 마지막 예배 시간에는 박성민 목사(한국 CCC 대표)가 설교했다.
평화와통일을위한기독인연대(이하 평통기연)가 주최환 이날 행사 전 개회예배에서는 유석성 총장(서울신대)이 "한반도의 복음적 평화 통일과 한국기독교의 역할"이란 주제로 설교했다. 행사는 기독교통일포럼, 기독교통일학회, 서울신학대학교 통일연구소, 통일미래연구소, CCC통일봉사단 등이 공동주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