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 푸생, <리브가와 엘리에셀의 만남>, 1648 |
▲니콜라 푸생, <디오게네스가 있는 풍경>, 1648 |
▲Sébastien Bourdon, The Meeting of Eliezer and Rebecca at the Well, 1660. |
아브라함의 말년의 과제는 아들 이삭을 결혼시키는 일이다. 그는 늙은 종(엘리에셀-창 24장에는 언급이 없지만 교회 전승에서는 창 15:2에 나오는 “나의 상속자 이 다메섹 사람 엘리에셀”과 일치시킨다는 생각)을 며느리로 정해진 여자를 찾아오도록 아브라함의 형제 나홀이 사는 하란으로 보낸다.
그는 우물에서 리브가를 만나 라반의 집에서 환영을 받고 결혼 허락을 받아 리브가를 데리고 귀가함으로써 이삭과 성혼(成婚) 된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창세기에서 가장 긴 본문을 가진(67절) 이야기다. 이 이야기의 초점은 아브라함의 말년까지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대한 고백과 감사, “주의 사랑과 성실”(24:27)이라고 생각된다.
니콜라 푸생(Poussin, 1594-1655)은 이 이야기를 아름다운 한 폭의 고전적 풍경화에 담았다. 엘리에셀과 리브가의 사랑스런 만남이 그림의 중앙 약간 오른쪽에 배치되었다. 엘리에셀이 리브가에게 묻고 선물(금 코걸이와 금 손목고리)을 주려고 한다. 그의 오른 손에는 반지가 들려 있고 왼손에는 금팔찌를 들고 있다. 리브가는 이방인이 제시하는 선물을 보고 놀라는 듯하다. 그녀는 아버지 브두엘의 집에서 하룻밤 쉬어가기를 청한다.
리브가를 중심으로 왼쪽의 여자들은 우물에서 계속 물을 길러 붓고 또 다른 여자들은 머리에 이고 간다. 푸생의 그림에는 낙타가 없는 대신 뒤 배경으로 리브가의 아버지 브두엘이 사는 곳인 하란의 건물들이 보인다. 푸생은 로마에 와서 고대와 르네상스의 조각, 건축, 회화를 공부했던 것과 같은 열정으로 로마의 자연 풍경(Roman Campagna)을 열심히 사생했다.
이 그림에서도 푸생의 완벽하고 명확한 형태와 구조가 돋보인다. 리브가를 중심으로 오른쪽에 세 명의 젊은 여자들이 각각 시기심과 부러움과 관심 있는 태도로 서서 지켜보고 있다. 자연 풍경과 역사적인 건물 외에 사람의 심리까지도 고려하여 묘사되고 있다.
푸생의 풍경화 중 최고작으로 꼽히는 그림 중 하나인 <디오게네스가 있는 풍경 Landscape with Diogenes>(1648)이다. <리브가와 엘리에셀의 만남>과 같은 해에 그려졌다. 이 그림은 전경에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손으로 샘물을 떠먹는 사람을 보고 그의 마지막 소유물이던 컵마저도 버리기로 결심했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물의 단 한 동작만으로도 이야기가 분명하게 전달되는 푸생 특유의 명료한 구성이 돋보인다.
주인공 좌우 그리고 뒤로 점차 밝아지는 공간에는 숲을 이룬 나무들, 구불구불한 길, 튀어나온 바위, 언덕에서 내려와 굽이쳐 맑게 흐르는 강물, 강물 끝에는 고대와 르네상스 시대의 건축물과 도시가 하늘을 거울삼아 환하게 펼쳐진다. 그의 풍경화 중에 이런 모티브가 너무도 형식적으로 배치되어 기하학적 풍경화라고까지 불리는 경우도 있는데, 이 작품의 경우는 선과 배치가 부드럽고 섬세하여 아름답다.
아카데미 화파로 불리기도 하는 신고전주의에 속한 푸생의 그림은 우리에게 순수함과 아름다움의 세계를 엿보게 한다. 그러한 순수함과 아름다움이 없다면 세상은 조금 초라하게 느껴질 것이다
셋째 그림은 세바스티앙 부르동(Sébastien Bourdon)의 것이다. 리브가의 용모가 깜찍하고 예쁘게 그려졌다. 그녀는 엘리에셀에게 깜짝 놀라면서 기쁜 마음으로 선물을 받는다. 그림의 하단 왼편에는 장래 이삭의 아내를 위해 가져온 귀한 선물을 담은 보석상자가 엘리에셀의 발치에 놓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