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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광섭의 미술산책] 샤갈의 아가서(2)

심광섭·감신대 교수(조직신학)

▲샤갈, Song of Songs 중에서(III)

아가서는 지혜문학에 속한 다섯 권, 욥기, 시편, 잠언, 전도서 그리고 아가, 중 하 권이다. 그러나 아가서는 욥기처럼 농도 짙은 윤리적-신학적 성찰이 없으며, 잠언이나 시편에서처럼 하나님 경외를 위한 예증이 있는 것도 아니며, 잠언이나 전도서의 경우처럼 현자의 말씀으로 이루어진 성경도 아니다, 아가서는 넘치는 육체적 사랑의 시편이다. 성적인 욕망과 충족이 조심 없이 노래되며, 도덕적 판단이나 법적 혹은 사회적 구속력에 대한 큰 복종도 없다. 사랑에 빠진 여인은 연인의 달콤한 키스를 원하며 연인이 나타나자 비밀스러운 방에 들기를 청한다.(아가 1:2-4)
 
서방교회, 특히 개신교회의 구원론은 예언자의 전통과 바울의 전통을 따라 윤리적이고 법적이다. 죄란 인간이 하나님에게 진 인간으로서 값을 수 없는 무한량의 빚이다. 여기서 하나님은 초월적이다. 초월적인 하나님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인간이 되시어 십자가형을 받으심으로써 인간의 죄를 대신 값아 준다는 드라마가 서방교회의 구원의 드라마이다. 
 
서방교회가 “칭의”의 구원론이라면 동방교회 전통은 신성화(Deification/Divinization)의 구원론이다. 하나님이 인간이 되신 성육신의 이유는 죄지은 인간이 하나님처럼 되는 것이다(theopoiesis). 이것은 희랍의 신화적 요소의 반영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교제를 의미한다. 
 
나는 동방교회 이러한 구원론의 전통과 특징은 지혜문학, 특히 아가서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아가서는 샤갈의 많은 그림에서처럼 남녀 사랑의 육체적 합일경험을 하나님과의 합일을 위한 유비로 사용한다. 동방교회에서 그리스도의 신성은 하나님과의 연합(Union)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구원의 지복, 불멸, 썩지 않음을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점진적으로 신자들의 삶속에서 경험되고 실현된다. 
 
신성화란 신자들의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을 기술하는 용어이고 하나님의 은총의 역사에 대한 경험이다. 하나님의 영을 통해 인간은 하나님과의 사귐과 교제를 경험하고 하나님의 자녀가 된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로고스가 인간이 되신 것은 그 인간으로부터 인간이 어떻게 하나님이 될 수 있는 가를 배우게 하기 위함이다.”(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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