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손규태 칼럼] 남북문제, 안보체제에서 평화체제로

손규태·성공회대 명예교수

오늘날 남북의 현실
 
▲손규태 성공회대 명예교수(본지 편집고문) ⓒ베리타스 DB
남북한은 1953년 정전협정을 체결한지 금년으로 벌써 60년이 됐다. 남북한은 한국전쟁을 제각기 자기들이 이긴 전쟁이라고 주장한다. 북한에서는 정전협정일을 전승기념일이란 이름으로 대대적인 군중대회를 열고 군인들과 중화기들을 총동원해서 퍼레이드를 벌림으로써 거창한 승전축하행사를 벌린다. 남한과 미국도 각기 기념행사를 했다. 예외적으로 금년에는 미국 대통령 버럭 오바마까지 워싱턴에서 거행된 한국전쟁 기념식에 나와 이 전쟁에서 이긴 쪽은 남한이라고 주장해서 눈길을 끌었다. 필자가 보기에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규모로 한반도에서 3년여에 걸쳐 진행된 한국전쟁은 하나의 내전으로서 승자도 패자도 없고 단지 엄청난 희생자들만 남겨놓았던 무의미한 전쟁이었다. 그것도 당시 강대국 미국과 소련이라는 이념국가들에 의해서 분단된 한반도에서 필연적으로 벌어진 대리전쟁이었고 그 후 새롭게 등장한 냉전체제의 신호탄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종식과 일본식민주의자들의 패퇴로 당시 한반도는 강대국들에 의한 분단체제가 강요되었고 국내에서 새로운 독립국가의 정체성을 둘러싸고 이데올로기적 대립이 점차 고조되던 시기의 전쟁이다. 당시 대세는 반외세적 자주민주 세력들이 독립된 나라에서 통일된 민주주의 정부를 수립하는 것을 대의로 삼고 있었다. 그러나 이데올로기에 경도되고 동시에 외세 의존적 세력들은 남한에서는 친미적 자본주의 체제의 국가를 세우려 했고 북한의 친소적 세력들은 사회주의적 국가를 세우려고 했었다. 이들 외세 의존적 세력들은 남에서는 앞서 언급한 반외세적 자주세력들을 그들의 목적달성에 장애가 되는 세력으로 간주하여 제거하고 외세의 힘을 빌려 그들의 정권을 세우려고 시도했었다. 북에서는 김일성을 중심으로 한 친소세력들이 국내파 사회주의자들을 숙청하고 저들의 정권을 세웠었다. 유엔의 신탁통치 안을 유리하게 보는 세력들은 그것을 받아들이려고 했고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세력들은 거절함으로써 자주적 통일국가 형성은 물 건너가고 마침내 전쟁으로 내닫게 된다.
 
이 전쟁을 시작한 북한은 한국전쟁을 통일을 위한 전쟁으로 규정했고 남한은 공산주의자들의 침략전쟁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그 명분으로 삼고 싸웠다. 유엔 결의에 따라 남한을 위해서는 16개국이 참전을 했고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을 받았으나 어느 편도 승리하지 못했다.  3년에 걸친 한국전쟁은 교착상태에 빠지자 휴전회담이 시작되었고 마침내 38선을 기점으로 하고 휴전이 성립되었다. 휴전 이후 북한에 진주했던 중국 등 외국 군대들은 다 철수했고 남한에 와 있던 외국 군대들도 대부분 철수했으나 오직 미국만은 아직까지도 유엔군의 이름으로 철수하지 않고 있다. 그들은 남한의 수호자를 자처하며 주한미군주둔협정(SOFA)에 따라서 군사적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등 여러 분야에서 남한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동안 1990년에 들어와서 이데올로기에 기초한 동서간의 냉전체제가 사회주의 연방국가인 구소련의 몰락과 동구라 국가들의 해체로 해소되기 시작함으로써 그동안 유럽의 분단국가였던 독일은 통일되었다. 이러한 냉전체제의 해소와 동서독일의 통일로 이데올로기로 동서로 분열되었던 세계에는 새로운 질서, 즉 미국을 일극체제로 한 자본주의적 세계질서가 등장했다. 우리는 이 새로운 질서를 지구화 혹은 세계화로 부른다. 이러한 미국을 정점으로 하는 자본주의적 세계질서의 등장으로 그동안의 동서간의 이념적(정치적) 양극체제의 갈등과 대결은 사라졌지만 이 미국의 자본주의적 일극체제로 인한 남북(가난한 나반구와 부유한 북반구) 간의 경제적 대립현상으로 나타났다. 말하자면 가진 자(나라)들과 가지지 못한 자(나라)들 사이의 대립이 시작된 것이다. 그것을 가리켜 20/80의 세계 혹은 1/99의 세계라고도 부른다. 그래서 학자들은 과거의 동서간의 정치적 냉전체제(冷戰體制)가 종식을 고하자 이제 남북 간의 경제적 열전체제(熱戰體制)가 시작되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늘날 동서 냉전체제는 해소되었으나 아직도 한반도에서는 남북한 사이의 정치적 냉전체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남한은 세계 자본주의 세계체제라는 열전에서 그 중심을 이루고 있다. 즉 한반도는 여전히 낡은 분단체제에서 이데올로기적으로 대립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많은 군인들과 최신예(핵)무기들로 무장하고 는 것이다. 다른 한편 북한은 사회주의적 이데올로기와 유교적 전통에 기초한 세습적 통치원리에 근거해서 전대미문의 선군정치(先軍政治)라는 군사적 통치형태로 남쪽의 체제를 위협하고 남한은 낡은 제국주의적 발상에 기초한 미국군대의 장기주둔과 간섭 그리고 자본주의의 비정상적 형태인 재벌이라는 강력한 경제주체에 기초한 의사 자유민주주의 통치형태로 북쪽의 체제를 위협하고 있다. 쌍방은 이데올로기 대결에서 체제대결을 거쳐서 지금은 정치적. 경제적 대결을 넘어서 군사적 대결로 까지 나아가려고 하고 있다. 남한은 매년 몇 차례씩 막강한 미군과 함께 최신예 무기로 군사훈련을 통해서 상대방을 위협함으로써 기기에 맛서는 북한과 몇 차례나 전쟁 일보직전까지 가는 위태롭고 불안한 상태에서 대치하고 있다. 특히 북한은 그동안 경제적 난관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미국의 위협에 대처한다는 구실로 몇 차례에 걸친 핵실험을 성공함으로써 핵과 장거리 로켓으로 무장하여 남한과 일본은 물론 미국본토까지도 위협하고 있다. 이렇게 남북한은 국민들의 삶이나 복지는 외면한 채 천문학적 액수를 들여 최신예 무기들을 대량 구입 배치함으로써 서로 상대방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남북한의 화해와 협력을 위한 노력들
 
회고해 보면 그동안 이런 심각한 대결상태에서도 남북한은 대화와 협력, 화해와 통일을 위한 협력을 전혀 외면한 것은 아니다. 1972년도 박정희대통령 시절인 1972년 “남북 7.4 공동성명서”에서 남북통일의 3대원칙에 합의했고, 노태우대통령 시절인 1992년 2월 18-21일 평양에서 개최된 제6차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를 채택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은 2000년 6월 13-15일 남한의 김대중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이에 평양에서 열렸던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관계발전과 평화 번영을 위한 선언”이 발표되었다. 거기에는 남북한 사이의 화해와 통일, 긴장완화와 평화, 교류협력의 활성화 그리고 이산가족의 상봉 문제 등이 담겨져 있었고 이러한 합의들은 부분적으로 실천에 옮겨지기도 했었다. 이어서 2007년 10월 2-4일 역시 평양에서 열렸던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 사이의 정상회담에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와 번영을 위한 선언”이 연이어 발표되었다. 
 
이렇게 남북한 정권들은 남과 북은 대화와 협력, 화해와 통일을 위한 노력들의 구체적 결실은 현대의 정주영회장의 애국적 노력으로 10여 년 전에 시작된 금강산 관광 사업과 개성공단 사업이었다. 금강산 관광 사업은 처음에는 속초에서 유람선을 타고 가서 배에서 자면서 하는 관광이었으나 그 후에는 북쪽에 관광호텔들이 들어서면서 육로를 통해서 가능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북한에 고향을 두고 온 다수의 실향민들이 이 관광에 참여했으나 점차 많은 일반 국민들이 이 사업에 동참하게 되었다. 그러나 보수적이고 남북교류 협력을 반대하던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서 “비핵 개방 3000”이란 대북정책을 내세우며 북한과 대결적 자세로 나갔는데 마침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으로 금강산 관광 사업은 중단되었다. 그리고 그동안 첨예하게 대립하던 양측은 천안함 폭침사건, 연평도 포격사건 등으로 남북한은 그동안 쌓아놓았던 신뢰와 협력 사업들이 완전히 중단되고 말았다. 물론 그동안의 민간인들 사이의 남북한 교류협력 사업들도 완전히 중단되고 말았다.
 
그렇지만 참여정부 시절에 시작된 개성공단 사업은 중단되지 않고 계속되었다. 그 사업이 유일한 남북한의 통로역할을 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 후 박근혜정부 들어와서 국민들은 남북한 사이의 새로운 돌파구를 기대했다. 그러나 한미 키 리졸브 훈련 등 군사적 위협에 대항하여 북한도 남한에 대한 정치적 군사적 위협을 가하는 사태가 계속되었고 마침내 북한이 일방적으로 개성공단 노동자들을 철수시키고 남북한 사이의 통행을 금지시킴으로써 개성공단은 폐쇄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이러한 개성공단 사태로 인해 박근혜정부의 대북한 신뢰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끝장나고 그의 남북한 화해프로세스라는 대선공약의 실천은 매우 불투명해졌다. 
 
개성공단이 문 닫은 지 3개월이 지난 2013년 7월에야 북한의 요청으로 개성에서 실무회담이 시작되었고 적극적인 정상화 움직임을 보이는 북한에 비해서 남한정부는 사과와 배상 그리고 재발방지를 앞세우며 회담을 파탄으로 몰아가려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업체들까지도 북한의 양보안은 받아들일만 하다고 회담타결을 촉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한국의 통일부는 이러한 양보안을 뿌리치고 “중대결단”운운하면서 2013년 8월 6일자로 보험금지급을 준비하면서 개성공단 폐쇄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통일부장관의 최후통첩이 전달된 이후 2013년 8월 14일에 열린 개성공단정상화를 위한 7차 회담에서 북한측의 양보로 극적으로 합의를 도출해 냄으로써 개성공단은 조만간 정상화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동안 5년여 동안 중단된 금강산 관광사업도 재개될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만일 그 동안 남북의 대화와 협력, 화해와 통일을 향한 가장 구체적 실천사업인 개성공단 사업이 박근혜정부에 들어와서 파탄이 나게 된다면 남북한의 적대적 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이러한 남북관계의 악화는 남북한으로 하여금 더욱더 무기증강에 열중하게 될 것이며 따라서 남북관계는 더욱더 긴장상태로 들어갈 것이다. 이렇게 남북한의 정부가 서로 강경 일변도로 나간다면 북한은 지금도 어려운 경제가 더욱 어려워지고 남한에도 해외투자유치 등 경제문제 역시 더욱 어렵게 될 것이다. 결국 이러한 양 정부의 극단적 대립으로 안보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깊어지고 따라서 경제적 활동도 크게 위축되어 민생은 더욱 더 어렵게 될 것이다. 
 
남한정부는 지금 2014-2018년까지 214조 5천억을 들여 새로운 국방계획을 수립하고 있고 지금 당장 60여대의 최신예 전투기 구입비에 곧바로 8조 3천억을 쏟아 부을 예정이다. 그리고 독도경비를 구실로 약 1조원을 들여 공중급유기를 사와야 한다고 국방부는 주장하고 있다. 한국정부는 남북 사이의 화해와 협력, 그리고 통일과 평화로 나아가는 사업들은 전혀 하지 않고 갈등과 대결만을 부추기는 최신예 장비들을 사오려고 하는 것은 우리 나라의 미래를 염려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서민들의 가계 빚이 1000조에 달하고 그들이 갚아야 할 이자만 매년 80조원씩 나가서 서민들의 가계가 파탄나기 직전인데 박근혜 정부는 어쩌자고 5년 동안에 230조가 넘는 돈을 국방비와 신무기 사는데 투입하려는가? 
 
한반도 평화체제의 방해요인들
 
그러면 아직까지도 동서갈등의 낡은 유산을 처리하지 못하고 대립과 갈등 가운데 신음하는 한반도의 현재의 상황을 개선할 묘책은 없는 것인가? 우선 남과 북 사이의 정전협정으로 무력사용에 의한 전쟁상태는 중지시켰으나 상대방에 대한 부정과 멸절의 의지는 그대로 남아 있어서 한반도는 여전히 전쟁의 유예상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여기서 이러한 불안정한 상태인 정전상태를 극복하고 평화의 상태로 나가기 위해서는 남북한은 어떻게 해야 할까? 남북한은 우선적으로 상대의 존재와 체제를 인정함으로써 상호 신뢰관계를 수립할 수 있는 조치들을 취해야 할 것이다. 말하자면 남북한은 모두 그동안 동등한 자격으로 유엔의 일원이 되었듯이 남한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고 그 체제를 존중함으로써 여타의 다른 국가들과 갖는 국제법적 관계들 예를 들어 외교관계, 무역관계, 그리고 나아가서 인적 물질적 교류를 갖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이미 1992년 노태우 시절에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에서 약속하지 않았던가? 왜 남북한은 다른 나라들과의 조약들은 성실히 지키고 이행하면서 같은 민족끼리 한 약속은 헌신짝처럼 저버리는가? 참으로 한심스럽고 못난 민족의 작태가 아닌가?
 
그러면 이러한 그 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에서 정전협정(안보체제)이 이러한 평화체제로 나아가지 못하게 된 이유들은 어디에 있는가? 한반도에서 낡은 이데올로기적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남북이 화해하고 통일을 향해 전진할 수 있는 길들을 차단하는 요인들은 무엇인가? 
 
1. 그동안 남한의 경우 1990년대 이후 동서 냉전체제가 해소되면서 남한과 적대관계에 있던 사회주의적 국가들인 러시아와 동구라파 국가들, 중국, 베트남 등과도 외교관계를 맺고 상호우호와 친선관계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오늘날 중국은 한국의 최대의 무역 국가로까지 등장했다. 이들 사회주의 국가들은 대체로 과거의 엄격한 공산주의적 정치체제나 경제 원리를 포기하고 민주주의적 정치체제와 자본주의적 경제체제를 도입함으로써 한국과 외교관계를 맺는데 별로 꺼릴 것이 없었던 것 같다. 당시 러시아와 중국이 한국을 승인하고 외교관계를 수립할 때 미국과 일본도 북한을 승인하고 외교관계를 수립하는 방법, 즉 상호 교차승인의 원칙을 따르는 것으로 고려되었었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 등은 여전히 북한에 대한 낡은 적대적 관계를 청산하지 않고 계속해서 정치적 군사적으로 압박하고 경제적으로 봉쇄정책을 씀으로써 북한의 존재(안전보장)를 부인하고 궁극적으로는 북한 정권의 몰락을 시도하고 있다. 만일 미국과 일본이 러시아나 중국처럼 북한을 승인하고 외교관계를 수립했다면 한반도는 지금보다 훨씬 더 평화스럽고 발전된 상태에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북한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불인정과 적대정책이 오늘날까지 한반도의 긴장과 갈등 그리고 불평화의 기본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과는 피비린내 나는 전쟁에서 1975년에 패전하고도 20년만인 1995년에 다시 수교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북한과는 휴전한지 60년이 되었어도 북한을 승인하거나 수교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수교거부와 적대정책의 이유를 남북한의 지속되는 분단에서 찾기도 하지만 미국은 과거 분단되었던 동독과는 종전 29년만인 1974년에 수교했었다. 그러면 북한 측은 그동안 미국과의 양자회담을 통해서 국가와 체제안정을 보장받고 선린외교관계를 체결하기를 원하는데 왜 미국은 이렇게 북한에 대해서만 유독 적대정책을 견지해 나가는 것일까?
 
군사전문가가 아닌 필자가 보기에는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는듯하다. 첫째 미국의 극동 아시아에 대한 지속적 패권정책의 유지다. 한국전쟁이 정전협정으로 끝나고 북한에 주둔했던 소련과 중국 그리고 남한에 주둔했던 15개국 군대가 모두 철수했다. 그러나 미국은 유엔군의 이름으로 한국에 미군을 장기적으로 주둔시킴으로써 동북아시아에서 군사적으로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그 헤게모니를 지속적으로 행사해 나가기를 원했었다. 특히 미국은 패전국이지만 경제적으로 대국이 된 일본을 장악하고 또 최근 강대국으로 등장하는 중국을 포위견제하고 자신들의 군사적 영향력을 강화하여 궁극적으로는 이 지역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자는 것이다. 
 
여기서 북한이라는 적대적 국가의 존재는 한국에서 미국의 군사적 장기주둔을 정당화해주고 무력을 강화하여 그 영향력을 극대화하는데 좋은 구실을 제공한다. 특히 오늘날 북한의 존재와 (핵)위협과 중국의 군사대국으로 급부상은 일본과 한국 등 주변 국가들로 하여금 군사력 증강의 압력을 행사하여 그들에게 최신예 무기들을 수출함으로써 미국은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얻게 된다. 특히 일본을 부추겨 군사 대국화로 나아가게 하고 그들에게 막대한 무기들을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상 한국은 현재 3만 5천명의 주한 미군 주둔비용을 매년 거의 1조씩을 지불하고 있으며 앞서 말한 대로 한국은 약 5년 동안 약 250조원의 최신무기를 미국으로부터 사들일 예정이다. 동북아시아에서 이러한 군사적으로 독점적 지위와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를 가진 미국이 한국에서 군대를 철수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지난 60년 동안 한반도의 군사적 갈등으로 미국이 군사무기수출로 얻은 경제적 이익은 실로 수천 조에 달할 것이다.
 
둘째 남북한의 경직된 정권들의 안보논리가 한반도의 군사적 갈등과 정치적 불평화의 중요 요인이다. 우선 남한은 1948년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탄생했지만 한국전쟁 이후 친미적 친일적 보수정권들이 들어서서 반공을 국시로 하고 반북한적 적대정책을 계속해왔다. 이승만은 북진통일론을 내세워 북한을 항시 위협했고, 그 후 박정희로부터 시작되는 군사독재정권들 역시 반공 국시를 내세워 철권통치를 정당화하고 장기집권을 획책했었다. 군사정부를 마감하고 1990년대 중반 민간정부들이 들어섰으나 김영삼 정부 역시 보수와 반공을 앞세워서 북한과는 이렇다 할 관계개선을 이루지 못했다. 그 후 들어선 김대중 정부는 북한에 대해서 햇빛정책을 구사했고 그것을 계승한 노무현정부도 이전 정부들과는 달리 적극적으로 대북관계개선을 통해서 화해와 통일로 나가는 정책을 추진했으나 반공수구적인 한나라당의 발목잡기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래도 남북화해와 경제협력을 위한 결실로서 금강산관광사업과 개성공단 사업 그리고 적십자사를 통한 이상가족 상봉사업을 구체적으로 실천에 옮김으로써 이전의 적대관계는 점차 사라지고 휴전선을 기점으로 한 군사적 충돌도 크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어서 집권한 수구적 이명박 정부는 북한에 대한 상호주의를 전제로 한 비핵개방 3000이라는 대북 적대적 정책을 다시 내세웠고 금강산관광객 피살사건으로 금강산관광사업을 중단시켰고 서해 천안함 피습과 연평도포격사건을 계기로 남북관계를 전면적으로 단절시켰다. 이렇게 볼 때 남한 보수적 정권들의 대북한 정책은 화해와 협력 그리고 통일과 평화를 지향하기 보다는 반공과 반북한 적대정책으로 일관함으로써 한반도에서 남북한의 화해와 평화를 가로막고 있다.
 
셋째 이제까지 필자는 미국과 일본 그리고 남한의 북한에 대한 적대적 정책과 역할로 인한 한반도의 갈등과 대립의 요인을 살펴보았다 그러면 한반도의 문제는 미국과 남한의 북한에 대한 적대정책에만 기인하는 것일까? 아니다. 필자가 보기에는 북한의 특수한 장기통치체제와 선군정치라는 군사 국가화 또한 한반도 갈등과 불평화의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보게 된다. 사회주의적 혁명을 통한 이념국가들의 출현 초기에는 소련의 스탈린이나 중국의 모택동, 베트남의 호지명, 유고의 티토, 루마니아의 차오세스쿠, 동독의 호네크 등 지도자들이 장기집권을 했던 것처럼 북한의 김일성도 죽을 때까지 장기집권을 했었다. 그러나 사회주의 국가들이 그 기틀을 잡아간 후부터, 말하자면 초기지도자들을 이은 후계자들은 북한과는 달리 세습을 통해서가 아니라 공산당대회 등에서 지도자들을 선출했었다. 예를 들면 중국의 등소평이나 소련의 흐루시초프 등이 그 대표적 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김일성 사망 후 그 아들 김정일이 후계자로 세습한 것은 사회주의 국가들에서도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그리고 다시 김일성의 손자인 김정은이 권력을 세습한 것은 더욱더 이해하기 힘든 특수한 사건이다. 그것은 북한이 처한 국내외적 상황, 특히 강대국 미국이나 남한정권에 의해서 정치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봉쇄된 어려운 상황을 타개해 나가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이러한 북한의 지도자 세습과 유훈통치 그리고 선군정치(군부통치)는 오늘날 세계의 국가체제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기괴한 현상이다.
 
동시에 북한은 1984년 큰 장마로 입은 농업분야의 큰 타격으로 인해서 경제적 상태가 말이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거대한 군사프로젝트 핵무기와 장거리 로켓개발은 주민생활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북한은 그것을 60여년에 걸친 미국의 집요한 위협과 적대정책에 대처하고 자기들의 생존권을 확보하기 위한 조처들이라고 주장한다. 사실상 그동안의 미국의 북한에 대한 불관용과 적대정책을 고려한다면 북한만을 탓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북한은 오랫동안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서 자신들의 존재를 인정받고 체제를 보장받으려 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북한이 오늘날의 체제를 벗어나서 개방국가로서 중국과 같이 정치적 선진화와 함께 경제적 발전을 이루어 왔다면 사태는 좀 달라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따라서 북한의 이러한 독특한 통치체제와 함께 핵무장화도 한반도의 불평화와 긴장의 중요한 원인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60여 년 동안 지속되어오는 한반도의 비정상적 대립관계는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안 되며 어떤 수단과 방법을 통해서든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남북한 민족의 “삶의 계명”(Gebot des Lebens)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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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쇠퇴하고 신학생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고 필요하다"

한신대 김경재 명예교수의 신학 여정을 다룬 '한신인터뷰'가 15일 공개됐습니다. 한신인터뷰 플러스(Hanshin-In-Terview +)는 한신과 기장 각 분야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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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과 선에 쏠려 있는 개신교 전통에서 미(美)는 간과돼"

「기독교사상」 최신호의 '이달의 추천글'에 신사빈 박사(이화여대)의 글이 소개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키에르케고어와 리쾨르를 거쳐 찾아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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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봉사를 개교회 성장 도구로 삼아온 경우 많았다"

이승열 목사가 「기독교사상」 최근호(3월)에 기고한 '사회복지선교와 디아코니아'란 제목의 글에서 대부분의 교단 총회 직영 신학대학교의 교과 ... ...